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중앙위, '기소시 직무정지' 당헌 폐지당헌 80조, '李 사법리스크' 계기로 사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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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4차 중앙위원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가 당권을 쥔 채 대선 출마까지 가능하게 하는 당헌 개정안을 최종 확정했다.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대표의 '대선 1년 전 사퇴' 규정에 예외를 둬 이 대표가 2026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한 뒤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계기로 폐지론에 휘말린 '당헌 80조'는 결국 폐지하기로 했다.민주당 중앙위원회가 17일 의결한 당헌 개정안에 따르면, 대선에 출마하는 당대표 및 최고위원의 사퇴 시한 규정에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사퇴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추가됐다.이는 이 대표의 당대표 연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맞춤형 개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 뒤 이 대표가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다시 당대표에 당선되면 대선 1년 전인 2026년 3월까지 사퇴하지 않고 같은 해 6월까지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대표가 당권을 거머쥔 채 대권 도전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민주당은 자당 귀책사유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했을 때 공천하지 않는 내용의 당헌 96조와 부정부패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내용의 당헌 80조는 폐지하기로 했다. 이날 통과된 당헌 개정의 건은 중앙위원 559명 중 501명이 투표한 가운데 84%인 422명이 찬성해 가결됐다.이날 폐지된 당헌 80조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당헌 80조가 적용돼 제재를 받은 자는 전당대회에서 피선거권을 박탈당한다. 지금의 민주당이 이 대표에게 당헌 80조를 적용할 가능성은 전무하지만, 아예 당헌을 없애 특혜 시비를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인 2015년 혁신 차원에서 도입한 당헌 80조는 2022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되면서 존립 위기에 놓였다. 당시 대장동 개발 비리 등 각종 부정부패 의혹에 휩싸인 이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그의 극단 지지층들을 중심으로 당헌 개정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이 대표도 "검찰의 야당 탄압의 통로가 될 수 있다"며 당헌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결국 민주당은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을 때 징계 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는 당헌 80조 3항을 일부 수정했다. 정치탄압 여부를 판단하는 기구를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바꿨는데, 당무위 의장을 당대표가 맡고 있어 이 대표가 '셀프 면죄'에 나서도록 길을 열어줬다. 당시 민주당 내에서조차 "이재명 방탄" "문재인 흔적 지우기" "위인설법(爲人設法)"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우려는 현실화됐다. 지난해 3월 이 대표가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비리 사건으로 기소되자 민주당 당무위는 예외 조항을 적용해 그의 당직을 유지하기로 의결했다. "검찰의 정치적 탄압이 너무나 명백하다"는 이유에서다.당시 당헌 집행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논란도 있었다. 예외 조항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소 시 당직 정지'가 이뤄졌어야 하는데, 조정식 당시 사무총장이 직무정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용진 전 의원은 이를 두고 "당헌·당규가 누더기가 됐다"고 개탄했다.이후에도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비리 특혜 사건과 관련해 배임죄로 기소됐지만 민주당은 당헌 80조를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를 '정치적 탄압'으로 보고 예외를 적용했다는 이유였지만, 이번에는 당무위 의결조차 거치지 않았다. 이를 기점으로 사실상 당헌 80조가 무용지물이 됐다.이 대표는 이날 중앙위 표결에 앞서 "(당헌 개정 문제에 대해) 상당한 간극이 있는 것을 느낀다"며 "어느 쪽 입장도 일방적으로 반드시 옳고, 어느 쪽 입장은 그르다고 말할 수 없다. 다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앞서 이번 당헌 개정안을 두고 친명(친이재명)계인 김영진 의원은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김 의원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너무 빠르고 급하게 임기응변으로 개정하고 있다"며 "이 대표의 개인의 정당이 아니라 다양한 민주당원과 모든 사람들의 집합체인, 정치 결사체인 정당이기에 그것을 굳이 이 대표의 정치 일정에 맞춰서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