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체험업 활성화로 기업형 한옥스테이 확산 주민들 "자쿠지로 밤새 소음…무인 영업이라 관리도 안돼" 특별관리지역 지정하지만…강제성 없어 실효성 미지수
  • ▲ 북촌한옥마을 골목길.ⓒ강세영 기자
    ▲ 북촌한옥마을 골목길.ⓒ강세영 기자
    도심 속 고풍스러운 한옥 고택이 즐비한 북촌 한옥마을은 서울의 대표적 관광 명소다. 지난해 '서울관광 미래 비전'을 선포한 서울시는 한옥을 활용한 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주거 지역에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소음과 사생활 침해 등 주민들의 정주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특히 숙박업소인 기업형 한옥스테이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생활 피해는 더 커지는 양상이다. 

    7일 종로구청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숙박업소로 영업 중인 한옥스테이는 270여 곳에 달한다. 이 중 북촌과 서촌 등 종로구에만 212곳이 몰려 있다. 이 가운데 낡은 한옥을 고급 숙소로 리모델링해 운영하는 기업형 한옥스테이는 49곳에 이른다. 

    기업형 한옥스테이는 지난 2020년 북촌 지구단위계획이 재정비되면서 마을 곳곳에 들어섰다. 여기에 서울시가 관광 인프라 대책으로 한옥스테이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업형 숙소가 더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시는 지난 3월 한옥체험업소가 숙박 시설을 짓거나 보수할 때 보조금과 융자금의 한도를 10%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 ▲ 북촌한옥마을 골목길. ⓒ강세영 기자
    ▲ 북촌한옥마을 골목길. ⓒ강세영 기자
    방문객의 지나친 유입으로 삶의 터전이 관광지화 되면서 북촌 주민들도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3일 삼청동에서 만난 김 씨는 "우리 집 앞 골목은 기차가 줄지어 있는 것처럼 사람이 바글바글하다"고 전했다. 

    밤 늦은 시간 관광객이 끄는 트렁크 소리에 잠이 깨거나 취객들의 소란에 깜작 놀라는 게 일상이 됐다고 한다. 하루 종일 사진 찍고 유튜브 촬영하는 소리, 문을 두드리고 집 안으로 불쑥 들어오는 경우도 다반사다. 실제로 본지가 둘러본 골목에는 '올라오지 마세요'라는 팻말과 '조용히 부탁한다'는 문구가 가득했다. 

    김 씨는 "대체로 개인이 운영하는 분들은 여기 사시니까 얘기가 되는 편인데, 기업형 한옥스테이는 무인 영업이라 관리도 안되고 개선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옥스테이에 설치된 야외 욕조(자쿠지)로 인한 피해가 극심하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한옥 숙소를 중심으로 다섯 집이 붙어있는데, 자쿠지에서 새벽까지 떠들면 다섯 집이 다 괴롭다"며 "참다 참다 달려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촌에서 19년 째 살고 있는 한 주민도 "요새는 한옥스테이에서 야외 욕조를 무조건 만든다. 마당에 공간이 안 나오면 대청마루를 뜯어서라도 하는데 밤새 소음을 듣는다"고 하소연했다. 
  • ▲ 골목길 곳곳에 부착된 팻말들 ⓒ강세영 기자
    ▲ 골목길 곳곳에 부착된 팻말들 ⓒ강세영 기자
    북촌 주민들은 지난 4월, 217명의 서명을 받아 기업형 한옥스테이 유입을 막기 위해 북촌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비하고, 정주권 보호를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민원을 공식으로 제기했다. 

    이같은 주민들의 요구에 종로구청은 오는 7~8월 중 관광객의 출입 시간과 관광버스 통행 구역을 제한하고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특별관리지역'을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관광객이 이를 지키지 않더라도 강제할 방법이 없어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하영 종로구의회 의원(국민의힘)은 "한옥 문화는 주민들이 남아서 보존할 때 더 돋보일 수 있다. 관광 산업에만 매몰되면 정주하는 분들은 괴로우니 다 떠날 수 밖에 없다"면서 "주민들이 불편해 하는 사안을 반영해 시급히 북촌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주민들이 침해당한 편익을 제도적으로 보상해주는 방법으로 관광 수익(세금)을 통한 치안 강화, 공원 조성 등의 접근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업화된 구역과 그렇지 않은 경계를 명확히 해 일정 구역까지는 개조나 상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구역은 한옥 보존 지역으로 영업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제도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