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1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전라북도 14개 시·군…객석 점유율 82.5%
  • ▲ 이왕준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이 지난 18일 진행된 폐막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 이왕준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이 지난 18일 진행된 폐막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판소리와 월드뮤직, 세계 각국의 동시대 음악이 소통하는 '제23회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닷새 간의 일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14~1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한옥마을, 전라감영 등 전북 14개 시·군에서 열린 '전주세계소리축제(이하 소리축제)'의 주제는 '로컬 프리즘, 시선의 확장'으로, 세계 13개국의 예술가가 참여해 80개 프로그램 106회 공연을 선보였다.

    김희선 집행위원장은 "로컬은 단순히 지역을 뜻하지 않는다. '전북'이 될 수도 있고, 세계적 관점에서는 '한국'이 로컬이 될 수 있다"며 "프리즘은 전북의 예술이 각 지역으로, 한국의 전통예술이 글로벌로, 예술적으로는 전통에서 시작해 동시대 예술, 융복합 예술까지 펼쳐지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 전국적·세계적 축제로 나아가기 위해 23년 만에 가을에서 여름으로 시기를 앞당겨 축제의 방향을 공연예술제로 전환해 차별성을 꾀했다. '판소리 다섯바탕', '전주의 아침', '폴란드 포커스 마웨 인스트루먼티' 등 10개 프로그램 중 16회 공연이 매진됐다. 객석 점유율은 82.5%로, 지난해보다 14%p 올랐다.
  • ▲ 지난 14일 한국소리문화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잡색X'의 공연 장면.ⓒ연합뉴스
    ▲ 지난 14일 한국소리문화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잡색X'의 공연 장면.ⓒ연합뉴스
    축제조직위는 폐막 기자간담회에서 "가을에서 여름으로 시기를 옮기며 전통예술을 중심으로 하는 대표적인 공연예술제로의 전환에 주력했다"면서 "예술성과 대중성 있는 작품을 고루 배치해 다양한 관객층의 만족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개막공연 '잡색X'는 연출가 적극이 맡아 이야기가 있는 농악으로 풀어냈다. 세계문화유산이자 호남 좌도농악을 대표하는 임실필봉 풍물굿을 현대극장 무대 위에 가져와 귀로 듣는 소리에서 체험하는 소리로, 익숙한 소리에서 낯설고 호기심 어린 소리로,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며 소리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작품은 △1막 당산굿 △2막 샘굿 △3막 마을굿 △4막 판굿 △5막 대동굿으로 구성됐다. 풍요와 다산의 상징인 금성이 해금·거문고·가야금으로 우물을 불러내고, 드럼세탁기로 재해석된 마을의 우물에서는 얼굴 없는 20명의 아이들이 태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다 성장해 나간다. 

    4막 판굿에서는 사전 모집한 일반인 50명 '시민 잡색'들이 퍼레이드 현장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해녀복·웨딩드레스를 입거나 할로윈데이 복장 등을 한 채 무대 위를 신나게 누볐다. 적극 연출은 "민중이라는 것, 관객이라는 것,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서 무대에 올릴까 고민했다. 그래서 '잡색'이라는 키워드를 찾아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 ▲ 전주세계소리축제 폐막 공연을 장식한 조상현(오른쪽)·신영희 명창.ⓒ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 전주세계소리축제 폐막 공연을 장식한 조상현(오른쪽)·신영희 명창.ⓒ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
    축제의 마지막 무대는 '조상현&신영희의 빅쇼'(연출 이왕수)가 장식했다. 조상현(87)·신영희(82) 명창은 1995년 방영된 'KBS 빅쇼'에서 '소리로 한세상'이라는 제목으로 무대를 가진 바 있다. 공연은 80대가 된 두 국창이 10명의 젊은 소리꾼, KBS국악관현악단과 30여년 전 선보였던 무대를 재현하며 때깔 나는 소리를 온전히 보여줬다.

    소리의 본고장 전남 보성 출신인 조상현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1910~1987)이 "100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소리"라고 극찬했던 주인공이다. 소리축제 관계자가 2009년부터 무대에 서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를 거절하다가 삼고초려 끝에 수락하며 지난해에 이어 관객과 만났다.

    조상현 국창은 소리축제의 의미에 대해 "역사와 문화는 수천 년 이어져야 역사가 되고 문화가 되는 것이다. 변해야 될 것이 있고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그걸 구분하지 못하면 발전이라고 볼 수 없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새롭게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왕준 조직위원장은 "올해 소리축제는 국악을 필두로 클래식, 해외민속음악, 월드뮤직, 대중음악 등을 통해 로컬의 가치를 재발견하고자 했다"며 "내년에는 축제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고, 한층 더 발전된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닷새간 현장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