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7일 현장 체포… 박경석 "헌법 지킬 방안 묻고 오겠다" 적반하장
  • ▲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주도해온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체포영장 발부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도현 기자
    ▲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주도해온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체포영장 발부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도현 기자
    경찰의 출석 요구에 18차례 불응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17일 경찰에 체포됐다. 박 대표는 지난 2년간 지하철 탑승시위를 벌이며 업무방해·기차교통방해 등 총 38건에 달하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박 대표는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법원이 자신을 대상으로 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데 따른 견해를 밝혔다. 현장에는 박 대표를 포함한 17명의 전장연 회원과 18명의 전장연 관계자들이 있었다. 

    법원, 16일 '38건 혐의' 박경석 체포영장 발부

    박 대표는 도착하자마자 미리 준비해둔 파란 철창 안으로 휠체어를 끌고 들어가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이어 한 전장연 관계자가 굵고 긴 쇠사슬을 가져와 박 대표의 목과 몸에 둘렀고, 이어 줄지어 앉은 다른 전장연 회원들의 목에도 똑같이 둘렀다. 

    이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체포영장보다 서울경찰청은 장애인 등 편의법 먼저 지켜라' '서울경찰청은 26년을 미뤄온 공공기관 정당한 편의시설 제공부터 먼저' 등이 적힌 팻말을 들거나 휠체어 앞에 세웠다. 

    박 대표는 체포영장 발부와 관련 "경찰이 어떤 방식으로 조사할지 두렵지만 우리는 불법을 저지른 것이 아니다. 단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차별해왔던 사회에 대해 저항하고 있을 뿐"이라며 "그들(경찰)은 우리를 집시법·철도법 등 법으로만 심판하려 하겠지만 헌법·세계인권선언 등 권리법안을 가지고 당당히 말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헌법에 명시된 '누구도 차별받지 아니한다'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어떻게 지키겠는지 (경찰에) 묻고 나오겠다"며 경찰을 향해 "기자회견이 끝나면 바로 법원에서 발부한 대로 (체포영장) 집행을 요청한다. 조사를 잘 받고 오겠다"고 공언했다. 

    경찰은 오전 11시46분쯤 박 대표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박 대표가 요구한 대로 기자회견이 끝남과 동시에 발생한 일이었다. 경찰은 철창 안에 있는 박 대표에게 체포영장을 제시하고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뒤 장애인버스에 태워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압송했다.
  • ▲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주도해온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경찰에 체포돼 장애인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민도현 기자
    ▲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주도해온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경찰에 체포돼 장애인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민도현 기자
    '18차례 불응' 박경석 "곧바로 체포영장 집행하라"

    박 대표는 2021년 1월부터 지난 1월까지 약 2년간 신용산역·삼각지역·경복궁역 등에서 집회를 열고 지하철 탑승시위를 벌여왔다. 

    경찰은 박 대표가 도로 점거 및 열차 운행 방해 등 업무방해, 기차교통방해, 집시법 위반 등 38개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다.

    지난 13일까지 경찰이 박 대표에게 요구한 조사를 위한 출석 요구는 18차례에 달한다. 그러나 박 대표는 서울경찰청 산하 31개 경찰서 중 일부에 엘리베이터·리프트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며 설치계획 발표 및 전수조사를 실시할 경우 자진출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출석 불응 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체포영장 등 수단에 대해서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15일 박 대표를 대상으로 체포영장을 신청했고, 16일 법원은 이를 최종 발부했다. 

    17일 박 대표는 경찰에 체포당하는 순간에도 취재진의 카메라를 향해 체포영장을 치켜올리며 장애인의 권리를 요구했다. 

    박 대표는 "31개 경찰서·공공건물에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돈"이라며 "사람보다 돈을 먼저 생각하는 대한민국 사회는 더이상 장애인의 시민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