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주재 北근로자들 “돈바스에 투입될 것” 소식에 탈북 증가하자 평양서 작업중단 지시소식통 “평소에도 탈북하는 근로자 있었지만 돈바스 투입 소식에 근로자·간부 모두 탈출”
  • ▲ 해외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 ⓒ뉴시스 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해외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 ⓒ뉴시스 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탈북이 최근 증가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투입될 것이라는 소식이 평양에서 전해진 뒤 탈북하는 근로자가 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러시아 주재 北근로자들, 돈바스 투입 소식 전해지자 탈출 늘어”

    러시아의 한 고려인 소식통은 방송에 “요즘 웬일인지 건설현장에 북한 근로자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투입될 것이라는 소문으로 어수선해진 틈을 타 탈북하는 근로자가 늘자 지휘부에서 내부 단속을 위해 작업 중단을 지시했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었다.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소식에 근로자들이 동요하자 평양에서 파견회사들에 ‘현재 지역에서 공사를 새로 맡지 말고 근로자들을 한데 모아 대기시키라’는 지시를 9월 초에 내렸다”고 전했다.

    “러시아에 있는 북한 근로자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한 소식통은 “그런데 ‘곧 우크라이나 공사장으로 이동할 것이니 9월 말까지 밀린 과제를 결산하고 대기하라’는 지시가 내려지자 군인들로 구성된 건설회사부터 근로자는 물론 관리를 맡은 간부들 사이에서도 탈출하는 사람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라디보스토크서도…평소에도 탈북 있었는데 돈바스 투입 소식에 더 늘어

    러시아 현지인 소식통도 방송에 “요즘 블라디보스토크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이 공사현장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일부 북한회사의 근로자 관리를 맡은 간부가 연이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해 파견 인력 관리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그동안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회사에서 근로자와 간부가 사라지는 사건은 종종 있었다”면서 “매년 연말에 국가계획과제 수행정형(결산)을 보고하고 연간 과제금과 근로자들의 1년 월급을 정산해야 하는데 현지회사로부터 공사비를 받지 못한 일부 회사의 직장장(총책임자)과 간부들이 총화 이후 처벌이 두려워 탈출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반 근로자들의 탈북 이유는 다르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그는 “북한 근로자들은 아침 8시에 현장에 투입돼 저녁 8시까지 일하고 야간작업까지 해도 차려지는(주는) 돈이 없어 자포자기 상태에 지쳐있다”면서 “악에 받친 일부 근로자들이 간부에게 대들다가 처벌이 두려워 탈출하는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특히 올해는 연말이 다가오는 데 공사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 회사가 많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더군다나 북한 영사관에서 일부 회사에 평양 지시라며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대기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근로자와 간부들 가운데 탈출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北,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하고 러에 파견한 근로자 2만 1000여 명

    방송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러시아 하바롭스크, 고리끼, 이르쿠츠크, 카잔, 사할진, 소치, 노보시비르스크, 예카테린부르그, 첼라빈스크, 옴스크, 크라스노야르스크, 볼고그라드, 칼리닌그라드, 크라스토다로 쿠르스크, 튜넨, 울란우데, 첼라벤스크, 치타, 나홋카,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볼쇼이 카메니, 슬라비안카, 참챠카 등지에 근로자를 파견해 놓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가 2018년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근로자 2만 1000명이 러시아에 체류 중이며 이 가운데 1만 9000여 명이 공장, 농장,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러시아 현지 상황을 전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러시아에 근로자를 파견하는 북한회사는 대외건설지도국 제7총국과 제8총국, 대흥지도국, 항공련합위원회, 노동당 호텔관리국, 무력부, 국가보위성, 대외경제성, 경공업성 소속 회사들이다.

    소식통은 “대외건설지도국 산하 회사는 적게는 30~50명, 많게는 200명 이상의 근로자를 1개 조로 묶어 공사현장에 투입하고 있다”며 “또 미래건설회사, 남강무역회사, 지흥건설회사는 현역군인들로 구성된 건설회사”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난 7월부터 러시아 주재 북한 근로자들을 돈바스 지역 재건에 투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7년 12월 결의한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해외에 있는 북한 근로자는 2019년 12월 22일까지 귀국을 시키고 이후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북한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