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통화정책 보고 "긍정 지표 더 나오면 인플레 완화 확신""긴축 완화 늦으면 경제활동과 고용을 지나치게 약화할 수도""고용시장, 갈수록 균형 맞춰…인플레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시장, 9월 금리 인하 가능성 72% 점쳐…"논의 장에 올려놨다"
  •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40502 AP/뉴시스. ⓒ뉴시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40502 AP/뉴시스. ⓒ뉴시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최근 물가 하락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하락세가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제지표가 더 나와야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9일(현지시각)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에 제출한 반기 통화정책 서면 보고에서 "올해 초반에 2% 물가 목표를 향한 진전이 부진했지만, 가장 최근의 월간 지표는 완만한 진전이 더(modest further progress) 이뤄졌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긍정적인 지표가 더 나타나면 물가가 2%를 향해 지속가능하게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더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를 낮추려면 물가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향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하게 할만한 경제지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5월 들어 전년동월대비 2.6% 상승했지만, 이는 1년 전 4%보다 낮다. 다만 여전히 목표치인 2%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파월 의장은 긴축정책을 너무 빨리 또는 너무 많이 완화할 경우 물가 하락세가 멈추거나 다시 상승할 수 있다면서도 지난 2년간 이뤄진 물가 하락과 고용시장 완화를 고려하면 "우리가 직면한 위험은 높은 물가뿐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긴축정책을 너무 늦게 또는 너무 조금 완화할 경우 경제활동과 고용을 지나치게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고용시장 여건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강하지만 과열되지는 않았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의회에서 "우리는 노동시장이 아주 많은 면에서 매우 크게 냉각한 것을 목격했다"면서 "이제 노동시장은 경제에 광범위한 물가 (인상) 압력을 가하는 원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있어서 과열된 노동시장이 주요 위험 요인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다 5일 발표된 6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가 직전 12개월 평균 증가폭(22만명)에 크게 못 미치는 20만6000명에 그쳤고, 앞선 4~5월의 일자리 증가도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 6월 실업률도 5월 4.0%보다 상승한 4.1%를 기록하며 상승 흐름을 보였다.
  • ▲ 미국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 청사 바닥에 있는 연준 직인. 180205 AP/뉴시스. ⓒ뉴시스
    ▲ 미국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 청사 바닥에 있는 연준 직인. 180205 AP/뉴시스. ⓒ뉴시스
    ◇"노동시장 균형 맞추고 있어"…금리인하 기대감, 전월比 상승
    연준이 물가상승 압력으로 지목해온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식어가는 징후가 나타나면서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기대가 커졌다.

    파월 의장은 "오랫동안 우리가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위험이 더 컸다"면서 물가를 잡지 못할 위험과 노동시장이 너무 둔화하도록 둘 위험이 "갈수록 훨씬 더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양면의 위험을 마주하고 있다는 점을 매우 잘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에 대해 WSJ는 연준이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물가를 잡는 데만 집중했고, 고용시장이 탄탄한 덕분에 고금리가 실업률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지 않았지만 이제 양쪽을 다 신경 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WSJ은 "파월 의장은 이제 인플레이션이 다시 하락세에 들어서고 고용시장이 약화하는 징후를 보이면서 연준이 언제 기준금리를 인하할지에 더 많은 관심을 집중하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나 파월 의장의 발언은 비둘기파(완화, 금리인하)적으로 해석되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을 높였다.

    CME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시장은 연준의 9월 회의에 0.25%p 인하 가능성이 거의 72%에 달한다고 보고 올해 0.50%p의 완화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베팅은 한 달 전에는 50% 미만이었다.

    분석가들은 파월 의장의 견해가 적어도 9월 금리인하에 대한 문을 열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뉴욕 나티시스의 크리스토퍼 호지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연준은 노동시장의 약세를 극복해야 한다"며 "9월에 피벗(정책 전환)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애넥스자산관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라이언 제이콥슨은 "파월 의장이 금리인하를 '논의 장으로 올려놓기(tee up)'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2023년 7월 이후 기준금리를 23년 만에 최고 수준인 5.25~5.5%로 유지해 오고 있다. 소비자 물가지수 및 생산자 물가지수를 포함한 물가 데이터는 이번 주에 새로 나온다.

    이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7월 30~31일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