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삭제' 지시할 때 '원본'도 삭제 지시…해당 부대서 "추후 문제된다" 반발하자 미수에 그쳐서훈 ·박지원 "원본 존재, '첩보 삭제' 주장 성립 안돼"…진술 맞다면 '은폐·조작' 의혹에 힘 실려서욱, 검찰·감사원 조사서 "청와대 보안 유지 지침 전달한 것일 뿐 삭제 지시 한 적은 없다" 반박
  • ▲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0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뉴데일리DB
    ▲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0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뉴데일리DB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북한군 교신내용이 담긴 우리 군의 '감청 원본'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8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검찰과 감사원은 서 전 장관이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첩보 삭제를 지시할 때 첩보의 원본 격인 '7시간 감청 원본'도 함께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다수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훈이 감청원본 삭제 지시" 진술 맞다면 '은폐·조작' 의혹에 힘 실려

    그동안 서훈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사건과 관련된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은 이 감청 원본이 남아 있다는 것을 내세워 국방부와 국정원이 이씨의 자진 월북 정황과 배치되는 첩보들을 무더기 삭제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감사원의 조사에 따르면, 서욱 전 장관은 이씨가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새벽 1시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 직후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에 올라온 이씨 관련 기밀 첩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국방부는 자고 있던 실무자를 불러내 이씨 자진 월북 정황과 맞지 않는 첩보 60개를 삭제했다. 

    해당 부대는 "원본 삭제하면 문제돼" 반발
     
    검찰과 감사원은 서 전 장관이 당시 '첩보 삭제'를 지시할 때 원본 격인 '7시간 감청 원본'도 함께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다수의 진술을 최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해당 부대 등에서 "원본 삭제는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반발하자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앞서 서훈 전 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10월 "첩보의 원본이 현재 존재한다"며 "진상 은폐를 위한 첩보 삭제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첩보를 삭제한 것은 불필요한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한 '보안 유지 노력'이라고 했다. 감청 원본이 존재한다는 것을 서해 피살 사건에서 은폐·조작 시도가 없었다는 핵심 근거로 활용한 것이다.

    그런데 감청 원본의 삭제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을 이씨의 자진 월북으로 몰아가려 했다는 은폐·조작 의혹에 힘이 더 실리게 된다.

    서 전 장관은 검찰·감사원 조사에서 "당시 청와대의 보안 유지 지침을 밑에 전달한 것일 뿐 삭제 지시를 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피격 사건의 최종결정권자로 지목된 서훈 전 실장을 상대로 구속 후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단서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