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해수위서 양곡관리법 본회의 부의 요구안 통과국민의힘 반대에도 민주당 11명, 무소속 1명이 강행처리국민의힘 "유례 없는 야당 폭거… 농업·농민 망치는 악법"
  • ▲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 안건 처리를 놓고 국민의힘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종현 기자
    ▲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 안건 처리를 놓고 국민의힘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8일 쌀 시장격리 '의무화'를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를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요구하는 안건을 강행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민주당의 행태를 "유례 없는 폭거"로 규정하고 무기명 표결에도 참석하지 않은 채 회의장을 떠났다.

    與 "여야 합의하지 않은 안건" vs 野 "타협 여지 없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심의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과잉생산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당초 지난 10월19일 농해수위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지만 60일 동안 심사를 마치지 못해 소관 상임위로 돌아온 것이다. 

    이 경우 소관 상임위의 위원장은 간사와 협의해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지만, 합의하지 못할 때는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도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

    현재 19명의 농해수위 위원은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7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무소속 의원이 민주당 출신 윤미향 의원이라 사실상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바로 반박하고 나섰다. 농해수위 여당 간사인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해당 안건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안건"이라며 "우리 국민의힘은 국회법 절차를 무시한 야당의 폭거를 용인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정부의 의무매입은) 시장의 기능을 저해하고 재정부담을 가중시켜 미래 농업투자를 감소시키고 경쟁력을 저하한다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악법 중 악법"이라며 "포퓰리즘적 법안의 날치기 처리 대신 여야와 농민단체, 정부가 머리를 맞대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양곡관리법은 우리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심도 깊게 논의한 사안"이라며 "법사위에서 60일 동안 계류됐고 만료일이 된 상태에서 오늘 국회법 절차에 의거해 상임위에서 의결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쌀 과잉공급에 대비한 예외조항을 두자고 여당에 수차례 제안했는데도 무조건 '안 된다'라고만 주장하기 때문에 타협할 여지가 없다"고 맞섰다.
  • ▲ 소병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정부의 쌀 시장 격리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 의결을 선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소병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정부의 쌀 시장 격리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 의결을 선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날 농해수위에서는 야당이 회의가 시작하기도 전에 안건 의결을 전제로 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논란을 두고도 설전을 벌였다. 이양수 의원은 "오늘 회의가 시작하기 전에 보도자료가 배포됐다"고 문제 삼았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양곡관리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이 가결된 데 따른 민주당 의원들의 견해가 담겼다. 무소속 의원인 윤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이 의원은 이를 두고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해 지도부 지시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같은 행동을 한다"고 맹폭했다.

    반면 주철현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농해수위 전문위원이 준비한 기자회견문 초안을 보좌진 텔레그램 방에 올린 것"이라며 "(언론에) 배포된 것이 아니라 유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야 의원들 간의 신경전이 끝나지 않자 소병훈 농해수위 위원장은 결국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상정했고, 곧바로 표결에 들어갔다.

    투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위원장 석을 찾아가 "이 투표는 무효다" "절차상 하자가 있다" "날치기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회의장을 떠났다.

    국민의힘 위원들이 투표를 포기한 상황에서 이뤄진 무기명투표에는 12명의 위원이 참여해 12명(민주당 11명, 무소속 1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양곡관리법, 민주당 단독처리 가능

    국민의힘 소속 농해수위 위원들은 민주당의 단독처리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하명법인 양곡관리법을 밀어붙이기 위한 명백한 다수 의석의 횡포이자 상임위 법안소위, 안건조정위, 전체회의 등 7차례 연속 날치기에 이어 법사위 패싱까지 국회 역사상 유례가 없는 폭거"라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민주당이 입만 열면 '쌀값안정화법'이라고 주장하는 법이 오히려 농업과 농민을 망칠 수 있는 악법임을 왜 민주당만 깨닫지 못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그동안 국민의힘에서 지속적으로 쌀 시장격리 의무화의 폐해를 지적하며 반대해온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결국 향후 쌀 과잉 생산 구조를 고착화시켜 재정부담을 증가시키고, 쌀 민간시장 기능을 저해하며, 미래 농업에 대한 투자재원을 잠식할 뿐 아니라 타 작물과 형평성 문제로 갈등을 야기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본회의 부의가 요구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국회법 제86조에 따라 김진표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한 뒤 바로 본회의에 부의한다. 

    다만 30일 이내에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이 기간이 지난 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본회의에서 해당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

    사실상 169석의 민주당이 양곡관리법의 본회의 부의 여부와 법률안 통과까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