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잘 살고 싶어" 현수막 논란"젊은이를 돈만 바라는 사람으로 치부… 이런 걸 왜 했나" 비판"업체가 내놓은 문구" 해명하자… "당 차원에서 검토한 것" 역풍
  • ▲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7일 전국 시·도당위원회에 보낸 공문에서 게첩을 요청한 현수막 문구. ⓒ뉴시스(사진=민주당)
    ▲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7일 전국 시·도당위원회에 보낸 공문에서 게첩을 요청한 현수막 문구. ⓒ뉴시스(사진=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2030세대를 겨냥해 내놓은 현수막 문구가 '청년 비하' 논란을 빚으면서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공식 사과했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극단적 지지층을 중심으로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반응도 나온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2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논란이 된 현수막을 두고 "왜 그렇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경솔했다"며 "젊은이들이 정치도 모르고, 경제도 모르고, 그냥 돈만 바라는 사람들처럼 이렇게 치부해버렸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현수막 문구는 민주당이 지난 17일 전국 시·도당위원회에 보낸 공문을 통해 공개됐다.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의 일환으로 전국 각지에 게첩을 요청한 현수막에는 "나에게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의 문구가 담겼다.

    이후 청년들을 중심으로 해당 문구가 "2030을 정치와 경제에 무관심하고 이기적인 집단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18일 페이스북에 "30년 기득권을 누린 586 운동권 꼰대들이 '이게 요즘 유행이라며? 어때, 나 아직 살아 있지?'라고 거들먹거리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이 현수막 문구는 민주당 최고위원들에게도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준호 의원이 19일 "업체가 내놓은 문구를 당에서 조치해준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해명을 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혁신계를 자처한 모임 '원칙과상식'이 주최한 청년 간담회에서 "당에서 보낸 공문서를 보면 '사무총장, 홍보위원장 한준호' 이렇게 나와 있다"며 한 의원의 발언을 반박했다. 당이 현수막 문구를 최종적으로 검토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민주당은 현수막 문구를 삭제 조치했다고 밝혔지만 당 안팎에서 거듭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민주당 당원게시판 '블루웨이브'에는 "한준호 반성해라" "현수막 너무 구리다" "현수막 당장 내리고 관계자 징계하라"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지난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정부의 청년고용예산 3000억원 중 80%에 달하는 2400억원을 삭감하고 이를 단독 의결했다"며 "청년세대를 비하하는 현수막을 내건 것도 모자라 청년예산까지 정쟁의 도구로 삼는 민주당의 그릇된 행태는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마을'에는 이번 사태를 두고 민주당을 옹호하는 반응도 있었다. 카페에는 "해프닝 정도 일을 왜 이렇게 난리들인지" "뭔 현수막 하나 잘못 건 걸로 며칠째 언론을 도배하냐, 기가 찬다" "뭐가 비하인지 난 모르겠는데, 하여간 선택적 분노가 도를 넘었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 ▲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이종현 기자
    ▲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이종현 기자
    논란이 지속되자 민주당은 공식 사과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20일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기획 의도가 어떠하더라도 국민과 당원이 보시기에 불편했다면 이는 명백한 잘못"이라며 "당의 불찰이고 사무총장으로서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과"했다.

    조 사무총장은 이어 "이번에 논란이 된 현수막은 민주당의 갤럭시 프로젝트를 사전 홍보하기 위한 티저(맛보기) 광고였다"며 "갤럭시 프로젝트는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국민성을 담아내기 위해 준비한 캠페인"이라고 설명했다.

    조 사무총장은 '당 총선기획단과 최고위원들이 현수막 문구를 보고받았느냐'는 질문에 "갤럭시 프로젝트 개요 방향은 보고됐지만 논란이 된 문구가 보고된 것은 아니"라며 "어쨌든 시행 과정의 불찰이고 당이 잘못했다. 업체에 떠넘길 사안이 아니고, 당의 착오이고 불찰"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