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재건사업 규모 2000조원 추산…尹, 직접 전쟁터 뛰어들어폴란드, 우크라 전후 재건 거점지…재건사업 유리한 고지 선점 의도尹, 자유민주주의 보편적 가치 강조…국제사회에 한국 존재감 부각 러시아 반발 예상에도…우크라에 '살상무기 직접 지원' 여부 관심
  • ▲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인근의 부차시 학살현장 추모공간에 방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인도적 구호품을 포함한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인근의 부차시 학살현장 추모공간에 방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인도적 구호품을 포함한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러시아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극비리에 찾은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부각하고 2000조원으로 추정되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이 이번 동유럽 순방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리투아니아에 이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거점지인 폴란드행을 택한 것은 애초부터 우크라이나 방문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 폴란드는 윤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유럽 양자방문국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12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리투아니아 빌뉴스를 방문한 데 이어 12~14일(현지시간) 폴란드를 국빈급 공식방문했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현지 브리핑을 통해 이번 폴란드 공식방문 성과의 한 축으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활로 개척"을 꼽았다. 

    김 차장은 "우크라이나 재건에는 여러 가지 평가가 있지만 2000조원 이상 규모의 공사와 경제사업이 따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폴란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 재건사업에 참여해달라며 한국 정부에 200억달러(25조원) 5000개 재건사업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이와 별개로 민간 주도로 320억달러(40조) 규모의 재건 사업이 추진 중이다. 정부는 앞으로 민‧관 협력을 활성화 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추가로 발굴하고, 사업 수주 규모를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김 차장은 "그동안 전쟁 초기에 1200만명 이상의 우크라이나인들이 폴란드 국경을 넘어왔다가, 지금 이 시점에는 약 120만명 정도의 우크라이나인 난민들을 폴란드가 무료로 수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도 의미가 클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후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에 인접국인 폴란드가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폴란드에 이미 350여개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만큼, 우리 정부는 한국과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의 물류와 인프라 건설, 교통 통신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재건협력 양해각서(MOU), 한‧폴란드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폴란드 교통인프라 개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그동안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 대통령이 직접 눈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현장을 확인함으로써 재건사업 방향과 추가 지원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으로 그동안 고수해온 '비상살무기 지원'이라는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기조가 '살상무기 직접 지원'으로 바뀔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결정은, 그동안 윤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진영 연대와 보편적 가치를 강조해온 만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실하게 부각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정상회의에 참석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을 만나 ITPP(개별 적합 파트너십 프로그램)를 체결하는 등 한·나토 간 안보 결속을 강화했다.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한‧미‧일 3각 동맹 복원에 주력했다면, 이번 동유럽 순방을 통해 외교 역량을 유럽권으로 확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지난 12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도발하자, 윤 대통령은 리투아니아 현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은 글로벌 안보협력을 논의하는 나토 정상회의 기간에 이뤄진 것으로, 오늘 나토 회의 등의 계기에 국제사회의 강력한 결속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윤 대통령은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4개국(AP4) 정상회담을 주최하고 "북한의 핵미사일은 이곳 빌뉴스는 물론이거니와 파리, 베를린, 런던까지 타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협"이라며 "앞으로도 한국과 나토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해 나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결정도 국가 안보와 경호 위험으로 인해 극비리에 추진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4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해 "나토 순방을 준비하면서 오래전에 양자 방문에 대해서 초청을 받았고 고민을 오래 했다"며 "우크라이나의 한 장소만 가는 것이 아니고, 공식방문 일정으로 인근의 도시, 인근의 시설을 같이 둘러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전시 상황에서의 협력 문제, 그리고 향후 폴란드를 포함한 재건 과정에서의 협력 문제, 구체적으로 별도로 논의할 사항이 많이 식별돼서 이번에 (정상)회담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우크라이나 방문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상대국 정상이 정중하게 방문 초청을 하는 것은 지금 국제사회의 초미의 과제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 대한민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깔려있는 것"이라며 "그래서 경호와 안전 문제, 방문 필요성 문제를 놓고 당연히 고심 끝에 입장을 정하고 대통령께서 결심하셔서 방문하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