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00여 편 접수…대상은 2026년 명동예술극장 무대화배해률 '야견들', 윤지영 '그라고 다 가불고 낭게' 우수상 수상
  • ▲ 왼쪽부터 배해률 작가, 박정희 국립극단 예술감독, 김주희 작가, 윤지영 작가.ⓒ국립극단
    ▲ 왼쪽부터 배해률 작가, 박정희 국립극단 예술감독, 김주희 작가, 윤지영 작가.ⓒ국립극단
    김주희 극작의 '역행기(逆⾏記)'가 국립극단 창작희곡 공모 대상을 수상했다. 

    국립극단은 지난 30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2024년 창작희곡 공모 수상작 3편을 발표했다. 공모 신청작 303편 중 대상작 1편과 우수상작 2편이 국립극단 창작희곡 공모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선정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된 심사에서 18편이 심사위원 추천작으로 특선했으며 최종 본심에는 6편이 올랐다. 공모 대상에는 3000만원, 우수상에는 각각 1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국내 현존하는 미발표 희곡 공모 중 최대 상금 규모다.

    '역행기'는 8년째 집 밖으로 나가지 않던 잉여인간 '이슈타르'가 삶을 끝내기로 마음먹었을 때 지하세계로 역행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상의 여성이 시간과 공간을 역행하는 걸음에 신화적 외연을 부연해 급속도로 성장해 온 한국사회가 수 세대 동안 무심하게 지나쳤던 사회적 문제를 드러낸다.

    심사위원회는 "이야기가 요구하는 상상적 공간의 스케일, 이야기를 추동하는 주제의 다층성을 감안할 때 대작이라 부를 작품이다. 작품이 지닌 미덕들은 무대예술가들로 하여금 무대적 구현의 어려움을 기쁜 도전으로 받아들이게 할 것"이라고 평했다.

    김주희 작가는 "작가로서 가장 취약한 점과 마주하려고 했던 작품이자 글쓰기에 있어 제 모든 관심사가 보관된 비밀스러운 사물함"이라며 "망가지고, 뒤틀리고, 부서지고, 숨으려 드는, 작고 연약한 존재들은 늘 빛이 난다. '역행기'를 비롯해 앞으로도 글자들의 시작점에 그들을 제일 먼저 데려가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우수상은 배해률 극작의 '야견들'과 윤지영 극작의 '그라고 다 가불고 낭게'에게 돌아갔다. '야견들'은 1938년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뽀이'로 태어났지만 '모던걸'의 차림을 하고 사는 한 인간의 폭력 대항기를 그린다.

    '그라고 다 가불고 낭게'는 '여수순천 10.19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인물과 그의 어린 시절을 공존하는 시간으로 구성해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과거사를 다루는 작품의 상투형을 벗어내고 동화적인 방식으로 우리 시대에 절실한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1957년 시작된 국립극단 창작희곡 현상 공모는 창작극 개발 방식을 다양화하면서 2008년까지 이어졌다. 2024년 15년 만에 부활한 공모는 올해도 2회차 접수를 진행한다. '역행기'는 낭독회와 작품 개발 과정을 거쳐 이듬해 본공연으로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