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M&A일당, 지분도 없이 '황금낙하산' 조항으로 경영권 방어소액주주들, '주주 1호조합' 결성해 1대 주주 등극"현 경영진, 회사 자산 매각해 현금화 … 끝까지 회사 털어 먹으려는 것"소액주주연합 "경영진, 상장폐지 유도 의심 … 회사 정상화시킬 것"
  • ▲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셀피글로벌 서울 영업소. ⓒ독자 제공
    ▲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셀피글로벌 서울 영업소. ⓒ독자 제공
    [편집자주] 주식시장은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린다. 돈과 자본을 매개로 작동하는 자본시장에서 기업에 대한 투자는 사회 근간을 떠받치고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이런 자본시장에는 늘 명과 암이 존재한다. 일확천금을 쫓으며 선량한 투자자들의 급소를 노리는 특정 자본 세력들은 음지에 숨어 온갖 불법을 일삼으면서 시장경제를 교란하고 무너뜨린다. 우리는 이들을 '작전세력'이라고 부른다. 주식 투자자 1500만 시대를 맞은 가운데 공정한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뉴데일리는 시장 질서를 해치는 특정 세력들의 실체를 추적하고 자본시장의 명암을 집중 조명해 보고자 한다. 

    무자본 M&A에 이은 경영진들의 불법 행위로 주식 거래가 정지된 코스닥 상장사 '셀피글로벌'의 소액주주들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집단행동에 나섰다.

    경영진들의 불법 행위로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소액 투자자들이 연대해 회사를 정상화시킨 위한 집단행동에 들어간 것이다. 

    소액주주들은 '셀피글로벌주주연대모임(이하 소주연)'을 결성하고 자신들이 가진 지분을 한푼 두푼 모아 조합을 설립했다.

    셀피글로벌의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소액주주들은 '황금낙하산' 조항으로 아직까지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영진을 몰아내고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목표다.

    특히 회사 자산 매각 등 더 이상 회사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 대응에 나서고 주식 거래를 재개시켜 소액투자자들의 피해를 복구하겠다는 계획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소액주주들이 연대한 '셀피글로벌주주1호조합(1호조합)'은 지난 9일 지분 11.29%(432만1503주)로 셀피글로벌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셀피글로벌은 지난해 말 공시 기준 소액주주 비율이 91.61%에 이른다. 최대주주도 1%대 지분을 보유한 개미 투자자였다.

    소주연 관계자는 "경영권에 영향력을 발휘할 대주주가 없어 그동안 무자본 M&A 일당들이 앉혀 놓은 이사진들이 회사 경영을 좌지우지해왔다"며 "참다못한 소액주주들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뭉친 것"이라고 전했다. 

    ◆소액주주, '1호조합' 결성…"주주명부 확보해 6호조합까지 결성"

    '소액주주들의 반격'은 지난 3월 첫발을 뗐다. 현재 1호조합의 대표자인 윤정엽씨를 중심으로 소주연을 결성한 뒤 소액주주들 중 지분이 상대적으로 많은 주주들이 첫 회동을 하고 논의를 시작했다. 

    이어 같은 해 4월 1호조합 모집을 개시하고 강남세무서에 조합 등록을 신청했다. 이에 무자본 M&A로 피해를 본 다수의 소액주주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피해를 토로하며 1호조합에 합류했다.

    결국 지난 5월10일 소액주주 28명이 모여 코스닥 시장에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냈다. 이후 2호조합이 결성되고 추가로 소액주주들이 합류하면서 지난 28일까지 지분 14.71%(563만808주)를 확보한 상태다.  

    1호조합은 지난 22일 서울시 송파구 셀피글로벌 서울본사를 찾아 주주명부를 열람·등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소액주주 조합원 규모를 늘려 경영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소주연은 현재까지 1·2·3호조합 설립을 마친 뒤 4호조합 모집도 6월 내 마무리하고 5·6호조합까지 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1호조합 관계자는 "주주명부를 확보해 소액주주들에게 등기서류를 보내는 등의 방식으로 의견을 모을 예정"이라며 "일부는 주소만 기입된 주주명부를 보며 일일이 방문·설득에 나서고도 있다"고 말했다.
  • ▲ '황금낙하산' 조항 등이 담긴 셀피글로벌 정관. ⓒ독자 제공
    ▲ '황금낙하산' 조항 등이 담긴 셀피글로벌 정관. ⓒ독자 제공
    ◆무자본 M&A 일당, '황금낙하산'으로 경영권 방어

    소주연은 특히 자산매각 등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자본 M&A 일당의 주축인 A씨와 B씨 등은 지난 2022년 8월 대부업체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셀피글로벌의 지분 15.83%(578만309주)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후 자신들의 측근들로 이사진을 채우고 이차전지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허위공시를 내 주가부양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대부업체가 담보로 잡고 있던 주식에 대해 반대매매를 실행하면서 지분을 상실했다. 

    A씨 일당은 지분을 모두 잃었음에도 내부 정관에 미리 넣어 둔 이른바 '황금낙하산' 조항을 통해 경영권을 사수했다.

    본보가 입수한 셀피글로벌 정관에 따르면 셀피글로벌에서 경영진 등 이사진 해임을 위해서는 회사가 20~3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퇴직금을 지불해야 한다. 또 이사 해임을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80%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초다수결의제' 조항도 넣었다. 소액주주들이 이사진을 해임하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다. 

    황금낙하산 조항은 적대적 M&A로 경영권을 상실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경영권 보호기법이다. 그러나 셀피글로벌에서는 무자본 M&A 세력의 이사진 해임을 막기 위한 조치로 악용됐다. 이에 따라 반대매매로 지분을 잃은 일당들이 아직까지도 회사에 남아 월급을 수령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회사의 주요 자산까지 매각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셀피글로벌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최근 경영진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아파트를 매각했다"면서 "현재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데 경영진의 횡령이 없었다면 매각하지 않고 나중에 제값을 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자산매각에 '고의' 상장폐지까지 유도…"마지막까지 털어먹으려는 것"

    일각에서는 현 경영진들이 자산 매각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상장폐지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셀피글로벌은 지난해 3월21일 50억 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예고했다. 신주 735만2942주를 발행하고 투자금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회사는 같은 해 5월17일까지 투자금을 확보하고 6월7일 신주를 상장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상증자는 투자금이 약속된 날짜에 납입되지 않으면서 계속 미뤄졌다. 납입 공시는 지난 29일 현재까지 1년여 사이 25차례 번복됐고 한국거래소는 그 사이 회사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 누계 벌점 19.5점을 부과했다.

    한국거래소는 유상증자 납입기일을 변경할 경우 벌점을 부과하는데 최근 1년간 누계 벌점 15점 이상을 받는 경우 회사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소액주주들은 경영진이 고의로 회사를 재기불능 상태로 만들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유상증자 납입이 미뤄지는 경우 납기일을 최대한 길게 잡으려고 하는데 10~15일 뒤 납입하겠다 공시한 뒤 이를 지키지 않는 점을 두고 고의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 ▲ 셀피글로벌 대구 본사 전경. ⓒ독자 제공
    ▲ 셀피글로벌 대구 본사 전경. ⓒ독자 제공
    한 소액주주는 "(현 이사진이)경영개선 계획서를 형식적으로 내는 것 같고 상장폐지 또한 유도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상증자 납입을 25차례 연기하는 것은 유가증권 역사상 대기록"이라며 "유상증자에 필요한 투자금을 납입하지 못 하더라도 다음 납입 기한을 최대한 길게 잡아야 하는데 '며칠 뒤에 하겠다'는 식으로 기간을 짧게 잡아 계속 벌점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또 "상장이 폐지되든 이후에 거래가 재개되든 벌점은 다 이행해야 하는 것"이라며 "나중에 거래재개가 된다고 해도 벌점 때문에 회사 이미지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를 상장폐지시키면 공시의무가 사라지기 때문에 자산 매각이 더 수월해진다"면서 "상황을 보면 회사 주요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마지막까지 회사를 털어먹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액주주 측 "6호조합까지 결성해 회사 살리겠다"

    소액주주들은 황금낙하산과 초다수결의제가 독소조항이라며 법원에 해당 조항에 대한 불법 판단을 받아내겠다는 방침이다. 1호조합은 이르면 이번주 중 대구지법 서부지원에 초다수결의제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취지로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다.

    소액주주들은 회사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도입된 초다수결의제가 지분이 전혀 없는 셀피글로벌 경영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을 방어하기 위한 황금낙하산 조항 역시 오히려 이들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할 예정이다.

    1호조합은 법원의 판단이 나오는대로 현 이사진의 직무를 정지하고 자산 매각을 중지시킬 예정이다. 

    윤정엽 1호조합 대표는 "지난해 3월 21일 자회사 횡령으로 회사가 거래정지 됐지만 현 경영진은 1년이 넘도록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고 있다"며 "가만히 앉아서 거래정지에 이어 상장폐지 위기까지 맞을 수 없어서 회사 정상화를 위해 주주가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주조합이 의결권 위임 외 방식으로 한 곳에 모여 단일조합으로서 최대주주가 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더 많은 주주를 모아 경영에 참여하고 회사 정상화를 통해 주권이 합당한 가격에 매매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