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서 금투세 논쟁 본격화 … 계파전 양상유예 말했던 李 따라 친명계는 '유예론' 쏠려강성 지지층서도 금투세 유예 여론 강해"다양한 견해 듣고 결단하는 실용적 모습 어필"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쟁이 시작된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일석이조를 노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을 두고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공론화해 '일극체제'라는 비판을 덜어내고, 자신이 주장한 '금투세 유예'를 극적으로 관철해 상황을 반전시킨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0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의 역동성이 떨어졌다는 여론이 있는 만큼, 금투세 논란이 오히려 민주당이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보여드릴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토론회와 이후 의원총회 등을 거치며 당내 이견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금투세 공개 토론회를 개최한다. 찬성과 반대 입장에 선 의원 2~3명이 팀을 이뤄 자신의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하지만 토론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당내에서는 다양한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친명(친이재명)으로 평가받는 의원들은 유예론을 적극적으로 설파하고 있다. 이 대표가 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개진한 유예론에 동조하는 것이다. 이 대표가 영입한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당 공식회의에서 유예론을 언급했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선진화한 다음에 시행해도 늦지 않다"며 "현재 국내 증시 상황과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금투세를 무리하게 시행할 경우 주식시장에 참가한 1400만 명 국민 다수의 투자 손실 우려 등 심리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 한국주식투자자연합을 비롯한 12개 투자자 단체 회원들이 8월 1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금투세 폐지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한국주식투자자연합을 비롯한 12개 투자자 단체 회원들이 8월 1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금투세 폐지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 선대위 전략상황실장을 맡은 이연희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우리의 목표는 자본시장의 선진화다. 금투세는 그 과정에 있어 하나의 수단"이라며 "금투세가 도입되면 주가가 뛰어오르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금투세 강행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대다수 개미 투자자들을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금투세 논쟁이 계파 양상을 띠는 상황에서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며 찬성론자들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유예를 거론한 이 대표에 맞서 친문계가 '대선 가도'를 방해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민주당 당원커뮤니티 '블루웨이브'에는 "금투세는 언급조차 말아라", "진성준 정책위의장 사퇴해라", "금투세는 핵폭탄임을 명심해라"는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의 비판도 거세다. 여론이 민주당과 이 대표에게 부정적으로 기울어지는 모습에 금투세를 '재명세'로 규정하고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다. 금투세와 비슷한 세제를 도입하자마자 주가지수가 36%나 급락했던 대만 사례 등을 거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런 상황을 '부드러운 유예론 관철'로 반전시키려 한다는 것이 당내 인사들의 전언이다. 금투세가 노무현 정부에서 반발을 샀던 '종합부동산세'와 문재인 정부가 핵심 과제로 추진하다 정권을 내줬다는 평가를 받는 '임대차 3법'만큼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표의 설득과 결단'을 통해 드라마틱한 결말을 선보일 수 있다는 논리다.

    금투세 찬성론자인 진 정책위의장을 이 대표가 2기 지도부가 들어선 상황에서도 유임시킨 것도 '포용을 통한 유예론 관철'을 위한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향후 금투세 유예론에는 불이 더욱 붙을 전망이다. 친명계 의원들은 유예론을 적극적으로 설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가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당내 여론전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미 이 대표는 금투세 강행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수차례 드러냈다. 당내 여론전에 불이 붙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리더로서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모습을 보이고, 결단하는 모습을 보이면 여론은 오히려 '실용주의자'라는 이미지를 기억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