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오는 2일 감사원장 탄핵안 국회 보고尹 정부 들어 18번 탄핵 추진 … 현실화 無與 "정부 무력화하겠다는 거대 野의 패악질"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헌정사상 첫 감사원장 탄핵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정무직 공무원과 현역 검사 등을 향해 무차별 탄핵을 남발한 민주당이 급기야 '공직 사회 최후의 보루'인 감사원장을 탄핵해 국가 감사 기능까지 마비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탄핵 제도를 정략적 도구로 이용해 감사원을 민주당 산하 기구로 만들겠다는 교활한 속셈으로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발상"이라며 "국가의 감사 기능을 마비시키고 정부를 무력화하겠다는 거대 야당의 횡포이자 패악질"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를 열고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소추 추진을 공식화했다. 민주당은 탄핵안을 다음 달 2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 최 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회 증언감정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탄핵 사유다. 대통령실 관저 이전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부당 개입 의혹을 감사원이 뭉갰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이미 민주당은 같은 내용으로 최 원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최 원장은 감사원장 최초 내부 승진 인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절인 2021년 11월에 임명됐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감사원 정치 중립 취지에 맞는 인사라는 결론이 나며 그대로 유임됐다. 임기는 2025년 11월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칼을 겨눈 최 원장은 눈엣가시다. 최 원장 체제 감사원은 문 정부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통계 조작 의혹, 사드 배치 지연 의혹, 북한 감시 초소(GP) 철수 부실 검증 등 의혹을 감사했다. 통계 조작과 사드 배치 지연 등은 감사를 마치고 문 정부 인사들의 검찰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 ▲ 최재해 감사원장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최재해 감사원장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민주당이 최 원장의 탄핵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감사원 업무는 사실상 마비 위기에 놓였다.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면 최 원장의 직무는 헌법재판소 판결 시까지 정지된다. 

    최 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다음 권한대행은 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조은석 감사위원이 맡게 된다. 그는 내년 1월 퇴임을 앞두고 있다. 그가 퇴임할 때까지 최 원장의 헌재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다음 순서는 김인회 감사위원이다. 마찬가지로 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다. 

    주요 감사는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감사 계획과 처분을 결정하는 감사위원회는 현재 7인 체제다. 모든 결정이 과반 찬성으로 이뤄지는 구조다. 하지만 표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최 원장이 빠지게 되면 남은 6인의 구성이 여야 3대3 구도가 된다. 감사 현안 결정에서 견해가 충돌하면 의결할 수 없게 된다. 

    민주당이 탄핵을 이용해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민주당은 윤 정부가 들어선 2022년 5월 이후 14개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최 원장을 비롯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탄핵도 추진한다. 탄핵안이 발의됐거나 예정된 건수만 18개다. 

    하지만 탄핵이 현실화한 적은 없다. 이태원 참사를 이유로 추진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헌법재판소가 기각했다. 9인 전원 일치 판결로 민주당의 굴욕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안동완·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안도 국회에서 가결해 헌재로 넘겼지만 모두 기각됐다.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검사만 9명에 달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민주당 탄핵의 장이었다. 민주당이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탄핵을 연이어 시도했고, 이들은 방통위 마비를 막아야 한다며 자진 사퇴를 선택했다. 김 전 위원장의 직무대리를 맡은 이상인 방송통신위원도 탄핵하려 했지만 이 위원이 자진해서 사퇴했다. 새로 임명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취임 이틀 만에 탄핵당해 현재 헌재 심리를 받고 있다. 방통위는 개점휴업 상태이다. 

    이에 대해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탄핵이라는 단어가 주는 엄중함은 사라진 지 오래고, 깃털보다 가벼운 단어로 전락했다"며 "다수당을 이용해 좋지 않은 선례들을 마구잡이로 만들어 놓으면 더 강력한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