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 전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 마지막 제자한세예스24문화재단 첫 음악회, 5일 오후 7시 롯데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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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리톤 벤야민 아플이 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한세예스24문화재단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1925~2012)는 독일 가곡(Lied·리트)을 오페라와 동등한 지위로 격상시킨 전설적인 성악가다. 명료한 발음과 노래 몇 소절만 들어도 누가 부르는지 알 수 있는 독특한 음색을 지닌 그는 '리트 가창의 교과서'로 불린다. 슈베르트부터 말러·볼프의 리트까지 "그가 부르지 않은 가곡은 없다"고 할 정도다.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의 마지막 제자 바리톤 벤야민 아플(42)이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아플은 한세예스24문화재단의 첫 음악 프로젝트 '2024 여름에 만나는 겨울나그네(Winterreise)'을 통해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그는 "전율이 느껴질 만큼 한국에 와서 기쁘다. 한국은 저에게 매우 매혹적인 나라고, 문화강국"이라며 "오직 피아노 반주에 맞춰 관객과 소통하는 독일 최고의 문화 수출품인 가곡을 선보일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독일 태생의 벤야민 아플은 레겐스부르크 돔스파첸 합창단에서 활동하며 음악에 대한 애정을 키웠다. 예술가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생각으로 레겐스부르크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후 은행원이 됐지만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성악가가 되서 여행가방을 가지고 전 세계를 다니는 삶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내면과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내 감정을 밖으로 끌어낼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다시 음악을 해야겠다 결정한 이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
- ▲ 벤야민 아플과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벤야민 아플 제공
아플은 2009년 오스트리아 슈바르첸베르크에서 열린 슈베르티아데 마스터클래스에서 피셔디스카우를 처음 만났다. 2012년 5월 피셔디스카우가 사망하기 전까지 성악가로서의 기교뿐만 아니라 곡 해석과 표현, 무대 공포증 등 음악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다.아플은 "28살 때 피셔디스카우를 만난 건 내 삶 최고의 행운이자 선물"이라며 "그는 연주회를 할 때마다 자신의 음악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창조하려고 했던 분이다. 음악에 담긴 배경, 작곡가의 의도와 상황 등을 깊이 연구해서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냈다"고 전했다.'겨울나그네'는 빌헬름 뮐러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의 왕' 슈베르트의 대표적인 연가곡이다. 1827년 그의 나이 30세 때 작곡된 작품으로, 실연으로 인한 슬픔과 절망 속에서 방황하는 한 청년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총 24개의 노래로 이뤄졌으며, 다섯 번째 곡 '보리수'가 가장 유명하다.2012년 슈베르트협회의 '독일 슈베르트 상'을 받은 아플은 '겨울나그네'와 인연이 남다르다. 2022년 '겨울나그네' 앨범을 발표했으며, 같은 해 영국 BBC와 함께 '겨울나그네'를 독특하게 선보이는 영화 프로젝트 '겨울기행(Winter Journey)'에 출연했다. -
- ▲ 백수미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이 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한세예스24문화재단
그는 "겨울나그네'는 약 200년 전 만들어졌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큰 울림을 주는 시대를 초월한 작품이다. 지금 독일에서 사용하지 않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가 있다. 시와 음악이 완벽하게 결합돼 있는 곡으로, 독일 가곡의 가장 아름다운 형태"라고 설명했다.이어 "주인공은 자신 안의 깊은 곳까지 내려가는 내면의 여행을 떠나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24개 곡을 통해 슬픔, 두려움, 죽음 등 인간의 감정을 일일이 살핀다. 내면 여행에서 느끼는 감정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연주자에 따라 의미와 음악이 달라진다. 최대한 관객과 소통하면서 노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한편,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한세예스24문화재단(이하 재단)은 음악 분야까지 확장하는 첫 걸음을 내딛는다. 재단은 지난 10년간 문화예술, 학술 연구, 장학 지원, 해외 봉사 활동 사업 등을 펼쳐왔다. 이번 '겨울나그네'를 시작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양질의 클래식 공연을 대중에게 소개할 계획이다.성악 전공자이기도 한 백수미 재단 이사장은 "한국에서 성악 공연은 대체로 오페라나 스타 음악가들의 리사이틀에 집중돼 있고, 순수한 예술성을 가지고 있는 독일 가곡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며 "첫 음악 프로젝트인만큼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한 번도 내한한 적 없는 벤야민 아플을 선정했다"고 밝혔다.'여름에 만나는 겨울나그네'는 전석 초대로, 응모를 통해 일반 관객 300명을 초청한다. 백 이사장은 "향후 재단은 미술, 문학,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 등을 통해 대중들의 문화 경험을 확대하고, 궁극적으로는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 ▲ 바리톤 벤야민 아플과 백수미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이 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한세예스24문화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