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경북 포항 화진리 해안가에서 쌍룡훈련 '결정적 행동' 진행공정돌격부대, 적 진지 침투 후 전투기 폭격 유도… 상륙군은 해안두보 점유
  • ▲ 29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화진해수욕장에서 2023 쌍룡훈련이 진행된 가운데,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KAAV)가 연막탄을 발사하고 있다. ⓒ이바름 기자
    ▲ 29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화진해수욕장에서 2023 쌍룡훈련이 진행된 가운데,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KAAV)가 연막탄을 발사하고 있다. ⓒ이바름 기자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미 해군의 공기부양정이 상륙할 때 많이 물러나서 촬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변에 공보장교들이 여럿 있으니, 꼭 통제에 따라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29일 오전 9시20분쯤,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화진해수욕장에서 해병대사령부 최용선 공보과장이 100여 명의 취재진 앞에서 설명을 시작했다. 현장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의 외신기자도 더러 보였다. 최 실장은 이들 앞에 서서 10여 분 동안 훈련 시나리오를 소개한 뒤 질문을 받았다.

    이날 해병대는 5년 만에 부활한 '쌍룡훈련'을 언론에 공개했다. 쌍룡훈련은 2012년부터 여단급 이하로 시행됐으나, 2018년 남북 화해 무드의 영향으로 규모가 축소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훈련이다.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격해짐에 따라 한미는 지난해 국방장관회담을 통해 '쌍룡훈련'을 기존보다 규모를 키워 사단급으로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대규모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은 의외로 '공중'에서부터 시작됐다. 수색병력을 실은 C-130 수송기가 오전 9시40분쯤 해안가 끝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가 취재진이 가득한 모래사장 위를 지나 수풀 너머로 사라졌다. '공정돌격부대' 역할을 맡은 인원들은 본대가 해안선에 침투하기 전 적 진지에 침투해 수색 등 특수전을 수행한다. 한미 해병대 수색부대와 영국 해병대 코만도, 해군 특수전(UDT)팀으로 구성됐다.
  • ▲ 29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화진해수욕장에서 2023 쌍룡훈련에 참가한 해병대원들이 은·엄폐를 실시하고 있다. ⓒ이바름 기자
    ▲ 29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화진해수욕장에서 2023 쌍룡훈련에 참가한 해병대원들이 은·엄폐를 실시하고 있다. ⓒ이바름 기자
    목표지점을 확보한 공정돌격부대의 유도로 F-35와 KF-16 전투기, KA50 공격헬기가 각각 공중에서 지상을 향해 폭격을 시작했다. 동시에 수평선 너머로 해병대의 자랑인 상륙돌격장갑차(KAAV) 8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대형수송함(LPH)인 독도함에 실려 있던 KAAV는 앞선 공정돌격부대의 성공적인 침투에 힘입어 희고 검은 연막탄을 차례로 발사하면서 바다를 가로질러 모래사장을 향해 전진했다.

    육지에 상륙한 KAAV 8대에 타고 있던 160여 명의 해병대원들은 모래사장에서 은폐·엄폐를 실시하면서 다가올 전투를 준비했다. 뒤따라오는 다음 차례의 KAAV 상륙을 돕기 위해 이들은 해안두보 확보를 시도했다. 상륙군이 실질적으로 점유하는 개념적 지대인 해안두보를 탈취 및 확보했을 경우 계속적인 상륙을 보장한다. 

    적의 격렬한 반격을 버티는 역할을 한 이들의 희생 속에 다시 8대의 KAAV가 해안가 상륙에 성공하자 앞선 병력들은 대열을 가다듬고 50여m를 전진했다. 총 22대의 KAAV가 해안가에 도달하자 상륙병력은 "와" 하는 함성과 함께 150여m 폭의 모래사장을 정면으로 뚫고 목표진지를 향해 돌격했다.

    준비된 한국군의 행동이 끝나자 이번에는 미 해군 강습상륙함(LHD) 마킨아일랜드함에 탑승해 있던 인원들이 움직였다. KAAV와 마찬가지로 공기부양상륙정(LCAC) 2대가 차례로 해안가를 향해 접근했고, 굉음과 함께 모래사장에 닿자 실려 있던 경장갑차(LAV) 총 6대가 천천히 육지로 전진했다. 경장갑차에는 각각 6~7명의 미 해병대가 탑승해 있었다.
  • ▲ 2023 쌍룡훈련에 참가한 미군이 경장갑차(LAV)에 탑승한 채로 전진을 준비하고 있다. ⓒ이바름 기자
    ▲ 2023 쌍룡훈련에 참가한 미군이 경장갑차(LAV)에 탑승한 채로 전진을 준비하고 있다. ⓒ이바름 기자
    동시에 한국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MUM-1)과 미 해병대 오스프리(MV-22) 등 항공기가 병력을 실은 채 적 진지를 향해 강하작전을 실시했다. 실제로 강하작전은 취재진이 있던 장소에서 육안으로 볼 수 없었으나, 해안가 상륙작전과 동시에 공중에서 오가던 항공기들의 끊임없는 움직임을 통해 강하작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단급 규모의 상륙군과 함선 30여 척, 항공기 70여 대, 장갑차 50여 대 등 대규모 연합·합동전력이 투입된 이날 훈련은 한미 해군·해병대가 해안가에 정렬해 함께 적 진지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끝으로 약 1시간40여 분 만에 종료됐다.

    김승겸 합참의장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결정적 행동' 훈련의 경우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안병석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 군 주요 직위자 및 국회의원, 지자체장, 전우회 관계자 등 200여 명이 현장에서 직접 참관했다.

    상륙군 여단장으로 훈련에 참가한 유창훈 대령은 "한·미 해병대는 결전태세를 확립한 가운데 적의 어떠한 도발도 즉각 응징할 수 있는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미 측 상륙군 부지휘관 에릭 올슨(Eric Olson) 중령은 "이번 '2023 쌍룡훈련'을 통해 양국 해군·해병대는 연합상륙작전 능력과 상호운용성을 검증했으며, 한반도 연합방위태세 및 한미동맹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