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연속성 vs 선거 승리 딜레마시험대 오른 2년 차 靑 국정 역량실장·수석부터 10여 명 출마설행정통합 이슈 맞물려 '투 톱' 흔들 朴·文·尹 땐 실장급은 자리 지켜이례적 '컨트롤타워' 공백 우려
  • ▲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책 자료집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책 자료집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를 맞은 청와대가 '정책 연속성'과 '선거 승리'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딜레마에 직면했다. 일부 참모의 지방선거 출마를 넘어 국정 운영의 중추인 실장·수석급부터 실무를 책임지는 행정관까지 10여 명의 이름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경제 복합 위기 속에서 국정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선거 캠프'로 전락했다는 비판과 함께 정책 연속성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참모들의 지방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예측할 수 없다"며 "개구리처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듯이 참모들도 그 자리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靑 '투 톱'까지 흔드는 행정통합 이슈 … 잔류 무게 속 여전한 불씨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8일 사퇴한 우상호 정무수석(강원지사 출마 거론)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현재 정치권의 시선은 강훈식 비서실장(충청)과 김용범 정책실장(호남) 등 이재명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투 톱'에 쏠려 있다. 물론 집권 2년 차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 참모진의 중심을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 만큼 현재 청와대 기류는 이들의 잔류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대전·충남 통합과 광주·전남 통합 등 광역단체 행정 통합이 급물살을 타면서 해당 지역에 연고가 있는 두 실장의 '전략적 차출론'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행정 통합이 완료되면 기존 대전시장과 충남지사, 광주시장과 전남지사가 통합된 새로운 '통합시장' 선거가 창출된다. 이는 그간 텃밭을 일궈온 기존 정치인에게 유리한 선거 구도가 무너지는 '리셋' 효과를 낳는다. 아산 지역구 3선 의원 출신인 강 실장과 전남 무안 출신인 김 실장처럼 중앙 정부의 신뢰와 지역 연고를 모두 갖춘 인물이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게 된다.

    특히 초대 통합시장직은 대권 잠룡으로 체급을 키울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이기도 하다. 인구 360만 명대의 광역도시를 처음 이끌게 되는 인물은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고, 연간 최대 5조 원씩 4년간 제공되는 국가 지원으로 각각 약 25%씩 늘어나는 재정 규모를 당선자의 정치적 실적 쌓기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통합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신뢰받는 중앙 정부 출신이 지역을 이끌어야 한다는 투 톱의 역할론에 대한 기대가 나오고 있다. 반면 통합 직후 지역 행정의 조기 안착이 필요한 시점에 중앙의 핵심 참모가 선거판으로 나간다면 새로운 광역단체의 성공적 출범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음 달 행정 통합 절차가 마무리되면 '투 톱'의 등판론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은 리스크다. 국정 컨트롤타워의 핵심인 이들의 거취가 행정 통합과 얽혀 불확실성에 갇혀 있다는 것 자체가 국정 운영에는 부담 요인이다.

    ◆환율 1400원대·공급망 불안 … 반도체·배터리 투자 결정에 '노란불'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을 오가며 외환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김용범 정책실장의 전남지사 또는 호남 국회의원 보궐선거 차출설은 시장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한미관세 협상과 공급망 재편 등 대외 리스크를 관리해 온 정책실장의 교체 가능성은 협상 상대국에 정책 기조 변화로 읽힐 소지가 있다.

    아울러 시장 메커니즘상 정책의 불확실성은 곧 기업의 리스크 비용 상승으로 직결된다. 실제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와 맞물려 반도체·배터리 등 주요 대기업들은 신규 설비 투자의 집행 시기를 재검토하는 등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선거 승리를 위해 경제 사령탑을 차출하는 것이 과연 국익에 부합하는지 득실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테크노크라트까지 차출? …  AI 표준 전쟁 한복판서 'AI 사령탑 실종' 우려

    AI 핵심 사령탑인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의 부산시장 차출설이 제기되면서 'AI 3대 강국 도약'이라는 국정 목표가 퇴색될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도 있다.

    하 수석 본인은 "출마 의사가 전혀 없다"며 수차례 선을 그었으나 부산시장 하마평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해수부 업무보고 현장에서 "'하GPT'(하 수석의 별명)의 고향도 부산 아니냐. 그냥 여기 계시면 어떠냐"는 이 대통령의 농담은 이러한 차출설에 힘을 실었다.

    문제는 이러한 불확실성 자체가 정책 리스크로 작동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AI 정책은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주도의 글로벌 기술 표준 수립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시점이다.

    고도의 전문성과 지속성이 요구되는 기술 사령탑이 선거공학에 따라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정치적 카드로 취급되는 분위기는 시장과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사령탑 차출론이 계속된다면 진행 중인 국제 공조 논의나 국내 기업 전략의 동력은 약화할 수 있다.

    ◆실무 책임자 잇단 이탈 시 4~6주 병목 현상 우려

    실무 라인의 공백은 더 구체적이다. 김병욱 정무비서관은 지난 20일 사의를 표하고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성남시장 출마를 사실상 선언했다.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남준 대변인은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이선호 자치발전비서관은 울산시장, 배진교 국민경청비서관은 인천시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진석범(화성시장)·김광(계양구청장)·서정완(하남시장)·성준후(임실군수) 등 행정관급 인사들까지 줄줄이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부처 정책안을 검토하고 조율하는 실질적 국정 운영의 핵심 고리라는 점이다. 비서관급은 부처에서 상신된 정책안을 검토해 수석비서관에게 보고하고 부처 간 정책 조율을 담당한다.

    후임자 검증과 업무 파악에 통상 4~6주가 소요됨을 고려하면 부처와의 소통 창구에 일시적으로 병목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정 성과를 속도감 있게 내야 할 2년 차에 행정 누수를 유발할 수 있는 불안 요소다.
  •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증인들이 지난해 1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등 국정감사에 출석해서 질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증인들이 지난해 1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등 국정감사에 출석해서 질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朴·文·尹 땐 실장급은 자리 지켜 … 이례적인 '투 톱' 차출설

    과거 정부의 사례와 비교해도 이번 청와대 참모진의 이탈 규모와 급(級)은 이례적이다. 박근혜 정부 2년 차였던 2014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세월호 참사 수습을 위해 참모진의 출마가 사실상 전무했고, 문재인 정부도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박수현 대변인 등 비서관급 5명과 행정관 11명이 출마했으나 임종석 비서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 등 '투 톱'은 자리를 지켰다.

    '용산 러시'라는 비판을 받았던 윤석열 정부조차 집권 3년 차 총선(2024년)에서 강승규·김은혜 등 수석급 차출에 그쳤고 김대기 비서실장이나 이관섭 정책실장 등 국정 최고 사령탑이 선거판에 뛰어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집권 2년 차 지방선거임에도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의 차출설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총선보다 차출 수요가 적은 지방선거에서 실장급 인사까지 흔들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단순한 인력 유출을 넘어 국정 최고 리더십의 공백을 자초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데일리에 "대통령 참모진의 출마는 역대 정부에서도 반복된 현상이고 개인의 선택인 만큼 이를 비난할 순 없다"면서도 "다만 참모진의 이탈로 국정이 흔들린다면 이는 한국의 정치 구조가 매우 중앙집권적인 '제왕적 대통령제'임을 방증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선거 승리 vs 국정 안정, 李 정부의 선택은?

    청와대 경력이 선거용 스펙으로 소비되는 '회전문 인사' 관행은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다. 그러나 안보와 경제의 복합 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는 그 무게감이 다르다.

    강 실장과 김 실장 등 핵심 참모진까지 차출되면 이재명 정부는 후임자 검증 기간의 국정 공백은 어떻게 메울 것인지, 진행 중인 대외 협상의 연속성은 누가 보증할 것인지, 선거 승리가 국정 운영의 안정성보다 우선하는 가치인지에 대해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정책의 공백과 시행착오로 인한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