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관계자 "김성태가 김정은에게 말안장 줬다고 말했다" 검찰 증언에르메스 말 안장, 수천만~수억원… 사치품 금지, 유엔 결의 1718호 위반2019년 경기도~北아태협 경협… KH 배상윤 회장, 롤렉스 10여 개 北에 돌려아태협 전 직원 "안부수 회장이 남은 시계 차고 다니다, 수천만원에 팔았다"
  • ▲ 쌍방울그룹.ⓒ강민석 기자
    ▲ 쌍방울그룹.ⓒ강민석 기자
    쌍방울그룹의 비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 도중 해외로 도피한 김성태 전 회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고가의 말 안장을 건넸다는 진술이 나왔다.

    아울러 김 회장과 절친한 관계로 알려진 KH그룹 배상윤 회장은 김 전 회장과 동행한 중국 출장길에 북한 고위층을 만나 수천만원대 명품시계 10여 개를 건넨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를 확대 중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김 전 회장이 2019년 11월 소속 임직원을 동원해 중국에서 만난 북한 인사와 접촉하며 에르메스에서 제작한 고급 말 안장을 건넸다는 쌍방울 관계자들의 증언을 확보했다고 중앙일보가 16일 보도했다.

    쌍방울 관계자들이 검찰에 "김 전 회장과 그 측근들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말 안장을 줬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이 김정은에게 에르메스 말 안장을 상납한 것이 사실이라면, 대북 사치품 반출을 금지한 유엔 대북결의 1718호 위반 소지가 있다. 김정은을 위한 말 안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말 안장일 것으로 추측된다.

    도피 중인 김성태 "건드리면 검사들 이름 까겠다" 협박

    검찰은 김 전 회장 측이 2019년 1월 중국에서 북한 인사를 만나 네 차례에 걸쳐 150만 달러를 전달한 정황도 포착해 수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쌍방울은 임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개인 소지품에 현금을 숨겨 출국하는 방식으로 외화를 빼돌렸다. 

    검찰은 쌍방울이 대북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아태평화교류협회와 짜고 북한에 고급 상납품과 외화를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도피 중인 김 전 회장은 최근 검찰에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진술을 할 테니 쌍방울의 비리는 봐 달라"는 취지로 협상을 시도했지만, 검찰은 "협상은 불가"라는 방침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나와 유착한 검사들이 있다. 검찰이 나를 건드리면 검사들 이름을 폭로하겠다"며 검찰을 압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그러나 모든 의혹을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대북사업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한편, 차기 정부에서 남북 화해 무드를 이용해 회사 규모를 키우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중앙일보에 말했다.

    KH 배상윤 회장, 롤렉스 시계 10여 개 준비... 北 고위층에 선물 

    김 전 회장과 긴밀한 관계로 알려진 KH그룹 배상윤 회장이 2019년 중국 출장길에 북한 고위층을 만나 수천만원대 명품시계 10여 개를 건넨 정황도 포착됐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검찰이 경기도·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쌍방울 관계자들을 잇달아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2019년 1월1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쌍방울 김 전 회장 및 방모 부회장, 안부수 아태협 회장 등은 중국 선양에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관계자들을 만나 남북 경제협력 관련 합의서를 작성했다.

    당시 배 회장이 개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롤렉스 손목시계를 10개 이상 준비해 북한 측 인사들에게 선물했다는 것이다. 배 회장은 북한 측에 선물하고 남은 롤렉스 시계 일부를 안부수 회장과 쌍방울 임직원들에게 나눠 줬다고 한다. 

    아태협 전 직원은 동아일보에 "2019년 1월 중국에서 돌아온 안부수 회장이 갑자기 롤렉스 시계를 차고 다녔다. 몇 달 되지 않아 수천만원을 받고 중고로 판 것으로 안다"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쌍방울과 KH그룹이 같이 경기도와 아태협을 매개로 대북사업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