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도적 위기 상황에 지원의 길 열려 있어"北, "우리 힘으로 사회주의 낙원 일떠세울 것"
  • ▲ 북한이 평안북도와 자강도를 비롯한 수해지역들 복구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2차 정치국 비상확대회의가 김정은 주재로 지난 7월 29일부터 30일까지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김정은이 회의에 앞서 침수지역을 돌아보는 모습.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북한이 평안북도와 자강도를 비롯한 수해지역들 복구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2차 정치국 비상확대회의가 김정은 주재로 지난 7월 29일부터 30일까지 평안북도 신의주시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김정은이 회의에 앞서 침수지역을 돌아보는 모습.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정부가 지난달 말 집중호우로 심각한 수해를 입은 북한에 대한적십자사를 통한 인도적 지원을 지난 1일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제의했으나 북한이 반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최근 '2국가론'을 내세우며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두 국가'로 규정해 실제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연락 채널을 통해 통화 시도를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북측으로부터 응답은 없는 상황"이라며 "상황을 예단하지 않겠으며 (북한이) 우리 측의 제의에 조속히 호응하기를 기대한다. 참고로 남북이 합의한 1일 두 차례 통화 시간은 오전 9시, 오후 5시"라고 밝혔다.

    앞서 박종술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한적십자사의 대북 수해 지원 입장을 발표했다.

    박 사무총장은 "최근 신의주 등 평안북도와 자강도를 비롯한 북한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북한 주민들에게 큰 피해가 발생했다"며 "우리 측은 인도주의와 동포애의 견지에서 북한 이재민들에게 긴급히 필요한 물자들을 신속히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지원 품목, 규모, 지원 방식 등에 대해선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와 협의할 준비가 돼 있으며 조속한 호응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적십자사와 북한 적십자회는 남북 간 긴급 수해 지원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 교류 협력 교섭 창구 역할을 해왔다. 북한이 지난해 4월부터 남북 연락 채널을 일방적으로 차단한 가운데, 정부가 대한적십자사의 발표 형식으로 지원을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제의한 것이다. 2022년 5월 코로나19 방역 협력과 관련한 실무접촉을 제의한 이후 윤석열 정부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 제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한적십자사의 입장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인도적 위기 상황에 대해선 언제든 지원의 길을 열어두고 있다는 의사를 표명해 왔다"며 "북한 수해 상황을 인지한 후 대한적십사와 긴밀한 소통을 거쳐 수해 구호물자 지원을 제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발표는 대한적십자사가 했지만, 정부와 협의한 결과"라며 "형식상 남북 적십자의 실무 접촉 방식이 될 것이지만, 정부와 공동 협의로 진행하는 만큼 정부의 직접 제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지원이 성사된다면 남북협력기금에서 재원을 조달하려고 한다. 국제기구를 통하지 않고 남북 직접 지원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며 "지원 품목은 북쪽이 우리 제안에 호응하면 협의해 확정할 것이다. 우선 이재민한테 긴급히 필요한 의약품이나 비상식량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호응 여부에 대해선 "예단하지 않겠다. 우리 측의 제의에 호응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말 신의주와 의주에서 집중호우로 주택 4100여 세대, 농경지 3000정보를 비롯해 수많은 공공건물과 시설물, 도로, 철길이 침수됐다.

    북한 김정은이 지난달 29일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인명피해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사망자가 최대 1000명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정황을 우리 정보 당국이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수해지원은 1995년, 2005년, 2006년, 2007년, 2010년 모두 다섯 차례 이뤄졌고, 우리도 1984년에 북한으로부터 수해에 대한 이재민 구호물자를 지원받은 바 있다. 정부는 2011년과 2012년에도 수해 지원을 제안했으나 북한이 거부했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 적대 노선 등을 고려하면 북한이 우리 측 제의에 호응할 가능성은 작다. 전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3면에 걸쳐 수해 지역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하는 한편 1면에 사설을 싣고 "우리는 우리의 힘, 우리의 손으로 얼마든지 피해지역들에 사회주의 낙원을 보란 듯이 일떠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