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文 말기 김명수 원장이 지명… 총선 앞둔 '내 편 임명' 우려자녀 특혜채용 의혹으로 책임론 강조… 與 "환골탈태 혁신 필요"노태악 "국민 응할 때까지 개혁 방안 고민"… 사퇴 거부 에둘러 시사
  • ▲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뉴데일리DB
    ▲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뉴데일리DB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간부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국민의힘이 노태악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선관위가 자체 특별감사에 나선 것을 두고 '셀프 조사'라고 비판하며 노 선관위원장의 책임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노 선관위원장은 문재인정부 말기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표적인 '알박기' 인사로 꼽힌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채용 의혹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선관위 자체 조사로 할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일 수 있다"며 "어느 기관보다 가장 공정해야 할 곳이 선관위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선관위가 무소불위의 권한과 지위를 남용하면서 내부적으로 곪았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고 사무총장·사무차장 정도 수준이 아니라 환골탈태하는 형태의 대대적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노 선관위원장 사퇴를 에둘러 압박했다.

    선관위는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 김세환 전 사무총장 등 전·현직 간부 6명의 자녀가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총장과 송 차장이 지난 25일 사퇴했으나 특혜 의혹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선관위 자체 전수조사에서 4·5급 공무원 자녀 5명도 특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 대상자는 11명으로 불어났다. 선관위는 현재 특별감사와 별개로 5급 이상 공무원의 자녀 경력직 채용 사례를 전수조사 중이라 이 수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여권에서는 선관위 내부에서마저 해명이 꼬이자 자체조사를 믿을 수 없다며 검찰 등 외부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2018년 충청북도선관위 경력 경쟁채용시험은 특정인을 위한 채용계획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선관위에 채용공고가 되지 않아 어떻게 알고 지원하느냐 물으니 '결원이 생긴 시·군·구'에 공문을 보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이어 "당시 결원이 생긴 곳은 괴산군·단양군선관위라고 한다. 그러나 최종합격자는 충남 보령시 소속의 송봉섭 선관위 사무차장 자녀"라며 "어떻게 충남 보령에서 공고도 없이 진행된 충북선관위 채용에 응시했는지 선관위는 지금까지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與, 文정부 대표적 '알박기' 노태악 사퇴 촉구

    여권은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채용 의혹을 빌미로 노 선관위원장을 겨냥했다. 그간 여권에서는 문재인정부가 내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두고 노 선관위원장을 임명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선관위원장을 '내 사람'으로 임명해 선거 전반을 관리하는 주도권을 쥐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노 선관위원장은 문재인정부 말기인 지난해 4월22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인사청문회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사흘 뒤인 같은 해 5월13일 치러진 전형적인 '알박기' 인사로 꼽힌다.

    선관위 간부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화수분처럼 제기되면서 선관위 '개혁'과 함께 노 선관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높은 청렴도를 요구하는 선관위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가장 공정해야 할 국회의원선거를 '노태악 체제'에 맡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 정책위 의장은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썩을 대로 썩은 선관위 조직에 개혁의 칼날을 들이댈 용기와 배짱이 없다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도리일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감사원 감사 촉구, 검찰 수사 의뢰 등 이번 사태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민 실망시키지 않겠다" 노태악, 사실상 사퇴 거부

    노 선관위원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선관위 개혁방안 논의를 위한 긴급회의 전 여권의 사퇴 촉구에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위원회의 입장을 내일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노 선관위원장은 이어 "앞으로 전수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여당이 선관위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노 선관위원장은 회의 후에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이 응할 때까지 그런(개혁) 방안을 고민하고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며 "제도적 개선에 관한 것들은 내일(31일) 감사 결과와 같이 말씀드리겠다"고 언급했다. 

    개혁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사실상 여권의 사퇴 촉구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선관위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는 지적에 노 선관위원장은 "제가 말씀드릴 입장은 못된다"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