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언련, 방문진에 MBC 감사 선임 절차 중단 촉구"수백억대 '투자 손실' 책임자가 'MBC 감사' 지원""감사 지원자나, 심사하는 곳이나 모두 감사 대상"
  • ▲ 2021년 7월 23일 MBC가 생중계한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장면. ⓒMBC 방송 화면 캡처
    ▲ 2021년 7월 23일 MBC가 생중계한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장면. ⓒMBC 방송 화면 캡처
    그 어떤 자리보다 '전문성'과 '청렴성', '공평성'을 지녀야 하는 'MBC 감사' 공모에 △MBC에 1백억원대의 투자 손실을 안기거나 △이른바 '올림픽 조롱 자막' 중계로 국위를 실추시킨 사건의 책임자들이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언론국민연대(상임위원장 최철호, 이하 '공언련')에 따르면 MBC의 최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3월 6~10일 공모한 MBC 감사직에 △구자중 현 부산MBC 사장과 △조능희 MBC플러스 사장 △민병우 전 MBC 보도본부장 △송요훈 전 MBC 정상화위원회 조사실장 등이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 대상자들이 'MBC 감사' 지원"


    지난 12일 배포한 성명에서 구자중 부산MBC 사장 등 MBC 감사 지원자들의 면면을 소개한 뒤 방문진을 향해 'MBC 감사 선임 절차'를 즉시 중단한 것을 촉구한 공언련은 "감사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거꾸로 감사가 되겠다고 나섰다"며 "전형적인 적반하장"이라고 질타했다.

    먼저 공언련은 "구자중 부산MBC 사장은 MBC 본사 경영본부장으로 근무할 때 '더 드루 라스베이거스(The Drew Las Vegas)' 호텔에 대한 105억원 투자 손실로 최우선 문책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라며 MBC 감사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9년 당시 MBC는 미국 리조트 개발 사업에 105억원을 투자했다가 전액을 날렸다고 짚은 공언련은 "MBC가 구매한 투자 상품은 사업 부도 시 후순위 채권자의 투자금 전액 손실 위험이 있는 조항이 붙어 있었는데도,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결국 2020년 3월 시행사가 디폴트를 선언했고, MBC의 투자금이 모두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다음으로 조능희 MBC플러스 사장을 지목한 공언련은 "MBC플러스는 실내 스포츠 테마공원 '스매시파크' 사업에 잘못 투자해 최대 158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투자 과정에 상당 부분 관여한 조 사장은 향후 어떤 형태로든 거액의 투자 손실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 12월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스매시파크(Smasy Park) 인천'을 설립한 MBC플러스는 같은 시기 전남 여수시에 스매시파크 2호점을 설립하려 했으나, 당시 테마파크 시설물 구축을 담당했던 '클라우드게이트'의 파산 사실을 알리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사실이 뒤늦게 불거지면서 본사로부터 특별감사를 받은 MBC플러스는 '여수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받았다.

    그러나 MBC플러스는 클라우드게이트에 시설물 구축을 위해 5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이미 기투자금 30억원을 손실 처리한 상태였다.

    당시 MBC 본사는 최소 98억원, 최대 158억원의 손실이 MBC플러스에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취재진, 경찰 사칭 사건', 기자·PD만 징계받아


    세 번째로 공언련이 부적격 지원자로 꼽은 인물은 민병우 전 MBC 보도본부장이다.

    공언련은 "민 전 보도본부장은 일찍이 MBC 기자 '경찰 사칭' 사건과 도쿄올림픽 자막 참사의 책임자"라며 "아울러 법원에 의해 허위로 판명 난 검언유착 보도에 대해서도 '문제없다'고 강변하는 등 능력과 도덕성에서 심각한 하자가 있는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MBC 기자 경찰 사칭 사건'은 2021년 7월 김건희 여사 박사논문 지도교수의 자택을 찾아간 MBC 기자와 PD가 주소지 앞에 세워진 차량 주인과 통화하면서 자신을 '파주경찰서 경찰'이라고 속힌 사건을 가리킨다. 이 사건으로 업무에서 배제된 기자와 PD는 각각 정직 6개월과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당시 내·외부 조사위원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 MBC는 "본건 취재를 해당 기자가 자원했고, 취재기자의 경력과 연차를 고려해 볼 때 취재진이 독자적으로 취재 방식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도본부장 등 '윗선'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MBC 기자 경찰 사칭 사건'이 벌어진 해에는 MBC가 도쿄올림픽을 중계하면서 각 나라의 '아픈 역사'를 건드리는 몰상식한 방송으로 물의를 빚은 초유의 방송 사고도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소개하며 '원전' 사진 띄워

    2021년 7월 23일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생중계한 MBC는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하자 화면 좌측에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띄우고, 아이티 선수단이 입장하자 폭동 사진과 함께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삽입했다.

    1986년 구소련 시절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는 피폭자 수만 최대 80만명으로 추정되는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꼽힌다. 치안 상황이 불안정한 아이티공화국의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은 2021년 7월 7일 사저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

    MBC는 또 아프가니스탄 선수단이 입장할 때 마약의 재료로 널리 알려진 '양귀비'를 운반하는 사진을 국가 소개란에 올렸다. 아프가니스탄은 국토의 3분의 1이 양귀비 재배지일 정도로 세계에서 양귀비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

    뿐만 아니라 MBC는 엘살바도르 선수단을 소개할 때 엘살바도르의 법정 통화인 '비트코인' 사진을 배치하고, 마셜제도를 소개할 땐 "1200여개의 섬들로 구성, 한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는 문구를 삽입하는 등 각 나라의 자랑거리가 아닌 치부를 나열해 빈축을 샀다.

    이밖에도 MBC는 노르웨이의 대표 사진으로 '연어'를 올리고, 이탈리아는 '피자', 일본은 '초밥', 루마니아는 영화 '드라큘라' 사진을 쓰는 등 진지함이 결여된 장난스러운 방송을 내보냈다.

    방송 이후 MBC가 '나라 망신'을 시켰다는 비판이 쇄도하자 당시 민병우 보도본부장이 자진 사퇴하고, 송OO 스포츠국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스포츠기획사업부와 함께 도쿄올림픽 중계를 책임진 MBC플러스의 조능희 사장은 사측으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았다.

    'MBC 정상화위' '언론노조' 핵심 인사도 지원


    공언련은 "이번 MBC 감사에 지원한 송요훈 전 MBC 정상화위원회 조사실장의 경우, 반론권과 묵비권을 보장하지 않은 강압조사로 결론이 난 정상화위원회 조사 과정에 책임이 있다"며 "오히려 감사를 받아야 할 인물"이라고 꾸짖었다.

    또 "김환균 대전MBC 사장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내면서 노골적인 '친민노총' '친민주당' '좌파' 성향을 보였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고 비판한 공언련은 "김환균 사장 역시 불편부당과 공정성을 중시하는 공영방송 감사로서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공언련은 "만약 김환균 사장이 감사로 선임되면 언론노조 MBC본부 핵심 조합원 출신 사장에, 감사마저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출신이 된다"며 "지난 5년간 언론노조 출신들이 (사측과) 사실상 한몸처럼 행동했던 과거를 돌아보면, 경영진 견제가 불가능한 구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감사 지원자 심사하는 방문진도 감사 대상"

    공언련은 "이들 지원자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 중 1명을 감사로 선임하겠다는 방송문화진흥회"라고 꼬집었다.

    △방문진을 대표하는 권태선 이사장은 박성제 전 MBC 사장의 경영 실책을 덮고 넘어간 혐의 등으로 오는 13일부터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하고 △더불어민주당 추천을 받아 임명된 방문진 이사들은 박성제 제36대 MBC 사장후보의 지원서 허위사실 기재와 안형준 후보에 대한 차명주식 보유 의혹을 철저한 검증 없이 넘어갔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구자중 부산MBC 사장 등과 마찬가지로 '감사를 받아야 할 입장'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에 공영방송 MBC 감사가 되려는 자들이나, 이들을 심사하겠다는 자들이 대부분 감사 대상자들"이라고 재차 지적한 공언련은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다수 이사들은 공영방송 MBC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짓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언련은 "만약 시민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방문진이 언론노조의 MBC 패권 유지 획책을 멈추지 않는다면, 이를 막을 1차 책임은 정수장학회에 있다"며 "MBC 주식의 30%를 보유, 상법상 감사 선임에 있어서만큼은 방문진과 동등한 권리를 갖는 정수장학회가 국민 주권의 회복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해주기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0일까지 MBC 감사 공모를 진행한 방문진은 오는 14일 정기이사회에서 서류평가로 압축한 후보자 3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는 21일 열리는 방문진 정기이사회(면접평가)에서 선정된 감사 내정자는 MBC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임명된다. 임기는 2026년 3월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