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인천시 투자유치본부장… 2016년 강원도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으로 옮겨망상지구 전체 부지 면적 축소해… '사업부지의 50% 선매수' 사업자 조건 완화전세사기범 지목 남헌기 씨에 특혜 의혹… 검찰, 서류 조작 혐의로 남씨 기소국민의힘 "지역 정가에선 사업자 배후 있다… 송영길과 친분 소문 떠들썩"시장이 청장, 청장이 본부장 임명하는 구조… 송영길 시장, 투자본부장 극찬
  • ▲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종현 기자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주범 남헌기 씨 배후에 인천지역 유력 정치인이 있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제기된 가운데,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남씨의 연결고리가 포착됐다.

    송 전 대표가 인천시장으로 재직하던 시기 인천시에서 투자유치를 담당했던 인사들이 강원도 동해안권경제자유개발청(동자청)으로 자리를 옮겨 남씨가 강원도에서 사업비 6600억원대의 대규모 개발사업권을 따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남씨는 사업계획서에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수입'을 재원 조달 방안으로 기재했다. 인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보증금 상당수가 이곳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21일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지역 전세사기 주범으로 구속된 '건축왕' 남씨가 '동해이씨티국제복합관광도시개발유한회사(동해이씨티)'를 설립하고 망상지구 개발사업에 뛰어든 것은 2017년 8월이다. 개발사업을 주관하는 동자청이 동해이시티를 망상1지구 개발사업자로 선정한 것은 2018년 11월이다. 

    송 전 대표가 인천시장 시절 투자유치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신임을 줬던 측근들은 이 시기 동자청으로 넘어가 또다시 사업자 선정을 담당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자청) 출신인 A씨와 B씨는 2016년 7~8월 동자청 투자유치본부장과 투자유치2부장으로 각각 채용됐다. 형식은 특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출신 인사가 주도하는 강원도 산하 동자청에 지역 연고가 전혀 없는 인사가 임명된 것은 이례적이다. 인천시에서 일하던 인사들이 강원도로 넘어가 인천시에서 활동하던 사업자를 선정한 셈이다. 

    동해시 사정을 잘 아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투자유치 분야는 요직 중의 요직"이라면서 "강원도 출신도 아닌 인천에서 일하던 무연고 분들이 갑자기 지자체 산하인 동자청의 투자유치본부장으로 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송 전 대표가 재임하던 시절 인천경자청에서 투자유치를 전담했다. 2010~14년 인천 송도지구와 청라지구 등의 투자유치에 A씨와 B씨가 관여했다. 송 전 대표는 2010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인천시장을 지냈다.

    이들을 향한 송 전 대표의 신임도 두터웠다. 송 전 대표는 2011년 2월 삼성바이오제약사업을 송도에 유치하면서 시정일기를 통해 "1%의 가능성밖에 없는 현실을 100%로 만들어 냈다"면서 "투자유치본부 A 담당과장이 삼성 서초사옥을 찾아 치열하게 협상했다"고 치하했다. 

    이듬해인 2012년 4월 A씨는 담당과장에서 인천경자청 내부 공모를 통해 투자유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B씨도 인천경자청 기반서비스산업유치과 팀장이 됐다.

    이들은 2016년 7~8월 동자청으로 넘어가 '망상1지구 사업자' 선정에서 사실상 전권을 행사했다. 이 사업은 최문순 전 강원지사가 "동해시 망상 일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국제 관광도시를 만들겠다"면서 2013년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하지만 2016년 사업권을 가졌던 회사가 자금사정 등을 이유로 손을 떼면서 무주공산이됐다. 

    그러자 동자청이 다시 사업 공모에 나섰다. 동해이씨티를 포함해 2개의 사업자가 동자청의 사업계획서 검토를 통과했다. 

    인천지역 전세사기 주범으로 구속된 남씨는 사업계획서에 자금 조달 방안으로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수입'을 기재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사건 피해자들의 보증금이 이 사업으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이 사건으로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동자청은 과거 사업이 무산됐던 과정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사업자 선정을 위해서는 사업부지의 50%를 선매수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런 상황에서 남씨는 2017년 동해시 일대 땅 178만㎡(54만 평)를 143억원에 낙찰 받았다. 그리고 2018년 11월 사업비 6674억원 규모의 망상1지구 개발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쏟아졌다. 당초 남씨가 사들인 토지는 망상지구 부지 총면적의 40%에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자청이 2018년 개발계획을 변경하면서 망상지구 부지의 전체 면적을 줄였다. 이로 인해 남씨의 토지 지분율이 자연스레 50%를 넘기게 됐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미 사업자가 내정된 상황에서 사업자 입에 맞게 규정을 고쳐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와 관련, 동자청은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을 면적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기에 남씨의 서류 조작 의혹까지 불거졌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망상지구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공교롭게도 동해 망상1지구 사업자 선정이 한창이던 2017년 8월~2018년 7월, 송 전 대표는 당시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이었다. 

    송 전 대표는 2014년 지방선거 인천광역시장선거에서 패배한 뒤 2년여간 야인생활을 하다 2016년 총선에서 인천 계양을에서 당선되면서 4선 의원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이후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 선거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던 시기였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동해 개발과도 맞닿아 있다. 위원회는 문재인정부에서 중국의 성장 둔화를 이유로 중앙아시아·러시아와 협력을 추진하는 신북방정책을 위해 만든 기구다. 자연스럽게 러시아와 북한~한국을 잇는 동해안철도 등 동해안 개발도 화두에 올랐다. 먼저 강릉과 제진을 잇는 동해북부선이 추진됐다. 

    동해시 지역정가에서는 이미 사업자 선정 당시부터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돼왔다고 한다. 불투명한 동해이시티의 사업 능력을 밀어 주는 배후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송 전 대표가 축사를 하러 온다는 소문부터, 동해이시티 대표와 친분이 있다는 말까지 지역에 떠들썩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줄곧 망상지구 개발사업에 민주당 인천 유력 정치인이 개입됐다고 주장해왔다.

    인천시 사정을 잘 아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인천경자청장은 인천시장이 임명한다"며 "투자유치본부장은 요직이다. 본부장은 청장이 임명할 텐데, 인천시장이 모를 리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자 선정에 송 전 대표가 관여했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이 같은 의혹을 밝혀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해 "남씨가 다른 지역에 가서 투자사업을 벌였는데, 그 과정에서 고위정치인들이 청탁과 압력을 가했다는 제보가 있기 때문에 특별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도 21일 도 감사위원회를 통해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망상1지구 사업자 선정 과정을 대상으로 한 감사를 긴급 지시했다. 

    뉴데일리는 송 전 대표의 견해를 묻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