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3~21일 한전아트센터서 전시 진행대통령 퇴임 후 10년간 쓴 작품 97점 공개"'균형' 되찾고 '여백' 채우기 위해 붓 들어"
  • 時化年豊(시화연풍, 137cm x 35cm). 2008년 취임 첫 해 신년화두. '나라가 태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는 의미로, 국민이 화합하고 해마다 경제가 성장하기를 바라는 뜻을 담아 선정한 사자성어를 해서체로 씀. ⓒ뉴데일리
    ▲ 時化年豊(시화연풍, 137cm x 35cm). 2008년 취임 첫 해 신년화두. '나라가 태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는 의미로, 국민이 화합하고 해마다 경제가 성장하기를 바라는 뜻을 담아 선정한 사자성어를 해서체로 씀. ⓒ뉴데일리
    "꿈과 일과 생각으로 남은 내 삶의 흔적들을 여기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앞에 내어 놓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생애 첫 서예전 '스며들다'를 개최한다. 오는 13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1·2층에서 열리는 이번 서예전에는 신년화두와 연설문, 자작 시문(詩文), 성경 시편 말씀 등,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10년 동안 쓴 서예작품 97점이 전시된다.

    행사명 '스며들다'는 종이에 먹이 스며들 듯 재임 중 정책성과가 국민의 삶 속에 스며들어 행복을 가져오기를 바라는 희망과, 퇴임 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웃과 함께하는 삶 속에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도록(圖錄)에 수록된 '작가의 말'에서 "나는 예(藝)를 추구하는 전문 작가가 아니고, 아마추어에서도 초보라, 당연히 운필이 서툴고 서체가 흔들린다"면서도 "이렇게 미흡한 글씨들을 세상에 내어 놓는 까닭은 내 삶의 호흡과 맥박을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소망에서"라고 밝혔다.

    "예기치 못한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균형을 되찾고 여백을 채우기 위해 붓을 들었다"는 이 전 대통령은 "멈칫거리고 뭉치고 비뚤어지는 대로 나름의 조화를 구하면서 마음의 평정을 얻고자 했다"며 "내 꿈과 사랑과 감사가 스몄고 내 기도가 담겼다"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서예전을 통해 "영광과 아픔, 잘잘못을 넘어 같이 살아온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창조적도전(112cm x 20cm). ⓒ뉴데일리
    ▲ 창조적도전(112cm x 20cm). ⓒ뉴데일리
    필요로 시작한 서예… 심취하면서 퇴임 후에도 작품 활동

    이명박재단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취임 후 '필요'에 의해 서예를 시작했다. 재임 중 각계각층, 산하 기관 등으로부터 '휘호' 요청이 잇따르면서 심재 김선숙 선생의 지도로 붓을 들게 됐다고.

    김 선생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처음에는 정해진 시간 안에 완성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서예를 즐기기보다는 주말을 이용해 '휘호 작품'을 만들기에 바빴는데, (점점 서예에 심취하면서) 아침부터 시작해 해가 져서 어두컴컴해질 때까지 휘호 문구를 완성하는 날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제17대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완성된 휘호들은 인천대교, 경인아라뱃길, 백두대간이화령,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독도, 헤이그 이준열사박물관, 북극다산기지 등으로 가 '비석'이 되고 '현판'이 되고 '주춧돌'이 됐다.  

    시작은 '속성 완성'으로 출발했지만, 붓을 드는 것에 대한 무게와 성취감이 커지면서 재임 중에는 대통령 휴가지인 '저도'에 가서도 서예 작품에 심취할 정도로 서예를 즐기며 익히게 됐고 퇴임 후에도 꾸준히 작품을 완성해 왔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모두 2013년 퇴임 후에 쓴 작품들로, 일평생 그의 삶을 지배해 온 순간의 기억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이 담긴 주요 연설문과 신년화두 등을 붓으로 다시 쓰며 국민과 함께 일했던 순간을 되새겼다.

    '더 큰 대한민국'이나 '녹색성장', '공생발전'은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국가비전으로 제시했던 화두들로, 세계로 뻗어가는 성숙한 세계국가와,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시대정신, 그리고 다 함께 잘사는 나라를 향한 포부를 담고 있다.

    매년 새해 아침 발표했던 '신년화두'들을 비롯해 대통령 '취임사'와 '이임사', G20정상회의 의장으로서 국제회의를 주도하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하는 국정 현장에서의 연설문들이 이 전 대통령의 손을 거쳐 '작품'으로 거듭났다.

    "건설은 창조입니다"라는 말로 기억되는 현대건설 입사 면접의 순간과, 그 누구도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청계천을 복원한 뒤 다시 맑은 물이 흐르는 청계천에서 읽어 내려간 '기념사', 4대강 살리기의 출발이 된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산개조론'도 그의 가슴에서 화선지로 옮겨진 작품들이다.
  • 사무사(思無邪, 70cm x 34cm). 논어에 나오는 말로 '생각에 잘못됨이나 간사함이 없다'는 뜻. 1452년 즉위한 단종이 '사무사'의 뜻을 물었을 때 박팽년은
    ▲ 사무사(思無邪, 70cm x 34cm). 논어에 나오는 말로 '생각에 잘못됨이나 간사함이 없다'는 뜻. 1452년 즉위한 단종이 '사무사'의 뜻을 물었을 때 박팽년은 "생각에 사사로움이 없는 바른 마음을 일컫는 것입니다. 임금의 마음이 바르면 모든 사물에서 바름을 얻을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뉴데일리
    일평생 삶을 지배해 온 기억과 철학, 고스란히 담겨

    특별히 이번 전시에는 이 전 대통령의 모친 고(故) 채태원 여사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도 읽을 수 있다. 술지게미로 끼니를 때울 만큼 가난한 삶 속에서도, 매일 새벽 이웃과 나라를 위해 기도하며 자녀들에게 당당하게 살아갈 것을 가르쳤던 어머니를 그리며 지은 연작시, '어머니' 역시 그의 붓끝으로 다시 새겨졌다.

    이번 서예전의 서평을 쓴 대전대학교 서예미학과 이주형 교수는 "그가 쓴 글씨는 곧 그 사람일 뿐(書如其人)"이라며 "예부터 서예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기교로써 나타난 글씨의 형태보다 그 사람의 마음 상태가 담긴 신태(神泰)를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이 서예를 '새로운 균형'을 갖추는 일로 인식하는 것은 서예의 '본질미'에서 볼 때 매우 이상적인 태도"라며 "이번 전시가 국민들에게 동양문화 정수인 서예의 대종(大鐘)을 울려주는 다행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13일 오후 3시 한전아트센터 1전시실에서 열리는 '스며들다' 개막식에서는 '청계천헌책방에서'의 시인 김소엽이 축시를 낭송할 예정이다.
  • 어머니(110cm x 40cm). ⓒ뉴데일리
    ▲ 어머니(110cm x 40cm).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