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내각제 개헌론' … 국민 여론은 글쎄"헌법에 의회 내각 불신임권 보장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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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의사당 전경.ⓒ손혜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개헌 주장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개헌의 방향을 두고 숙고를 거쳐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철폐를 명분으로 내각제 개헌론을 제기하자, 여권에서는 의회에 대한 견제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안팎에서는 권력 구조 개편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여야 차기 대선주자급 또는 유력 인사들을 중심으로 의원 내각제 개헌론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근거로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는 명분이 제시되고 있다.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야 한다"면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비롯해 내각제를 "좋은 선택지"라고 언급했다.국민의힘의 유력 인사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 이철우 경북지사 등 광역단체장들도 '내각제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통치 구조, 대통령 중심제 국가가 과연 우리의 그런 현실하고 잘 맞는지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개헌 논의의 필요성을 제시했다.다만 권 권한대행은 '내각제 중심의 개헌'을 주장하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즉답은 피했다. 야권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이 대표와 민주당의 친명(친이재명)계는 개헌론에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국회의 입법 독재를 견제하는 목소리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만큼 비등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1987년 개헌으로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은 사라졌지만 국회는 대통령 탄핵소추 권한을 갖고 있고, 야당은 특히 거대 의석수를 내세워 예산 감액안을 통과시킨 데다, 국가 최고 감사기구와 수사기구 수장 등을 줄줄이 탄핵하기에 이르렀다.국회는 또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데 이어 거대 야권을 중심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까지 탄핵하겠다는 태세다. 이런 상황에서 총리뿐 아니라 정부 부처 장·차관을 국회의원이 도맡는 '의원내각제' 주장이 확산하자 이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3~5일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대통령제 개선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51%는 '현행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으므로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여론조사상 '4년 중임 대통령 중심제'에 대한 선호도가 46%로 가장 높았고, 의원 내각제에 대한 응답률은 18%에 불과했다.정치권에서도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도 개헌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섣부른 내각제 개헌 주장이 자칫 국민의 반발을 초래해 개헌 자체에 대한 논의가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힘을 적당히 덜어내는 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라면서도 "제왕적 대통령제만을 근거로 한 개헌론은 국민적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여야 할 것 없이 거대 의석수에 의한 쏠림 현상과 입법 독재가 가능해질 때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내각제 개헌의 운을 띄운 오 시장도 2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지금 우리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많이 걱정하는데, 사실 지난 총선 이후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을 쭉 회고해보면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의 정치적인 공세가 거의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킬 정도로 강화돼 왔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내각이 가지고 있는 의회 해산권과 의회가 가지고 있는 내각 불신임권, 이런 조항이 1987년 헌법에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면 아마 지금처럼 극단적인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같은 라디오 방송에서 "87년 체제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며 개헌에 힘을 실으면서도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도 손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안 의원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반드시 필수적"이라며 "그래야만 우리가 이 악마 같은 (줄탄핵) 악순환 고리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한편, 기사에 인용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지난 3~5일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