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위해선 어떤 일도 할 수 있다" 이재명 아리송 발언, 해석 분분"연말이면 (민주당이) 거의 침몰 직전"… 비명계에선 "빠를수록 좋다" "지금 퇴진 말하는 건 명분도 실리도 없다"… 친명계에선 "못 나간다""당직개편" "이재명이 옥중공천" "이재명 아바타 선출" 설왕설래
  • ▲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질서 있는 퇴진'을 두고 민주당이 소란스럽다. 이 대표가 올 연말 스스로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다.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구체적 의견을 밝히지 않았던 이 대표는 지난 16일 당 의원총회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안팎에서 이 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자발적 퇴진도 염두에 두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지난해 11월 이 대표를 겨눈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자 이 대표가 물러날 시기를 두고 '올 연말 첫눈 올 때냐, 내년 초 봄꽃이 필 때냐'는 말이 나왔다. 끝내 이 대표는 버텼지만 당내 여론은 갈수록 악화했다. 지난 2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때 발생한 무더기 '이탈표'는 이러한 당심이 반영된 일종의 경고장이었다.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빠른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이재명 리스크'를 빨리 털어내고 새로운 지도부를 꾸려 총선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 대표 사퇴 시점과 관련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지금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당에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다. 당이 더 상처받기 전에 본인이 그만두는 결단을 내림으로써 당을 조금이라도 보호할 수 있는 선당후사의 정신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질서 있는 퇴진'을 두고는 "좀 나쁘게 말하면 시간 벌기용"이라며 "'국민 여러분, 그만두겠다'고 한마디 하면 된다. (사퇴 시점이) 빠를수록 후임자가 준비할 시간이 생긴다"고 주문했다.

    최근 '나는 친문이자 친명'이라고 밝힌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YTN 방송에서 이 대표의 거취와 관련 "늦여름, 초가을 정도에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선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이 대표의 늦지 않은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CBS 라디오에 나와 현재 당 상황을 타이타닉호에 빗대 "(연말에는) 거의 침몰 직전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총선이 다가오면서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당에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시키고 있다"며 "대의를 위해서는 소의를 버리고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오는 것도 의미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임기 8개월 이상 남은 시점에서 사퇴하면 전당대회를 다시 치러야 한다.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현 상황에서는 전대를 통해 새 당대표를 뽑을 경우 '이재명 아바타'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올 연말은 돼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데 이 때도 '당대표 및 최고위원 과반이 궐위되는 경우'에 가능하다.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비대위 체제로 간다면 도리어 당에 혼란을 부추길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

    당 일각에서는 지금의 이 대표라면 '옥중공천'도 불사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실제로 이 대표가 한 방송사 논설위원장에게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전해졌으나 민주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래서 최근 비명계를 중심으로 거론되는 것이 '당직개편'이다. 당 사무총장과 전략기획위원장 등 구체적인 당직까지 언급되는데, 각각 친명계인 조정식·문진석 의원이 맡고 있다. 

    사무총장은 당연직으로 당 공천심사위원회에 들어간다. 전략기획위원장은 말 그대로 총선전략을 맡는다. 당직개편을 통해 총선 과정에서 친명계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시도다. 

    민주당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도 지난 15일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 대표에게 전면적 인적쇄신을 요청했다. 이에 이 대표는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불거진 당 내홍에 따른 해결책으로 당직 개편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친명(친이재명)계는 이 대표가 올 연말 자발적으로 사퇴할 가능성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 대표 중심 체제로 내년 총선까지 치르겠다는 각오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지도부에서 '질서 있는 퇴진론'에 대해 전혀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며 "지금 퇴진을 말하는 것은 명분도 안 맞고 실리에도 안 맞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재명 체제가 지금은 가장 검증된 확실한 깃발"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를 대신할 인물이 없는데 사퇴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다수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사퇴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퇴진을 감행할 경우 "민주당은 폭망"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가 퇴진해야 할 이유가 뭐가 있나. 지금 상황에서 퇴진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당연히 지금 체제로 총선에 가야 한다. 대표 없는 총선이 제대로 이길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앞서 민주당 '2024 총선 공천제도 TF' 단장인 이개호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질서 있는 퇴진'과 관련 "상당히 일리 있고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가 아니겠나"라며 "이 대표도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