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고급 외제차·금품 수수첫 준비기일서 "혐의 부인"… 2차 준비기일에는 "증거 위법 수집"檢 "인과관계 확정된 것만 제출했다"… 法 "재판 지연 우려"'50억 클럽' 박영수 이어 이순우 前우리은행장 압수수색
  • ▲ 2017년 3월 박영수 특검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국정농단 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2017년 3월 박영수 특검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국정농단 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재판을 앞두고 피고인 측과 검찰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피고인 측은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 내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도 위법으로 수집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재판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과관계가 확정된 것만 증거로 신청했다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16일 오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특검, 이모 부부장검사,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상섭 TV조선 보도해설위원, 전직 중앙일보 기자 등 6명을 대상으로 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박 전 특검을 비롯한 피고인들은 지난달 18일에 이어 이날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박 전 특검 측은 "특검은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처음부터 비용을 지급할 의사로 포르쉐 차량을 '렌트' 했고, 실제 비용도 지급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박 전 특검 측은 이어 "박 전 특검은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고 법리적으로 공직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가능하다면 재판을 분리해서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임명된 박근혜정부 당시 제정된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에 대한 자격, 보수 등을 규정하므로 특검도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모 검사 측은 "수사 개시 당시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엄상섭 해설위원, 이동훈 전 논설위원, 전직 중앙일보 기자 이모 씨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도 피고인 측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며 재판부에 증거 채택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재판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과관계가 확정된 것만 증거로 신청했는데, 피고인 측에서 위법 수집 증거라고 주장하면 (수사기록을) 원칙대로 다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그렇게 되면 재판이 너무 지연된다"며 "변호인 측에서 구체적으로 위법사항을 특정해 주면 관련 서증조사와 증인신문을 통해 증거에 대한 위법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중재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첫 공판은 오는 6월13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박 전 특검은 2020년 자신을 수산업자라고 소개한 김모 씨로부터 3회에 걸쳐 86만원 상당의 수산물을 받고, 대여료 250만원 상당의 포르쉐 차량을 무상으로 이용하는 등 총 336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다른 피고인들은 김씨로부터 수산물, 학원비 대납, 유흥접대, 차량 무상이용 등으로 300만~9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 ▲ 2017년 3월 박영수 특검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국정농단 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박 전 특검은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도 연관돼 있는데, 이와 관련해 검찰은 16일 오전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이날 이 전 은행장의 주거지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이메일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박 전 특검은 2014년 우리은행 사외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할 당시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 등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업자들로부터 우리은행 컨소시엄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200억원 상당의 땅과 건물 등을 약속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당초 대장동 일당의 성남의뜰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다 2015년 3월 회사 내규 등을 이유로 불참 결정을 내렸다. 대신 PF 대출에는 참여하겠다며 1500억원의 여신 의향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 같은 우리은행의 결정에 박 전 특검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11~14년 은행장이었던 이 전 은행장을 통해 부동산·금융부 실무진에 관련 내용들이 전달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 분석을 끝낸 이후 이 전 은행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3월30일 검찰은 박 전 특검의 주거지와 사무실, 우리은행 본점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50억 클럽 의혹'에 따른 수사를 본격화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우리은행 본점 심사부와 이광구 당시 우리은행 부행장 등 전·현직 임직원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박 전 특검은 그러나 지난 3월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성명을 내고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