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방, 美·英·佛·튀르키예 국방에 전화 걸어 “우크라이나, ‘더티 밤’ 사용하려 해” 주장우크라 “더티 밤 보유 계획조차 없어”…美 “러 국방의 허위 주장, 전쟁 확대 구실일 뿐”
  • ▲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쇼이구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쇼이구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더티 밤(Dirty bomb)’ 테러를 준비 중”이라고 러시아가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은 이를 반박하며 ‘러시아의 가짜깃발 작전’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그러나 물러서지 않고 유엔 안보리에서 이런 주장을 다시 펼칠 예정이다.

    러 국방, 美·英·佛·튀르키예 국방과 통화…“우크라, ‘더티 밤’ 테러 준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벤 윌리스 영국 국방장관,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 훌루시 아카르 튀르키예(터키) 국방장관과 연쇄적으로 전화 통화를 했다.

    통화에서 쇼이구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언급하며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통제되지 않는 긴장 고조 상태로 치닫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측이 ‘더티 밤’테러를 일으킬 가능성을 제기했다. 통신은 “다만 그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더티 밤’이란 재래식 폭탄 주변을 방사능 물질로 감싼 형태의 폭탄이다. 이런 폭탄이 공중에서 터지면 방사능 물질이 대기 중으로 퍼지면서 주변을 오염시킨다.

    우크라·美 등 “터무니 없다”…‘가짜 깃발’ 작전 의심

    러시아의 주장에 우크라이나는 “터무니 없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의 ‘가짜 깃발’ 작전(공격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거짓으로 공격 받았다는 소문을 내는 심리전)으로 의심하고 있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우리가 더티 밤을 사용하려 한다는 러시아의 거짓말은 위험할 만큼 터무니없다”며 “우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철저히 지키는 회원국으로 더티 밤은 갖고 있지도 않고 획득할 계획도 없다”고 반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영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다른 나라에 전화를 해서 ‘우크라이나가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한 가지를 의미한다”며 “러시아가 공격을 위한 명분을 쌓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드리엔 왓슨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가 자국 땅에서 더티 밤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러시아 국방장관의 말은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며 “세계는 전쟁을 확대하기 위한 구실을 만들려는 (러시아의) 모든 시도를 간파할 것”이라고 러시아 측을 비판했다.

    통신은 이어 “서방 진영에서는 러시아가 더티 밤을 언급하는 것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술핵 공격 등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거짓 깃발’ 작전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러서지 않는 러…유엔 안보리서 같은 주장 펼칠 예정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의 반박에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4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같은 주장을 하며 우크라이나를 비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유엔 안보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을 사용할 경우 이를 핵테러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네벤쟈 대사는 “우크라이나가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위험한 계획을 중단할 수 있도록 서방국가들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쓰려고 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따라 조만간 ‘더티 밤’ 존재 여부를 조사할 사찰단을 현지에 파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IAEA는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핵시설 2곳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며 “며칠 내로 이 장소들을 방문해 신고하지 않은 핵 관련 활동이나 물질이 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