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공연 '에코 앤드 에코'… 13일 세종예술의전당, 11월 30일 통영국제음악당최우정 작곡가, 백제가요 '수제천(壽齊天)' 클래식 음악으로 재해석
  • ▲ 국립심포니 '에코 앤드 에코'(ECO & ECHO) 리허설 현장.ⓒ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 국립심포니 '에코 앤드 에코'(ECO & ECHO) 리허설 현장.ⓒ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1500년 전 백제시대 때부터 내려온 '수제천(壽齊天)'은 주고받는 형식미가 있는 장대한 곡으로, 고려 초기 백제가요인 정읍사(井邑詞)에 곡을 붙였다고 해서 '정읍'으로 불렸다. 조선시대 궁중음악으로 쓰면서 성악 부분은 사라졌으며, 19세기 말부터 자연스레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현재 관악기 합주곡으로 연주되고 있는 '수제천'은 듣는 이에게 '생명이 하늘처럼 영원하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선율을 연주하는 피리와 다른 악기의 합, 독특한 연음 형식, 역동적이고 일필휘지로 뻗어 나가는 구성이 백미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수제천'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최우정 작곡가의 '수제천 리사운즈(resounds)'를 기획 공연 '에코 앤드 에코(ECO & ECHO)'에서 세계 초연한다. 이번 연주회는 환경(Eco)을 주제로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고민을 음악(Echo)으로 풀어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에코 앤드 에코' 리허설을 앞두고 만난 최우정 작곡가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수제천'을 즐겨 들었다. 저를 상당히 편안하게 해주는 음악"이라며 "국악을 분석하고 그 요소를 적용하기 보다는 최대한 감상자의 입장에서 쓰려고 했다"고 밝혔다.
  • ▲ 지난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에코 앤드 에코' 리허설을 앞두고 만난 최우정 작곡가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 지난 11일 서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에코 앤드 에코' 리허설을 앞두고 만난 최우정 작곡가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수제천 리사운즈'는 두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다. 첫 악장 '오래된 음악들의 메아리'는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자연에 대한 회상을, 두 번째 악장 '먼 훗날로부터 오는 메아리'는 오늘날 사라져가는 자연을 상징한다. 특히, 2악장은 말러 교향곡 5번처럼 트럼펫 사운드를 자주 활용해 '자연 파괴'에 대한 경각식을 강하게 일깨운다.

    최 작곡가는 "원래는 희망적이고 평화롭게 끝내려고 했는데 지휘자께서 경고성 메시지를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며 "성경뿐만 아니라 경고를 할 때 나팔을 많이 분다. 메아리 빼고 곡에서 7번 등장하는데, 클래식 애호가들이 들으면 경고의 의미를 알 수 있게 익숙한 코드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구성도 눈에 띈다. '수제천 리사운즈'의 1악장이 끝나면 멘델스존 '핑갈의 동굴', 본 윌리엄스의 '종달새의 비상',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이 이어지며, 마지막 곡으로 두 번째 악장을 연주한다. 정교한 새소리를 닮은 바이올린 독주가 인상적인 '종달새의 비상'은 바이올리니스트 유다윤이 협연한다.
  • ▲ 국립심포니 '에코 앤드 에코'(ECO & ECHO) 리허설 현장.ⓒ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 국립심포니 '에코 앤드 에코'(ECO & ECHO) 리허설 현장.ⓒ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에는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는 미디어아트가 동시에 상영된다. 지휘를 맡은 정치용은 "서양 음악만 가지고 얼마든지 자연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공연의 처음과 끝을 우리 곡으로 배치하면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영상과 음악의 조화를 통해 청중이 자연환경에 대해 한 번쯤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우정은 음악극 '적로', 오페라 '1945', 뮤지컬 '광주', 무용극 '마디와 매듭' 등 꾸준히 한국적 요소를 작품에 담아오고 있다. 그는 "국공립단체가 해외에서 하는 공연을 보면 '우리는 이런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제는 나라 위상에 맞게 세계를 움직이는 지식인·정치인·권력자들과 치열하게 논쟁하고 문제를 공유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심포니 'ECO & ECHO'는 13일 오후 7시 세종예술의전당 대극장과 11월 30일 오후 3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