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 대규모 간첩 조작 사건法 "불법구금·가혹행위 당해 …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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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 뉴데일리 DB
197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 간첩조작 사건인 '통일혁명당(통혁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사형 선고를 받았던 고(故) 진두현씨 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서울고등법원 제10형사부(부장판사 남성민)는 31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고 진두현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를 받았던 방위사업체 직원 고 박석주씨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됐다.진씨가 1976년 사형이 확정된 지 48년여 만, 재심청구서가 접수된 지 7년여 만의 결정이다.재판부는 "국가의 형벌권 대상은 법률의 실체적 진실을 엄격한 증명으로 밝힐 때 정당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이어 "심리 결과 피고인들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은 보안사에 의해 불법 구금돼 가혹행위를 당한 이후 자발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자백의 보강 증거로 제출된 압수물 역시 불법 수집된 것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형사소송법은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재판부는 "(피해자 고 진두현씨 아내가) 구순에 선고를 듣기 위해 일본에서 오신 걸 보면 반백 년 흘렀음에도 고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어 "피고인들과 유족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선고 직후 방청객들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박수를 쳤다. 진두현씨 아내 박삼순씨는 "감사하다"고 말했다.통혁당 재건위 사건은 1968년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대규모 간첩 사건이다. 검거된 사람만 150명이 넘고 이들 가운데 총 17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당시 중앙정보부는 이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남한에서 반정부·반국가단체 활동을 했다"고 발표했다.이로 인해 진두현씨 등 4명은 사형을 선고받았다. 박석주씨는 복역 도중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열·강을선씨는 실제로 사형이 집행돼 사망했다.1974년 당시 '재일거점 국내침투 간첩단'으로 보도됐던 통혁당 사건은 1968년 통혁당 사건과 연결점이 확인되지 않아 간첩 조작 사건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