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쟁' 임진왜란 참전국 조선·명·일본 사이 오간 문서들 포함
  • ▲ 용사잡록 표지.
    ▲ 용사잡록 표지.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는 임진왜란 시기 조선군을 총괄 지휘하였던 약포(藥圃) 정탁(鄭琢)의 용사잡록(龍蛇雜錄)을 번역해 발간했다고 1일 밝혔다.

    조선 선조대의 학자이자 정치가인 정탁은 전쟁이 발발하자 세자 광해군을 보좌해 분조(分朝, 임진왜란 때 임시로 세운 조정)에서 전쟁을 지휘한 인물이다. 충무공 이순신이 모함으로 파직·하옥돼 고문당할 당시 선조에게 충무공의 구명을 청원하는 '신구차'(伸救箚)를 상소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그가 쓴 용사잡록은 전쟁기록 및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 제494-6호로 지정됐다. 이 책은 정탁이 정승으로 전쟁에 대한 종합적인 지휘를 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접한 각종 문서들이다.

    임진왜란시기 조선 내부, 조선과 명, 명과 일본 사이에 왕래한 각종 공문과 편지 등 사료적 가치가 높은 문서들을 정탁이 필사로 편집해 발간했다.

    특히, 전쟁 종식 강화협상을 둘러싼 조선, 명, 일본의 치열한 군사외교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사명당 유정의 보고서 및 장계(狀啓, 조선시대 왕명을 받고 외방에 나가 있는 신하가 자기 관하의 중요한 일을 왕에게 보고하거나 청하는 문서)와 정탁의 공로를 인정하려는 국왕의 교지 및 이를 사양하는 상소(上疏), 전쟁의 피해를 극복하고 민심을 안정시켜 국가를 재건하기 위해 전쟁공훈자 관련 대대적인 선양사업과 구체적인 명단을 담은 지방관의 보고서 등 전투상황 이외에 군사외교, 국정안정, 전황보고 등 다양한 문서가 수록돼 있다.

    또한, 조선의 지방관, 장수가 국왕에게 보고하거나 국왕의 지시한 문서, 명나라 파견군 제독이었던 유정의 공문서, 강화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일본군 지휘관 가토 기요마사(加籐淸正)의 편지 등도 포함돼 있어 국제전쟁의 생생한 상황을 보여준다.

    용사잡록은 조선‧일본‧명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국제전쟁인 임진왜란에서 조선의 전쟁 과정과 국가위기 극복 노력뿐만 아니라 조선‧일본‧명의 전쟁 관련 정치, 군사적 공조와 갈등이 고스란히 수록된 역사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전쟁의 당사자이자 가장 큰 피해자였던 조선이 보여준 전투의지, 자국의 위엄을 보이며 전쟁을 조기 종료하고자 했던 명나라, 패전 분위기에서 안전하게 퇴각을 원했던 일본 입장이 담긴 기록이 각국의 시각에 따라 표현돼 있다.

    그러나 용사잡록은 높은 사료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조선과 명의 고문서 및 편지가 수록돼 있어 전문연구자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이에 중국사를 전공한 순천향대학교 임상훈 교수와 경인교대 기전문화연구소의 안광호 연구원이 번역을 담당했고,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의 김경록 선임연구원의 전문해제를 수록했다.

    군사편찬연구소는 지난 2019년 임진기록 번역출판에 이은 후속 과제로 용사잡록을 번역해 출판함으로써 학계 및 일반인의 임진왜란 연구 및 관심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