한강진역 상점 주인 "하루에 핫팩 200개 이상 팔려"시민들, 장갑·모자·태극기 등 집회용품 구입 중한남초교 인근 카페, '선결제'에 발 디딜 틈 없어상점 아르바이트생 "손님, 평소보다 2~3배 늘었다"전문가 "선결제 열풍, 시민들 정치 효능감 높여"
  • ▲ 강추위가 이어진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의 한 카페에는 아메리카노 총 400잔, 유자차 100잔이 선결제 기부돼 있었다. 카페 내부가 몸을 녹이러 온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정혜영 기자
    ▲ 강추위가 이어진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의 한 카페에는 아메리카노 총 400잔, 유자차 100잔이 선결제 기부돼 있었다. 카페 내부가 몸을 녹이러 온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정혜영 기자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를 밑도는 지난 10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로 떠들썩해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근처 상점들은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용품을 구매하는 손님들, 강추위에 몸을 녹이러 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6호선 한강진역에 다다르니 역내 지하 상점 입구에 진열된 다양한 핫팩과 김밥, 과자 등 각종 먹을거리들이 눈에 띄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만큼 집회로 향하는 시민들은 이곳에 들러 체온 유지를 위한 파스형 핫팩, 깔창 모양의 발 핫팩 등을 구입하고 있었다.
  • ▲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는 한강진역 내 한 상점 입구에 핫팩, 김밥, 떡, 음료 등 각종 집회 물품이 진열돼 있다. ⓒ정혜영 기자
    ▲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는 한강진역 내 한 상점 입구에 핫팩, 김밥, 떡, 음료 등 각종 집회 물품이 진열돼 있다. ⓒ정혜영 기자
    ◆ 한강진역 내 상점 주인 "핫팩 하루에 100~200개씩 팔려"

    역사 내 상점 주인은 "하루에 200개 이상의 핫팩이 팔린다"며 "그 다음으로는 빵과 김밥, 초콜릿을 손님들이 많이 사가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엔 집회에 가는 손님들이 많이 왔는데 이번 주엔 현장에서 핫팩을 무료로 나눠주는 탓에 매출이 조금 줄었다"며 아쉬워했다.

    기자가 잠시 들른 틈에도 주문대 앞은 계산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70대 후반의 조모 씨는 집회에 가시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며 "초콜릿과 젤리를 먹으면서 시위하려고 한다"고 했다.

    바로 옆의 GS편의점에도 다양한 종류의 핫팩들이 삼삼오오 진열돼 있었다. 40대 중반의 편의점 주인은 "핫팩뿐 아니라 물, 따뜻한 음료를 사가시는 손님들이 최근 늘었다"며 "핫팩은 하루에 100개 정도 팔린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린 이날 국제루터교회 앞 인파는 계속 늘어나 오후 2시 경찰 비공식 추산 2000명에 달했다. 대통령 관저 앞 집회에 7일째 오고 있는 기자는 이날이 집회가 열린 평일 중 가장 인파가 많은 날이라고 느꼈다. 
  • ▲ 서울 지역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를 밑도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간식트럭에서 한 시민이 땅콩과자를 구입하고 있다. ⓒ정혜영 기자
    ▲ 서울 지역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를 밑도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간식트럭에서 한 시민이 땅콩과자를 구입하고 있다. ⓒ정혜영 기자
    ◆ 장갑·모자·태극기·호두과자 노점상들, 집회 참가자들로 '북적'

    한강진역 2번 출구로 나가자 호두·땅콩을 파는 간식트럭과 태극기, 방한용품을 판매하는 노점상들이 줄을 이었다. 한 상인은 "태극기 한 개에 1000원"을 외치며 집회 참여자들의 발길을 잡아두고 있었다. 미처 장갑이나 모자, 집회용품을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이 이곳에서 다양한 제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남편과 중학생 자녀와 함께 온 40대 중반 여성은 "모자와 귀마개는 하고 왔는데 장갑을 못 가져왔다"며 "장갑 3개, 태극기 3개를 사기 위해 재미있게 구경 중"이라고 밝혔다.

    집회 현장 근처 건물인 블루스퀘어 내부도 붐비기는 매한가지였다. 카페 아르바이트생은 "평소 공연 손님들이 주 고객층이었지만 요즘은 집회에 오시는 시민들도 많이 오신다"며 "몸을 녹이기 위해 따뜻한 아메리카노나 차를 많이 주문하시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 ▲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는 한강진역 2번 출구 앞에서 시위 현장으로 향하던 시민들이 태극기 등 집회용품을 둘러보고 있다. ⓒ정혜영 기자
    ▲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는 한강진역 2번 출구 앞에서 시위 현장으로 향하던 시민들이 태극기 등 집회용품을 둘러보고 있다. ⓒ정혜영 기자
    ◆ 카페 '선결제 열풍'에 매출 2~3배↑

    한남초등학교 인근 한 카페 안은 '선결제 열풍'에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집회 참가자들은 추위에 얼어 있던 몸을 녹이기 위해 계속해서 카페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내부 자리가 다 차있었던 터라 손님들은 음료를 테이크아웃(take-out)해 나가거나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 70대 남성은 "돈을 내려고 했는데 아쉽게 됐다"면서 "무료로 준다니 집회에 참여할 맛이 난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카페에 막 들어온 중년 여성 2명은 서로 "자리 없지?" "아예 하나도 없다"며 발길을 돌렸다. 카페 직원들이 음료 만들기에 분주해 일부 시민들은 기자에게 화장실은 어디에 있는지 묻기도 했다.

    이날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참여자들을 위해 국민의힘 비대위 갤러리에서 아메리카노 300잔을, 자유통일 측에서 유자차 100잔과 아메리카노 100잔을 이 카페에 선결제한 상태였다. 카페 주인은 "주문이 물 밀듯 들어온다. 방금 주문이 몇 잔 들어왔는지조차 헷갈린다"면서도 "평소 조용했던 카페에 이젠 손님들이 많이 와서 매출이 2~3배 정도 뛴 것 같다"고 밝혔다.
  • ▲ 10일 오후 관저 인근 한 카페에 '선결제 행렬'이 이어져 주문이 몰리면서 카페 직원들이 동시에 여러 잔의 음료를 만들고 있다. ⓒ정혜영 기자
    ▲ 10일 오후 관저 인근 한 카페에 '선결제 행렬'이 이어져 주문이 몰리면서 카페 직원들이 동시에 여러 잔의 음료를 만들고 있다. ⓒ정혜영 기자
    ◆ 전문가 "선결제 문화, 시민들 정치 효능감 높여"

    한남오거리 육교 근처에 있는 한 커피전문점도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기자는 다행히 하나 남은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계산대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려 하자 아르바이트생은 "자리는 맡으셨냐"고 재차 확인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인 20대 남성은 "집회 이전보다 손님 방문이 평일은 2배, 주말은 3배 가까이 늘었다"며 "그만큼 자리가 없어 그냥 나가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늘어난 물량에 맞춰 추가 발주하느라 바쁘다"고 설명했다.

    시민 집회의 새로운 문화로 등장한 선결제 열풍이 시민들의 정치 효능감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에 새로 나타난 '선결제 문화'는 추운 겨울날 직접 집회 현장에 나가있는 시민들에게 힘을 보태고 연대하려는 심리"라며 "이는 시민들의 정치적 효능감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 ▲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 국제루터교회 앞에 경찰 추산 약 2000명의 시민이 모여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 국제루터교회 앞에 경찰 추산 약 2000명의 시민이 모여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다.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