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서훈 측 법적 문제 비화 우려해 '회의록 결과' 남기지 않은 것으로 추정A비서관 배제된 관계장관회의, 정부 차원 첫 조치… 참석자들에 '보안 유지' 수차례 당부서훈, 27일 '서해 공무원사건' 관련 기자회견 참석… "월북 몰아간 적 없어" 주장
  • ▲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이후 열린 청와대 관계장관회의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회의록을 남기지 않겠다며 담당 비서관을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해당 회의 직후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이 피격 전후 상황이 담긴 첩보 보고서 등을 삭제한 경위에 주목하고 있다.

    27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최근 문재인정부 청와대 안보실 A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통상적으로 A비서관은 국가안보 관련 안보실 주재 회의에서 참석자 발언, 회의 결과 등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A비서관은 "서훈 실장이 '회의 결과를 남기지 않을 거라 참석할 필요가 없다'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자국민 피격사건 직후 열린 회의에서 서 전 실장이 직접 '회의록 없음'을 결정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이다. 

    A비서관의 참석이 배제된 관계장관회의는 서해 피격사건과 관련한 정부 차원의 첫 대응조치였다. 감사원 감사 자료를 보면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22일 저녁 10시쯤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사망 사실을 알았고, 3시간 뒤인 이튿날 새벽 1시부터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서 전 실장은 이 자리에서 서욱 전 국방부장관 등 참석자들에게 '보안 유지'를 수차례 강조했고, 새벽시간 동안 국방부가 밈스(MIMS·군사정보체계)에서 관련 군사기밀 60건을 무단삭제하고, 국정원도 첩보 보고서 46건을 지운 것으로 조사됐다.

    檢, 서훈 전 실장 '월북 조작 의혹' 주체로 지목… 관련자 진술 확보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이대준 씨 피살·소각 및 월북과 배치되는 증거 삭제'를 지시한 주체라고 파악 중이다. 또 서 전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도 지난 22일 구속된 이후 그간의 태도를 바꿨다는 점에서 서 전 실장을 '월북 조작 의혹'의 주체로 지목했다. 

    검찰은 두 사람으로부터 "서훈 실장이 회의에서 '보안 유지'를 강조했고, '월북이 맞다'는 뜻으로 알아들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장관은 "서훈 실장의 지시를 받고 군에 보안 유지 지침을 하달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바 있다. 김 전 청장 역시 "서 실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해경도 국방부의 월북 발표를 참고해 발표하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서 전 실장이 이례적으로 회의록을 남기지 않은 것을 두고, 향후 법적 문제가 불거질 것에 대비했거나 월북 결론을 위해 불리한 증거를 미리 정리했을 가능성이 있다.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23일 오전 8시에 열린 2차 관계장관회의 회의록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검찰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소환 조사 시기를 조율 중이다. 검찰은 박 전 원장을 조사한 뒤 서 전 실장을 조사할 계획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조사 여부도 서 전 실장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훈 "서해 공무원, 월북 몰아갈 이유도 실익도 없어"

    서 전 실장은 '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의 주최로 열린 27일 기자회견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월북몰이'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도, 근거도 없는 마구잡이식 보복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 전 실장은 "근거 없이 월북을 몰아간 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며 "정보 삭제 지시는 없었으며, 국민의 생명과 명예를 놓고 근거 없는 조작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서 전 실장은 그러면서 "지금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은 긴박하고 제한된 여건과 상황 속에서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