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낙태-불법이민 등 현안마다 이견…박빙 승부에 선거 영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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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좌)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대일 TV토론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의 주인 자리를 두고 4년 만에 재대결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첫 TV토론에서 다양한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상대를 향해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없이 쏟아내면서 날 선 설전을 벌였다.대선(11월5일)을 4개월여 앞두고 열린 이번 토론이 현재의 초박빙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두 후보는 이날 조지아주 애를랜타의 CNN스튜디오에서 △경제 △낙태 △불법이민 △외교 △민주주의 △기후변화 △우크라이나·가자 전쟁 등 주제마다 격돌했다.첫 주제는 '경제문제'로, 진행자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 때보다 경제가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에게 뭐라고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나에게 무엇을 남겨줬는지를 봐야 한다. 우리는 '자유낙하'하는 경제를 넘겨받았고 (코로나19) 팬데믹을 너무 부실하게 대응해 많은 사람이 죽고 있었다"고 말했다.이어 "(트럼프 행정부 때) 경제가 무너졌다. 일자리가 없었으며 실업률이 15%까지 올라갔다"면서 자신의 재임 기간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를 부각한 뒤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있다"고 자신의 재선 필요성을 강조했다.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었고 그렇게 잘했던 적이 없었다"면서 "그(바이든 대통령)가 만든 유일한 일자리는 불법 이민자를 위한 것"이라고 맞섰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매우 형편없게 대응했다. 그것은 절대적으로 우리나라를 죽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정말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미국 유권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 중 하나인 남부국경의 불법이민 문제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을 갖고 있었고 그는 그냥 그대로 뒀어야 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경을 갖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을 개방한 탓에 다른 나라의 범죄자와 정신질환자, 테러리스트가 미국으로 넘어오고 있고 그들(불법이민자)이 범죄를 일으킨다고 주장했다.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남부국경에 사실상 빗장을 건 최근 행정조치를 언급한 뒤 "지금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40%나 줄었다"면서 "그가 백악관을 떠났을 때보다 더 나아졌다"고 반박했다. -
- ▲ 서울역 대기실에서 시민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첫 번째 TV토론회 생방송 화면을 시청하고 있다. 240628 ⓒ뉴시스
◇트럼프 "리더십 부재가 우크라-중동 전쟁 촉발" vs 바이든 '트럼프가 푸틴 부추겨'우크라이나 및 중동 전쟁 등을 둘러싸고도 맞붙었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의 부족한 리더십이 전쟁을 촉발했다고 지적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심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맞섰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참전용사들이 바이든을 두 눈 뜨고 볼 수 없다고 한다. 사상 최악의 군(軍) 통수권자라고 한다"고 언급하면서 "러-우 전쟁에 대해 질문을 줬는데, 진정한 대통령이라면 푸틴을 얕잡아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푸틴이 바이든을 얕잡아보지 않았다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철군)은 사상 최악의 실책이었고, 푸틴도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아니었으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일 자체가 없었을 것이고, 100만 년이 지났어도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는 이스라엘을 침공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내 재임 동안 테러리스트 공격은 한 건도 없었고, 바이든 행정부 때문에 전세계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이렇게 많은 거짓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뭘 했는지 봐라.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라'고 트럼프가 푸틴에게 얘기했고 실제로 푸틴이 그렇게 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부추겼다는 취지다.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은 전쟁범죄자이고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분명한 것은 푸틴은 소련(옛 러시아) 시대 영토를 재건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두 후보는 낙태권을 두고도 대립했다.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시 보수우위 대법원이 2022년 6월 폐기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판결은 낙태를 연방 차원의 헌법 권리로 보호했지만, 대법원의 폐기 결정 이후 여러 주(州)에서 낙태를 금지했다.그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끔찍한 일"이라면서 여성의 재생산권을 위협한다면서 낙태 문제에 대해 여성 본인과 의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는 각 주가 판단해야 할 문제라면서 강간이나 불륜, 임신부를 보호하기 위한 예외적인 낙태는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 ▲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좌)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대일 TV토론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연합뉴스
◇바이든 "'투덜이'라 승복할지 의문" vs 트럼프 "공정한 선거라면 당연히 승복"대선 결과 승복 여부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정한 선거라면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면서도 "바이든이 끔찍하게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면 나는 다시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고, 아마도 기소도, 어떤 정치적 보복도 없이 다른 장소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해 형사기소가 자신의 출마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기한 '대선사기' 주장에 대해 어떤 법원에서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실을 상기시킨 뒤 "당신은 '투덜이(whiner)'이기 때문에 당신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공격했다.이번 토론에서는 발언 순서가 아닌 후보의 마이크는 꺼두도록 조치해 토론 중 상대방 말 끊기와 상호비방으로 점철된 4년 전 첫 TV토론에 비해 대체로 차분하게 진행됐지만, 감정적인 충돌이 없지는 않았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자들이 뉴욕 등지의 고급호텔에서 생활하는 동안 참전용사들이 거리에 나와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참전용사들을 챙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격분하며 "그가 하는 모든 말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미군 전사자를 '호구(sucker)'와 '패배자(loser)'라고 칭한 것을 언급하고서 "내 아들은 패배자나 호구가 아니었다. 당신이 호구이고, 당신이 패배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장남 보 바이든는 이라크에서 복무했으며 뇌암으로 2015년에 사망했다.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성 추문 입막음 돈'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은 것을 물고 늘어지며 "이 무대에 있는 유일한 유죄평결을 받은 중범죄자"라고 공격하기도 했다.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잘못한 게 없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총기 불법소지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은 것을 지적했다.두 후보는 현재 누구도 뚜렷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토론을 아직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에 확실한 인상을 남길 기회로 여겨 사활을 걸고 준비해왔다.미국 언론도 이번 토론이 올해 선거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일 수 있다고 전망하는 등 이날 토론 성적이 대선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