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남 외도 의심하다 범행… 8일간 베란다 감금, 삼단봉으로 폭행 시체 방치하다 한 달 뒤 자수… "심신미약 상태, 고의도 없었다" 주장대법원, 징역 25년 원심 확정… "사망 충분히 예견 가능, 죄질 몹시 나빠"
  • ▲ 대법원 전경. ⓒ정상윤 기자
    ▲ 대법원 전경. ⓒ정상윤 기자
    지적장애가 있는 동거남을 삼단봉으로 때려 숨지게 한 뒤 한 달 넘게 방치한 30대 여성이 징역 25년을 확정 받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는 28일 살인·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자택에서 함께 살던 지적장애 3급 B(사망 당시 31세)씨를 베란다에 가두고 호신용 삼단봉을 여러 차례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21년 5월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B씨를 만나 한 달 뒤 동거를 시작했다. 이후 아이를 임신하는 등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다 B씨가 외도한 사실이 없는데도 바람을 피운다고 지속적으로 추궁했고, 집 안에 폐쇄회로TV(CCTV)까지 설치했다.

    지난해 2월에는 속옷만 입은 B씨를 8일간 베란다에 감금했고, 호신용 삼단봉으로 B씨의 머리 등을 여러 차례 폭행했다. B씨는 온몸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A씨는 B씨를 옷가지로 덮어 보이지 않게 방치하다 한 달 뒤 경찰에 자수했다.

    A씨는 B씨가 자신을 임신시키고도 외도를 하고 사사건건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어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한 달 뒤 자수할 때는 사체의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면서 "'범행 현장을 떠난 뒤 언니로부터 자수를 권유 받아 마음을 돌렸다'는 피고인 진술까지 종합하면 사체유기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지인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피해자 명의로 월세를 내는 등 범행을 은폐하기도 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살인·시체유기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심신미약을 이유로 선처를 호소했고, 살인과 사체유기의 고의가 없었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1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고 징역 25년을 확정했다.

    2심 재판부는 "적절한 난방과 영양 공급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폭행이 8일 동안이나 계속됐고, 피해자를 살해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던 점까지 더해보면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아이를 임신해 아끼고 사랑해야 할 관계에 있는 피고인으로부터 가학행위를 당해 생을 마감하면서 피해자가 느꼈을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무참히 짓밟을 정도로 참혹하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몹시 나쁘고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