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공산당 표석' 본지 보도 이후 사라져 노동당 "서울시가 표석 재설치 논의" 주장서울시 "사실무근… 사회적 공감 형성돼야"정경희 "공산주의운동과 독립운동, 동일시 안 돼"이종배 "공산당 '역사왜곡'은 국민께 도리 아냐"황윤덕 "오세훈 시장이 책임지고 재설치 막아야"
  • ▲ (왼쪽)원외정당인 노동당이 지난 2021년 6월에 서울시 중구청에 제안해 2023년 3월 29일에 설치된 '조선공산당 표석'이다. '광복단결사대 활동지 및 조선공산당 창당대회 터'를 제목으로 하는 이 표석에는 '이곳은 1920년 8월 24일 미 의원단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지휘 아래 광복단 결사대와 암살단이 조선총독 및 일본 고관을 처단하려 모였던 아서원 자리이다. 1925년 4월 17일 여기서 열린 창당대회에서 조선공산당이 결성되어 사회주의 독립운동을 이끌었다'라는 문안이 새겨져 있다. (오른쪽) 지난 24일 밤~25일 새벽에 사라진 것으로 추측되는 표석이 있던 자리가 5월 3일 현재 보도블록으로 메워져 있다. ⓒ정상윤 기자
    ▲ (왼쪽)원외정당인 노동당이 지난 2021년 6월에 서울시 중구청에 제안해 2023년 3월 29일에 설치된 '조선공산당 표석'이다. '광복단결사대 활동지 및 조선공산당 창당대회 터'를 제목으로 하는 이 표석에는 '이곳은 1920년 8월 24일 미 의원단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지휘 아래 광복단 결사대와 암살단이 조선총독 및 일본 고관을 처단하려 모였던 아서원 자리이다. 1925년 4월 17일 여기서 열린 창당대회에서 조선공산당이 결성되어 사회주의 독립운동을 이끌었다'라는 문안이 새겨져 있다. (오른쪽) 지난 24일 밤~25일 새벽에 사라진 것으로 추측되는 표석이 있던 자리가 5월 3일 현재 보도블록으로 메워져 있다. ⓒ정상윤 기자
    서울시는 3일 공산당 미화 논란에 휩싸인 '조선공산당 기념 표석' 재설치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표석 유실문제가 우선 해소돼야 하고, 사회적 공감대도 조성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표석 재설치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표석 설치를 추진한 원외정당 노동당(옛 진보신당연대회의)은 이날 오전 7시46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조선공산당 기념 표석을 '역사문화표석', 공산주의자들을 '독립운동가'라고 규정하면서 "25일 새벽 역사문화표석 하나가 사라졌다" "노동당은 이번 역사문화표석 탈취사건을 실체적 역사를 지우는 몰역사적 행위로 판단하고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노동당은 이어 "서울시(역사문화재과)는 4월26일 남대문경찰서에 해당 사안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고, 수사 진행과 무관하게 서울시 문화재위원회가 재설치 여부를 논의한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서울시는 표석 재설치 여부와 관련 '사회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앞(을지로1가 180-6) 옛 아서원 자리에 해당 표석이 설치됐고, 이를 기념하는 '조선공산당 창당대회터 표석 건립 기념행사'까지 열렸다는 본지 보도를 접하고 대노(大怒)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당은 98년 전 조선공산당 창당대회가 열린 시간과 장소까지 맞춰 지난 4월17일 오후 1시에 옛 아서원 자리인 롯데호텔 앞에서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행사에서 '조선공산당선언'을 낭독하고 "빨치산 선배들" "선배 사회주의자"를 운운하면서 묵념을 했다. 한위건 중국공산당 하북성위원회 선전부장, 허헌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 허정숙 북한 문화선전상, 김원봉 북한 노동상 등 '월북자'들을 '독립운동가'로 미화하고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인터내셔널가(歌)'를 제창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허술한 표석 설치 의사결정 과정과 관련한 사실을 보고 받고 해당 사안을 대상으로 한 즉각적인 경위 조사를 지시한 상태다. 

    서울 전역의 표지석 설치는 소관 구청이 접수, 서울시 문화재위원회 심의 통과 후 시 문화국장 산하 과장 전결로 처리되는 등 결정 과정에 문제점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표지석 설치 절차가 폐쇄적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따라 사회적 공감대 확보를 위한 의견 청취 절차를 새로이 두는 등 제도 전반을 개선할 방침이다.

    앞서 노동당이 2021년 6월2일 서울 중구청에 신청한 '조선공산당 창당대회터' 표석은 지난 3월29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앞(을지로1가 180-6) 옛 아서원 자리에 설치됐다.

    표석 제목은 서울시 문화재위원회 표석분과의 요청에 따라 '광복단결사대 활동지'가 추가된 '광복단결사대 활동지 및 조선공산당 창당대회 터'로 정해졌다. 

    표석에는 "이곳은 1920년 8월24일 미 의원단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지휘 아래 광복단 결사대와 암살단이 조선총독 및 일본 고관을 처단하려 모였던 아서원 자리이다. 1925년 4월17일 여기서 열린 창당대회에서 조선공산당이 결성돼 '사회주의 독립운동'을 이끌었다"고 적혔다.

    "조선공산당은 '국제공산당의 한 지부'로서 '폭력혁명'에 의거해 '공산주의 건설'을 목적으로 한다" "세계 프롤레타리아 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자본주의 일본의 제국주의를 타파하고 '식민지 조선의 독립'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민족문제 해결은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일부로 된다.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위한 민족운동을 원조함은 물론, '전술'로서 민족주의적 단체와 '제휴'해 이를 '이용'한다"는 조선공산당 창당 목적과 행동강령에서도 알 수 있듯, 조선공산당을 비롯한 공산주의 세력이 세(勢)를 불리기 위해 독립운동가들과 민족주의자들을 이용했지만 표석에는 공산주의 운동가들을 단순히 독립운동가로만 규정한 내용이 담겼다.
  • ▲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이 지난 4월 25일 '조선공산당 표석 철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표석은 24일 밤~25일 새벽에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대한호국단
    ▲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이 지난 4월 25일 '조선공산당 표석 철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표석은 24일 밤~25일 새벽에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대한호국단
    역사교과서 좌편향 문제를 연구해온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한일관계 정상화와 대한민국 안보위기 대응방안' 토론회 개최에 앞서 "일제가 공산주의를 불법화했고 탄압하자 공산주의자들이 이에 대해 항일운동을 한 것이다. 일제에 대한 모든 항일운동이 독립운동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산주의운동을 했다는 사실이 자유대한민국에서 자랑스러운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정 의원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전혀 다르다. 우리 사회에서 좌파들이 공산주의를 옹호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사회주의를 내걸고 있다. 이들이 존경한다는 레닌이 만든 것도 공산당이고, 이들이 기념한다는 것도 조선공산당"이라며 "공산주의운동과 독립운동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종배 시의원은 "역사왜곡 소지가 있는 표석을 세우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이처럼 논란의 소지가 큰 표석을 건립하는 문제가 서울시의회 개원 전에 결정됐다.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조성돼야 하고, 철거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 부설 한국통합전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황윤덕 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은 "조선노동당을 기념하는 표석이 대한민국에 설치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서울시와 중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 속한 지방자치단체이므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길성) 중구청장이 책임지고 재설치를 막아야 한다. 그게 민주시민이자 지도자로서 해야 할 의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