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조 "편향보도로 존망 위기인데‥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격"
  • 2018년 1월 22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로비에서 고대영 KBS 사장의 해임제청안이 이사회를 통과한 뒤 성재호 2노조위원장이 이사회 소식을 전하자 노조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18년 1월 22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로비에서 고대영 KBS 사장의 해임제청안이 이사회를 통과한 뒤 성재호 2노조위원장이 이사회 소식을 전하자 노조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KBS의 불공정·편파보도에 대한 반발로 '수신료 폐지 논쟁'이 재점화된 가운데, 차기 보도국장으로 지명된 KBS 기자가 "언론은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편향보도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KBS 새 통합뉴스룸 국장(보도국장)으로 지명된 뒤 지난 14일 KBS 기자협회와 일문일답을 진행한 성재호 KBS 보도본부 통합뉴스룸국 취재주간은 'KBS 뉴스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일각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절대적인 기준에서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언론은 존재할 수 없고, 편향되지 않은 기사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며 "언론의 편향성을 측정해 감시하는 기관들조차 한 언론을 놓고 서로 상이한 편향성 측정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기사를 읽는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 편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 성 주간은 "그래서 우리 뉴스에 대한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문제 제기에만 집착해 정부나 특정 정치인 혹은 정치집단이 이뤄낸 성과를 놓치지 않는지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성 주간의 답변 내용이 본지 보도 등으로 알려지자 KBS 내부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논쟁으로 불난 집(KBS)에 차기 보도국장 지명자가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성 주간의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15일 배포한 성명에서 '편향성 논란'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받아넘긴 성 주간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 KBS노동조합(위원장 허성권)은 "대통령실의 수신료 분리징수 여론 수렴으로 KBS가 존망의 대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차기 보도국장의 '충격적이고', '허탈하고', '절망적인' 인터뷰가 공개됐다"고 개탄했다.

    KBS노조는 "'절대적인 기준에서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언론은 존재할 수 없고, 따라서 우리 뉴스에 대한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는 성 지명자의 주장은 한마디로 대놓고 지금까지 해온 '편향뉴스'를 계속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단정했다.

    KBS노조는 "보도국장 지명자가 '정치적 편향뉴스를 하겠다'고 한 정견발표를 (매체를 통해) 국민에게 알리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며 "성 지명자는 무엇 때문에 보도국장이 되려고 하나? 국민을 위해서? KBS 구성원들을 위해서? 아니면 대한민국 저널리즘의 정의를 위해서?"라고 거듭 물었다.

    "이 발표 내용만 놓고 봤을 때 적어도 KBS 구성원을 위해서 이런 말을 했다고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석한 KBS노조는 "많은 국민이 편향적 뉴스 때문에 수신료 분리징수를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는 가운데, 보도국장이 되려는 자가 편향뉴스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KBS를 망하게 하는 '악재'를 제거하지 않고 더 키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KBS노조는 "수신료 분리징수가 현실화되면 재원의 약 20%밖에 가용할 수 없어 인건비를 훨씬 상회하는 손실이 예상된다"며 "그 상태로는 도저히 생존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다시 말해 우리 KBS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할 수 없고, 밥줄이 끊기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는 매우 엄중한 상태"라며 KBS가 당면한 위기 상황을 지적한 KBS노조는 "▲대국민 사죄 후 사장·이사진 총사퇴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겠다는 'KBS 대개혁 약속' 등, (수신료 분리징수에 찬성하는) '성난 민심'을 가라앉힐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보도국장 지명자가 민심을 역행, 반개혁적인 발언을 했다"고 개탄했다.

    KBS노조는 "수신료 분리징수 논란의 단초를 제공하고도 뻔뻔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의철 사장 등 기존 경영진에 더해, 이번엔 보도국장 지명자까지 '편향방송을 지속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생존의 갈림길에서 있는 KBS 노동자들을 더욱 절망하고 울부짖게 만들고 있다"고 분개했다.

    이에 성 주간을 겨냥해 "당장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촉구한 KBS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본부장 출신이 3대에 걸쳐 보도국장을 세습하는 것도 비상식적이지만, 내기 골프 오보로 KBS에 '내부 총질' 손실이 일어났을 때 보도본부 사회부장을 했던 자가 보도국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꼴도 말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한편, KBS는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통합뉴스룸 국장 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 투표를 오는 17일까지 모바일로 진행한다. 통합뉴스룸 소속 직원들이 과반 투표, 과반 찬성을 하면 국장에 임명되는 수순.

    1997년 KBS에 입사한 성 지명자는 사회부장, 뉴스전문위원 등을 거쳐 현재 통합뉴스룸국 취재1주간으로 일하고 있다. 제4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 출신으로 '고대영 KBS 사장, 강규형 KBS 이사 퇴진 운동'에 앞장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