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 캠프 측, 구제역에 '후보 홍보' 요청"선거법 위반 우려 ‥ '현찰'로밖에 못 준다"구제역 "300만 원이면 3편 제작·송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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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버 '구제역'. ⓒ서성진 기자
31일 본지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로부터 받은 녹취파일에 따르면 2022년 2월 3일 당시 '허경영 대선캠프' 관계자 A씨가 구제역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후보 다자대결 지지율 조사에서)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5.6%가 나왔는데, 정작 'TV토론'에선 불러주지 않아 억울한 상황"이라며 "유튜브라도 나올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선거법 위반이기 때문에, 영상제작비를 내야 한다면 '현금'으로 드릴 수밖에 없다"며 "만약 구제역이 영상을 올리면 신문사 5~10곳에서 이를 인용보도하기로 협의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작이 가능하다면 지원금이 얼마 정도 필요하냐? 지원비 규모만 얘기를 해 주면 저희가 만나러 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구제역은 "아무래도 좀 위험 부담이 있다 보니까, 보통 이런 분들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500만 원을 부른다"며 "그 정도 금액이면 몇 회 정도까지 방송 분량을 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관위와 이쪽에서 어떻게 대처를 하는지에 따라 다른데, 1편에서 보통 3편 정도까지 나온다"고 부연한 구제역은 "이게 이슈가 계속된다면 제 입장에서도 계속 만드는 게 좋으니까, 2편 내지 3편까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A씨는 "그 금액이 저희 회장님(허경영 후원자로 추정) 쪽에서 얘기한 금액과 좀 텀이 있다"며 "혹시 조절이 되냐"고 물었다.
그러자 구제역은 "조절은 가능하다"고 답했고, A씨는 "그러면 편당 100만 원에 총 3편을 만드는 것으로 보고를 올려도 되겠느냐"고 재차 물었다.
구제역은 "그렇게 올려도 되는데, 나중에 분량이 안 나오면 1편에 그칠 수도 있다는 점은 양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후에도 A씨와 수차례 통화를 더 나눈 구제역은 "홍보가 더 필요하면 C씨나 G씨 등 다른 유튜버들도 소개해 줄 수 있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구제역은 다른 지인과의 통화에서도 '허경영 대선캠프' 측으로부터 '홍보영상 제작' 제안을 받은 사실을 밝히며 "제작비 총 300만 원에 계약금조로 50만 원을 받았다"고 상세한 설명을 하기도 했다.
구제역은 A씨와 약속한 '라이브 방송' 전날, 지인 B씨에게 전화를 걸어 '허경영 대선캠프' 측으로부터 영상제작비를 받은 게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B씨는 "별문제는 안 되겠지만 (캠프 측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줘라"고 충고했다.
그러자 구제역은 "그렇지 않아도 제가 (A씨에게) 계산서를 발행해 드리겠다고 했더니, (A씨가) '계산서는 발행하지 말아 달라. 그냥 현찰로 주겠다'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50만 원을 계약금으로 주고 내일(방송 당일) 250만 원을 준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한 구제역은 "사실 더불어민주당 유력 후보 캠프 측로부터도 '한 번 찍어 달라'는 제안을 받았는데, 300만 원을 부르니까 거절한 적이 있었다"며 "그래서 '허경영 대선캠프' 측에도 300만 원을 부른 건데, 생각해 보니 너무 적게 부른 것 같다.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구제역은 B씨와 통화한 다음 날인 2022년 2월 7일,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운영하는 종교시설 '하늘궁'을 방문해 허 대표와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선거운동 기간 공개된 장소에서의 연설과 대담, 언론매체·정보통신망·인쇄물 등을 통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선거가 끝나면 이 기간 수입·지출 내역을 담은 회계보고서를 선관위에 제출해야 하는데, 선거비용을 부풀리거나 축소·누락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는 6개월, 정치자금법 위반 공소시효는 7년이다.
구제역과 '허경영 대선캠프' 관계자와의 2년 전 통화 내용은 가세연이 총 1만7000여 개에 달하는 구제역의 '휴대전화 녹취파일'을 하나하나 확인하던 중 발견한 것으로, 이 중에는 최근 논란이 된 '쯔양 협박 녹취' 외에도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킬 만한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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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 전 대통령선거 당시 후보로 출마했던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와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는 유튜버 구제역. ⓒ유튜브 채널 '구제역'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