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피고인들은 노동운동 활동가… 도주할 사람들 아니다"재판부, 공동 피고인 접촉·연락 금지 등 석방 조건으로 내걸어
  • 북한의 지령을 받고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민노총 간부들이 보석으로 풀려나게 됐다.

    27일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는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 씨, 전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모 씨, 전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모 씨가 낸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석방 조건으로 △3일 이상 여행 시 신고 △공판 출석 의무 준수 △공동 피고인 및 피고인 가족과 전화 문자 등 접촉·연락 금지 △보증금 1억원 등을 내걸었다.

    석씨 등 3명은 재판부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 달라며 보석 신청을 한 바 있다. 이들은 검찰이 이미 증거를 다 확보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고, 자신들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 도주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석씨 등의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노동운동 활동가로, 자신들의 활동이 종북·좌익행동으로 매도된 것을 해명해야지, 도주할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석씨 등은 곧바로 석방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석씨는 이날 보석이 기각됐더라도 1심 최대 구속기간이 6개월임에 따라 오는 9일 석방될 예정이었다.

    이에 앞서 석씨 등과 함께 재판받던 전 민노총 전 조직부장 신모 씨는 보석이 허가돼 지난 9월13일 석방됐다.

    석씨 등은 지난 5월10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모두 102회에 걸쳐 북한의 지령문을 받고 간첩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2017년 9월~2019년 8월 중국과 캄보디아 등지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2020년 6월~2022년 9월 대북 통신용 이메일 계정을 만들어 북한과 연락을 취하고 조직원들과 접선할 수 있는 신호 방법을 만든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의 지시에 따라 민노총 위원장선거 후보별 계파 및 성향, 평택 미군기지와 오산 공군기지의 시설·군사장비 등 사진을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과 국가정보원 등은 민노총 사무실과 석씨 등의 주거지를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을 통해 역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중 최다 규모인 90건의 북한 지령문과 24건의 보고문, 암호 해독 키 등을 확보·분석해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석씨 등은 자신들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지난 25일 동아일보는 이들의 보석 석방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민참여재판 신청과 불허 후 항고 등을 통한 '재판 지연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들은 5월 구속 기소된 이후 당초 7월5일 첫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그 직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불허하자 재항고 끝에 7월31일 최종 불허 판결을 받았다"면서 "기소된 지 세 달여 후인 8월14일에야 첫 공판이 열렸는데 1심 선고 전에 구속기한 만료가 확실시되면서 보석 허가 가능성을 높였다는 게 검찰 시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