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재판부에 유사 사건 연속 배당산술적으로 196분의 1, 희박한 확률'직권배당' 여부 의심할 수밖에 없어
  • 최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임명을 막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가 KBS 구(舊) 이사들이 낸 신규 이사 임명처분 취소 소송까지 맡자, "유사 사건이 연속으로 특정 재판부에 배당되는 희귀한 일이 벌어졌다"며 "'배당 조작'이 의심된다"는 주장이 정치권 등 각계에서 제기됐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휘)는 2일 오후 성명서를 내고 "총 14개의 재판 합의부를 두고 있는 서울행정법원에서, 동일한 재판부가 유사한 사건을 연속으로 배당받을 확률은 산술적으로 196분의 1, 즉 200분의 1에 가깝다"며 "여기에 연속배당을 최소화하는 알고리즘까지 작동한다고 가정한다면, 그 확률은 더욱더 떨어진다"고 전제했다.

    "그렇다면 과연 '랜덤'으로 배정된다는 '전자배당'에 의해 행정12부가 또 KBS 이사 임명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을 맡게 된 것인지, 불신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의심한 미디어특위는 "전자배당을 가장해 사실상 '직권배당'이 이뤄진 것은 아닌지 법조계는 합리적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특위는 "법률상 존재하지 않는 요건을 임의로 적용해 행정부의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삼권분립을 훼손했다는 비판에 휩싸여 있는 행정12부"라며 "이러한 재판부가 유사 사건을 또 맡는 것부터 이미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편파 재판'의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서울행정법원 차원에서 다른 재판부가 KBS 사건을 맡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 미디어특위는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불공정 재판을 우려해 기피 신청을 한 상태"라며 "그런 가운데 행정12부의 연속된 재판은 납득하기 매우 힘들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특위는 "이 모든 소모적 논란을 잠재우고 '배당 조작'의 의혹을 떨쳐낼 책무는 서울행정법원에 있다"며 "어떤 경위로 행정12부가 방문진에 이어 KBS의 이사 임명 효력정지 사건까지 맡게 됐는지, 사실을 있는 그대로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자배당 오류 아니라면‥'정치적 의도' 의심"


    같은 날 미디어특위가 주관하고,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헌법이생각하는변호사모임(헌변)·경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경변)이 공동주최한 <'방문진 집행정지 인용', 위헌적 삼권분립 훼손과 정치편향성 검토 간담회>에서도 동일한 주장이 나왔다.

    경변 대표 유정화 변호사는 "조능희·송요훈·송기원 등 방문진 이사 공모에 지원했던 3인이 제기한 방문진 이사 선임 집행정지사건은 행정6부에, 권태선 등 방문진 구 이사 3인이 제기한 방문진 이사 선임 집행정지사건은 행정12부에 배당됐는데, 최근 KBS 구 이사 5인이 제기한 KBS 이사 임명처분 집행정지사건이 다시 행정12부에 배당됐다"고 지적했다.

    유 변호사는 "전담재판부가 정해져 있지 않은 사건은 판결의 공정을 기하기 위해 법원이 '전산배당(랜덤배정)'을 하는 게 원칙"이라며 "서울행정법원의 14개 부 가운데 행정12부에 연속배당될 확률은 '196분의 1' 정도고, 알고리즘에 따라 연속배당이 되지 않게끔 하는 다양한 요소들까지 고려하면, 유사한 사건이 행정12부에 연속배당되는 것은 매우 희박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어떻게 KBS 이사 선임 집행정지 사건까지, 방문진 이사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내린 행정12부에 바로 배정될 수 있는지, '전자배정' 매커니즘에 오류가 생긴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며 "이것이 그간 법원이 천명해 온 공정한 배정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지금 행정12부의 판결이 '삼권분립'을 와해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당 결과까지 이러하다면, 과연 그 배당에 어떤 '정치적 의도'가 없는 게 확실한 건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12부 … 전자배당? 직권배당?"


    방문진으로부터 관리·감독을 받는 MBC 내부에서도 "특정 재판부가 유사한 사건을 연속배당받은 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번 사건이 행정12부에 '직권배당'됐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MBC노동조합(3노조,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오정환·강명일)은 지난 주말 배포한 <또, 12부! 전자배당했나? 직권배당했나?>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많은 법률가들이 방문진 이사 선임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에 이어 KBS 이사 선임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까지 서울행정법원 제12부에 배당된 것을 보고 의아해하고 있다"며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임의배당 의혹이 불거진 이후 사건의 배당은 전문재판부가 없는 다음에야 무조건 '전자 랜덤배당'을 하고 있는데, 14개 재판부 중 유독 12부에 연속으로 몰리는 것은 매우 확률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행정법원이 가처분 사건 재판부를 몇 개로 한정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14개 합의부를 대상으로 '전자 랜덤배당'을 한다면 유사 사건이 연속으로 특정 재판부에 배당되는 것은 0.5% 정도의 확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MBC노조는 "많은 법률가들은 두 건의 방문진 이사 집행정지 사건의 결과가 행정법원 제6부에서는 '기각결정'이 났고, 행정법원 제12부에서는 '인용결정'이 났기 때문에, 예단을 주지 않기 위해서 두 재판부는 제외하고 '랜덤배정'을 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조언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2부 연속배당이 뭐가 어떠냐'는 식이라면, 사건배당의 총 책임자인 서울행정법원장에게 이러한 '불공정성' 민원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MBC노조는 "강재원 판사의 제12부가 왜 이렇게 중요한 사건들에 두 번이나 배당됐는지 국민들은 알권리가 있다"며 "서울행정법원은 송요훈 등 3인의 방문진 이사 선임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부터 이번 KBS 구 이사들의 KBS 신임 이사 선임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까지 △배당일지와 △배당관여자 △그리고 '전자 랜덤배당' 실시 여부 등을 낱낱이 공개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