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어도, 입법·사법부 권력 요지부동사회 곳곳에 '연가시' 침투 ‥ 정부 쥐락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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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흡사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는 듯하다.
2년 전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으나 우리 국민은 여전히 문재인 정부의 잔재(殘滓) 속에 허덕이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잔재'가 아니라 국가체제 뼛속까지 틀어박힌 '연가시'라 할 수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곳곳에 침투한 저들의 연가시들이 대한민국의 '중추(中樞)'를 조종하고 있는 모양새.
정권이 바뀌었지만 누군가 '이전과 달라진 게 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가 뭐라도 하나 바꾸려 하면, 입법권과 사법권을 틀어쥔 민주당이 '비토'를 놓는 일상이 수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다.
역대 대한민국 정부 중에서 이렇게 무기력한 정권이 또 있을까. 새로운 정책을 세우려 해도, 새로운 인물을 발탁하려 해도 민주당이 반대하면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수밖에 없다.
무리를 해서 겨우 '새 인물'을 등용하면, 민주당이 '탄핵 카드'로 몰아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끔찍한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방송·통신 분야를 주관하는 핵심 기관,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모두 민주당의 '탄핵 열차'에 강제로 탑승했다 자진해서 뛰어내렸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임명 직후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취임한 지 사흘 만에 직무가 올스톱 되는 신기록을 세웠다.
'앞날'을 예견한 이 위원장은 자신의 권한이 사라지기 전에 공영방송 임원 선임 안건을 서둘러 의결했다. 이 위원장은 임명 당일 회의를 열어 상임위원 2명만으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신규 이사진 임명 안건을 의결하고 KBS 이사회 신규 이사진을 윤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이에 민주당은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에서 2명만으로 의결을 강행한 것은 '방통위 설치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방문진 이사 임명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당 추천으로 임명된 방문진 이사 3명은 방통위의 방문진 신규 이사 임명처분을 무효로 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이를 두고 "'못 먹는 밥에 재 뿌리기' 심보로 벌인 망동(妄動)"이라는 규탄이 언론·시민사회계에서 터져 나왔으나, 놀랍게도 법원은 퇴임을 눈앞에 둔 방문진 이사들의 손을 번쩍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 강재원 부장판사는 신청인들의 임기가 이미 만료됐음에도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했다며 새로운 방문진 이사의 임명행위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구 이사들의 업무수행 권한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3년 전 민주당 정권이 구성한 방문진 이사회가 명맥을 유지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대통령선거로 여야가 바뀌었는데도 오로지 강 판사 한 명의 결정 때문에 여전히 민주당이 '우위'인 방문진 이사회가 존속하게 된 것이다.
아직 본안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 '행정부'인 방통위가 의결한 '방문진 이사 선임행위'가 서울행정법원에 의해 가로막히자, 언론계에서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는 세기의 오판(誤判)이 나왔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28일 서울행정법원 앞에 모인 MBC노동조합(3노조)과 KBS노동조합(1노조),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언총),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자유언론국민연합 회원들은 "행정기관의 '임명권 행사'는 행정기관이 행정행위를 할 때 그 기관에 자유로운 재량이 인정되는 '재량행위(裁量行爲)'"라며 "위법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판사가 방통위의 방문진 인사에 제동을 거는 결정을 내린 건, 행정기관의 임명권 행사를 존중하는 '집행부정지(執行不停止) 원칙'을 저버린 것으로 '행정소송법의 대원칙에 반하는 사법 횡포'라는 게 이들 단체의 시각이다.
상황이 이러니, 강 판사가 '성문법(成文法) 헌법 체계'가 아닌 본인의 '가치관'과 '이념'에 따라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의문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여권은 강 판사가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을 역임한 국제인권법연구회는 법원 내 대표적인 진보 성향 법관들의 모임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법원장이 누군가. 문재인 정부 시절, 정권과 야합해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한 장본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대법관도 거치지 않고 정권의 총애를 받아 사법부 수장 자리까지 오른 그는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비롯해 법원 내 특정 모임에 속한 판사들을 승진시키는 '코드 인사'를 반복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김명수 대법원'의 명을 받들어 각종 요직에 앉은 '코드 판사'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각종 재판을 차일피일 미루고 △청와대가 개입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재판을 뭉개는 한편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등, 문 정권의 꼭두각시 노릇을 했다.
지난해 말 임명된 조희대 대법원장이 '코드 인사'를 배제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재판 지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 대법원장의 '사법개혁'이 단순히 '시동'을 거는 정도에 그치고 만다면, 일개 판사가 국민의 선거로 뽑은 대통령의 행정부의 인사권을 좌지우지하는 지금과 같은 사태가 또 벌어질 수 있다.
법과 정의의 여신 '디케(Dike)'의 눈에 '공정(公正)'의 안대를 씌우는 것은 조 대법원장의 몫이나, 사법부가 '정의'와 '법치'를 제대로 준수하는지 감시하는 건 '주권자'인 국민 모두의 몫이다.
비단 사법부뿐이겠는가. 양상군자(梁上君子)와 전과자들이 활개치는 입법부의 개혁도 시급한 상황이다.
민주당이 문제로 삼는 '방통위 2인 체제'는 민주당이 야당 몫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고, 여당 몫 인사를 국회에 상정하지 않으면서 비롯됐다.
무너진 '정의'와 '법치'를 바로세우기 위해선, 먼저 '삼권분립'을 유린하는 분탕 세력을 입법부와 사법부에서 몰아내야 한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는 지난 정권 하나로 족하다. 대체 언제까지 사리사욕을 위해 정쟁을 일삼는 민주당의 횡포에 놀아날 텐가.
이상휘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장과 강명일 MBC노동조합(3노조)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29일부터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방문진 이사 임명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강 판사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인다고 한다.
'삼권' 중 '이권'을 틀어쥔 민주당에 맞서 '감히' 전면전을 선포한 여당 의원과 기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낙숫물이 돌에 구멍을 낸다는 말이 있다. 미약한 물방물이라도 똑같은 자리에 계속 떨어지면 단단한 돌을 깨뜨릴 수 있다는 것.
이들의 외침이 모여 저들의 철옹성(鐵甕城)을 무너뜨리는 물줄기가 될 수 있도록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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