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1일 국무회의 비공개 발언… 日야당 거론하며 "부끄러웠다"尹 "물길 문제로 이웃집 간 담장 허물지 않으면 둘 다 손해"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방일 도중 일본 야당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야당과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과 관련 "그런 이야기를 듣고 부끄러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무회의 비공개 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은 여야 관계 없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 야당과도 협력해서 설득하겠다'고 했다. 정쟁이 국경을 넘지 않지 않는 것을 보고 국내 상황을 안타까워한 데 따라 햔국 야당이 보기 부끄럽다는 (대통령) 발언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윤 대통령은 문재인정부를 거치며 지난 5년간 급격히 경색된 한일 양국의 반목을 '담장'에 비유하기도 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잘 지내던 이웃집이 있는데 물길 내는 문제로 서로 담을 쌓기 시작했다고 치자"라며 "담을 허물지 않으면 둘 다 손해인데, 그냥 놔둬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상대가 담을 허물기만 기다리기보다 내가 '이거 봐' 하면서 먼저 허물면 옆집도 그 진정성을 보고 같이 허물게 되고, 그러면 다시 좋은 관계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한일 양국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서로 간 '담이 없는 집'이었는데 문재인정부 때 일본과 거의 '단교' 수준으로 가지 않았나"라며 "(대통령의) '담장론'은 일본에 물론 원죄가 있지만 지난 정부부터 다시 쌓아 올려진 담을 대승적 차원에서 우리가 먼저 허물었고, 그 진정성을 한일 양국은 물론 국제사회도 인정할 것이라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박2일간의 방일 일정을 마무리한 지난 17일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지도부를 접견했다.

    해당 일정은 당초 예정에 없었지만 일본 야당 측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윤 대통령이 한일 미래지향적 관계를 열어가자니까 우리도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싶은데, 그런 차원에서 한번 면담에 응해 달라"고 요청해 수락하게 됐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이즈미 겐타 입헌민주당 대표는 당시 회동에서 윤 대통령에게 "곧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야당 의원들을 만나 한일 간 미래 협력관계를 위해 협조해 줄 것을 직접 설득하겠다"고 자처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다"며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친일적 결단"이라는 프레임으로 씌워 윤 대통령과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의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김상희 의원은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피해자가 전혀 동의하지 않고 국민이 강하게 규탄하고 대법원 판결을 뒤엎는 해법을 가지고 일본에 가셨다"며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가셨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느냐"고 질타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발 '굴종외교'라는 비판 여론이 일자 직접 대국민 설득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가 현재와 과거를 서로 경쟁시킨다면 반드시 미래를 놓치게 될 것"이라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발언을 인용해 한일 관계 정상화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사실상 '대국민 담화' 성격을 띠었고 약 23분간 TV로 생중계됐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일관계도 이제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며 "이제는 일본을 당당하고 자신있게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연일 방일외교에 비난을 쏟아내는 야권을 향해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라고 직격했고, 문재인정부를 겨냥해서는 "전임 정부는 수렁에 빠진 한일관계를 그대로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저 역시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해서 역대 최악의 한일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며 "하지만 작금의 엄중한 국제정세를 뒤로 하고 저마저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감정을 자극해 국내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과거는 직시하고 기억해야 된다. 그러나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며 "이제 한일 양국 정부는 각자 자신을 돌아보면서 한일관계의 정상화와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각자 스스로 제거해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