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선언 하루만에 공개 행보국회 찾아 30여개 의원실 방문"우린 여당, 싸움만 해선 안 돼"
  • ▲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 김기현 의원을 예방,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 김기현 의원을 예방,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첫 공식 일정으로 원내 의원들과의 만남을 택했다. 원 전 장관은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30여 개 의원실을 방문해 "똘똘 뭉쳐 하나가 되자"고 강조했다.

    원 전 장관은 21일 오후 국회에서 전임 당 대표였던 김기현 의원과 제일 처음으로 마주했다. 김기현 의원은 환한 얼굴로 원 전 장관을 맞이하며 덕담을 나눴다.

    이후 비공개로 대화를 나눈 뒤 원 전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과 정부는 '친윤'(친윤석열)·'반윤'(반윤석열)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힘을 합쳐서 국민의 생활을 낫게 하는 정치를 펼쳐나가기에도 버겁다"고 했다.

    이어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출마 결정은 별개"라며 거리를 뒀다. 출마 선언 하루 전날인 19일 윤 대통령을 만난 것과 관련해서는 "윤상현·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모두 (용산을) 다녀갔고 (윤 대통령이) 다 격려해 줬다(고 했다)"며 "당에 워낙 쟁쟁한 사람들이 많으니 잘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또 "출마 결정은 별개로 해서 대통령께 전화상으로 구두 보고를 드린 것은 사실이다. 다른 주자들에게 했던 것과 동일하게 의례적인 덕담을 듣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원 전 장관은 당정관계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싸우기만 하는 정치로는 불행해질 수 있다"며 "우리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무도한 야당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마음 한 뜻으로 똘똘 뭉치고 여러가지 견해의 차이가 있으면 당내 협의를 통해 모두가 하나 되는 여당을 만들어 나가는 게 정치"라고 덧붙였다. 총선 정국에서 대통령실과 수차례 대립각을 세운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원 전 장관은 특정인을 겨냥한 발언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는 "특정인을 지칭하는 말은 아니다"면서도 "자기 책임이 전혀 없고 모든 게 남의 책임이라고 비판하는 식의 정치는 오래가지 못하고 국민을 걱정시킨다"고 지적했다.

    '깜짝' 당권 도전 선언에 배경에 대해 "총선 패배 이후에 자숙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었다"며 "자칫 (여당에서만) 싸우다가 불행한 결과가 나올 수 있겠다는 당원들의 걱정을 절박하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밝혔다.

    원 전 장관은 7·23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함께 할 러닝메이트와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대표 선거에 집중할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앞으로 대표성을 갖추고 당정 간에 때로는 격론을 펼치더라도 원활하게 협의를 이끌어갈 수 있는 정치력이 필요하기에 좋은 사람들을 열심히 찾고 있지만 아직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원 전 장관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기현 의원실에 이어 당권 경쟁자인 윤상현·나경원 의원실도 방문해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 외에도 김재섭·유용원·김소희·김용태 등 30여 곳의 의원실을 방문했다.

    인요한 의원은 원 전 장관을 반기며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당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인 의원은 원 전 장관에게 "정치에 발을 들이면서 제일 어려울 때 도와줘서 눈물 나게 고마운 분"이라고 전했다.

    인 의원은 혁신위원장이던 시절 당 지도부를 비롯한 중진, 친윤 핵심 인사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며 험지출마를 제안했다. 당시 원 전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사표를 던지며 가장 먼저 화답했는데, 인 의원이 이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한 것이다.

    인 의원은 "가끔 하나님이 승리를 좀 지연시킨다"며 "하는 일이야 성공할 것"이라고 격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