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교두보 및 관광객 유치 위해… 2007년부터 사업 추진"'민주당 김용집 광주시의원, 2018년 시의회 본회의 발언' 확인
  • ▲ 광주 남구 정율성 거리 전시관. ⓒ정상윤
    ▲ 광주 남구 정율성 거리 전시관. ⓒ정상윤
    광주광역시가 추진 중인 '정율성기념공원'을 두고 여권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주시의원도 정율성이 "대한민국에 기여한 부분이 거의 없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광주시의회 홈페이지 회의록에 따르면, 2018년 3월5일 민주당 소속 김용집 당시 광주시의원은 시의회 본회의에서 "정율성의 음악세계가 중국 국민들에게는 지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광주 출신이라는 점을 빼면 우리 시나 대한민국에 기여한 부분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교류를 위한 교두보 마련 및 관광객 유치를 위해 2007년부터 꾸준히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말한 '이 사업'은 광주시가 2005년부터 개최한 정율성음악회다. 정율성은 해방 전 중국 인민해방군 군가를, 해방 후에는 북한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한 귀화 중국인이다. 중국과 북한의 군가를 만든 정율성이 우리나라에는 기여한 부분이 적다는 것이 김 의원의 평가였다. 김 의원은 2020년 광주시의회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5·18민주화운동 38주년을 기념하며 작곡가 윤이상의 '사상과 음악세계를 재조명'하기 위한 음악제 개최와 명예시민증 수여를 추진하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정율성은 되는데 윤이상은 왜 안 되느냐는 것이었다.

    윤이상은 1968년 '동베를린간첩단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받았고, 김일성을 '역사상 최대의 영도자'라고 부른 인물이다. 김일성 생일 때 곡을 만들어 바치기도 했다.

    광주시는 최근 정율성을 '한·중 우호교류'의 상징적 인물로 판단하고 48억원을 들여 정율성기념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를 '침략자 역사공원'이라고 규정하고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김일성도 만들지 못한 정율성공원, 대한민국에 생긴다니 웬말이냐"며 "침략군의 군가 지은 작곡가 기념공원 조성하는 나라 이 세상 어디에 있나"라고 개탄했다.

    광주에 가장 큰 정치적 지지 기반을 둔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공식 견해를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민주당 소속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정율성 선생에 대해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논의하는 도시 광주,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며 "그에 대한 평가와 공과는 역사에 맡겨두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율성을 향한 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애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6년 10월26일 당시 서인봉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의 전신) 광주시의원은 본회의에서 정율성을 "중국 혁명음악의 대부로 불리고 있으며 중국인들이 추앙하는 인물로서 우리 시의 큰 자랑이 아닐 수 없다"고 치켜세웠다.

    서 의원은 이어 "정율성 테마사업은 우리 시에 호재임에 틀림없다"며 "정율성 선생 기념사업은 우리 시의 대 중국 관광자원화를 위해서라도 전략적 차원에서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정율성을 국가유공자로 추서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정율성의 조카 박모 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 방중 직후인 2017년 12월 말 경기남부보훈지청에 정율성 포상을 신청했다. 문 전 대통령은 같은 달 15일 베이징대에서 연설하며 "광주시에는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한국의 음악가 정율성을 기념하는 '정율성로'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는 공적 심사를 진행한 결과 정율성이 일제강점기에 중국에서 항일운동을 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의 국가유공자 서훈이 불발된 것이다.

    한편, 국가보훈부는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정율성기념공원 사업이 적합한지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정율성기념공원 조성사업을 막기 위한 헌법소원 청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