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일간지 ABC, 추가 사진 공개… 시 주석 측근, 후진타오가 서류도 못 만지게 해시 주석, 누군가에게 눈짓… 건장한 남성 후진타오 겨드랑이에 팔 끼워 강제로 일으켜英 텔레그래프 “절대권력 추구하는 시진핑의 무자비함을 보여주는 이미지” 평가
  • ▲ 지난 22일 중국 공산당 대회 폐막식 시작 때 후진타오 전 주석에게 자리를 안내하는 시진핑 주석.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2일 중국 공산당 대회 폐막식 시작 때 후진타오 전 주석에게 자리를 안내하는 시진핑 주석.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2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폐막식에서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부축을 받으며 퇴장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한 스페인 매체가 후 전 주석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시로 퇴장 당하는 듯한 정황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영국과 미국 언론들은 시 주석이 후 전 주석을 강제퇴장시킨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후진타오, 서류 만지자 리잔수가 빼앗고… 시진핑, 사람 불러 강제퇴장시켜

    스페인 일간지 'ABC스패니시데일리'는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가 촬영한 사진 14장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사진은 AFP통신 등이 공개한 영상보다 조금 앞선 시간의 상황을 담았다.

    사진을 보면 왼쪽부터 시 주석, 후 전 주석,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장이 앉아 있다. 리 위원장은 시 주석의 측근이다.

    후 전 주석이 자신의 책상 앞에 놓인 붉은색 파일을 열어보려 하자 리 위원장은 후 전 주석의 팔목을 잡으며 파일을 자기쪽으로 끌어당겼다. 후 전 주석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리 위원장은 뭐라고 귓속말을 건넸다. 후 전 주석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이 모습을 본 시 주석이 누군가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 쿵사오쉰 부주임이 급히 시 주석 옆으로 왔다. 시 주석이 쿵 부주임에게 뭐라고 말한 뒤 곧 경호원 또는 수행원으로 보이는 건장한 남성이 후 전 주석에게 다가갔다.

    이 남성은 시 주석으로부터 뭔가 지시를 받은 뒤 후 전 주석의 양 겨드랑이에 팔을 끼워 자리에서 강제로 일으켜 세우려 했다. 후 전 주석은 저항하다 결국 이 남성에게 이끌려 퇴장 당했다. 

    지난 22일 공개된, 이 영상 속에서 퇴장하는 후 전 주석이 시 주석에게 뭐라고 말하고 리커창 전 총리의 어깨를 두드리는 장면은 이번에 공개한 사진 직후의 일이다.

    英 텔레그래프 “후진타오 퇴장, 시진핑 무자비함 보여줘”

    지난 22일 AFP통신 등이 전한 영상에 이어 추가 사진이 나오자 영국과 미국 매체들은 시진핑시대의 상징적 모습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후진타오의 퇴장은 절대권력을 추구하는 시진핑 주석의 무자비함을 보여주는 이미지”라고 평했다. 

    영국의 BBC는 “후진타오시대의 개혁개방이 (시진핑시대에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포린폴리시(FP)는 시 주석이 후 전 주석의 강제퇴장을 의도적으로 연출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공산당 내에서 자신과 다른 정책 또는 의견을 옹호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을 효과적으로 숙청했다는 설명이다.

    영국과 미국 매체들은 이런 평가와 함께 후 전 주석의 강제퇴장은 ‘시진핑독재’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후 전 주석의 지지 배경이 됐던 공산주의청년단(공청) 출신들이 이번 공산당대회에서 모두 물러났다. 리커창 총리와 왕양 전국민인정치협상회의 주석이 대표적이다.

    후 전 주석의 아들인 후하이펑 저장성 리수이시 당 서기는 자신의 부친이 강제퇴장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