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신체 비하, 성적 불쾌감 유발 글 작성… 이달 초 피의자로 형사 입건가장 강력한 처분… 가해 학생, 퇴학 처분 재심청구 절차 등 교육청 문의교원단체 "익명 뒤에 숨은 학생 범법자를 양산하는 지경에 이르러" 비판
  • ▲ 지난해 말 교원평가 서술형 항목에 다수 교사를 대상으로 성희롱 내용을 기재한 세종시 한 학생이 퇴학 처분을 받았다.ⓒ연합뉴스
    ▲ 지난해 말 교원평가 서술형 항목에 다수 교사를 대상으로 성희롱 내용을 기재한 세종시 한 학생이 퇴학 처분을 받았다.ⓒ연합뉴스
    지난해 말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 서술형 항목에 다수의 교사를 대상으로 성희롱 내용을 기재한 세종시의 한 학생이 퇴학 처분을 받았다. 그동안 학생의 교사 성희롱을 온정적으로 처리해온 관례를 깬 상징적 결정이라는 평가다.

    25일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A고교는 지난 17일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졸업을 앞둔 3학년 학생인 B군의 '교원평가 설문조사 성희롱 건'을 대상으로 논의했다.

    이어 20일에는 B군 퇴학 처분을 의결하는 절차를 밟은 뒤 학생 측에 그 결과를 통지했다. 

    이번 결정은 이례적인 중징계로, 지난 한 달여 동안 두 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한 끝에 가장 강력한 처분을 결정한 것이다.

    세종경찰청은 익명으로 진행된 교원평가에서 여성 신체를 비하하고,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답변을 쓴 B군을 피해 교사들의 신고에 따라 이달 초 피의자로 형사 입건했다. 

    완전히 익명이 보장되는 현행 교원평가 시스템상 학교와 교육청 등은 학생을 찾아내는 것이 힘들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조사가 진행되면서 빠르게 신상이 특정됐다. 

    경찰은 B군을 성폭력특별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입건한 뒤 검찰로 송치했다.

    대학 진학을 앞둔 B군 측은 퇴학처분재심청구 절차 등을 교육청에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퇴학 조치를 받은 날부터 15일 또는 퇴학 조치를 한 날부터 10일 이내에 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교원평가, 이미 목적 달성할 수 없는 잘못 설계된 제도 입증"

    이와 관련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6일 성명을 통해 "현재 교원평가제는 학생에 의한 인기·모욕 평가, 학부모는 자녀 의견이나 평판에 의존하는 인상평가로 전락하는 것을 넘어 익명 뒤에 숨은 학생 범법자를 양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교총은 이어 "지금은 교원의 정상적인 교육활동과 생활지도조차 악성 민원을 제기해 교원을 교체하고 무릎 꿇리는가 하면 언제든지 아동학대 신고까지 할 수 있는 시대"라면서 "경찰 수사까지 의뢰하는 지경이 된 교원평가제가 교단에 활력을 불어넣을 리 만무하다"고 주장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도 이날 논평을 내고 "교원평가는 이미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잘못 설계된 제도임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교사노조는 "교원평가는 동료평가와 학생·학부모 만족도 평가로 구성되는데 한 번 수업을 보고 평가하게 돼 있는 동료평가는 전문성 평가로는 실효성을 가질 수 없어 행정력만 낭비하고 있고,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도 지금과 같은 획일적인 문항으로는 교육활동에 대한 피드백조차 제대로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사노조는 "학생 만족도 조사는 교사가 자신의 수업과 생활지도 등에 대해 학생들에게 자율적으로 피드백 받도록 하고, 학부모 만족도 조사는 학급 운영 등에 대해 학부모에게 자율적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재설계돼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