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작원 "쌍방울이 내의 50만 장 보내기로 했다"… 국정원 문건 나와北 "우리 관심은 대기업보다 투자의욕 가진 기업… 쌍방울 제일 선호"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뇌물' 구속… 검찰, 쌍방울~北 관계 수사 집중
  • ▲ 쌍방울그룹. ⓒ강민석 기자
    ▲ 쌍방울그룹. ⓒ강민석 기자
    쌍방울그룹이 북한 광물자원 개발 대가로 북한에 1000만 달러 상당의 금품을 제공하려 한 정황이 파악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검찰은 쌍방울이 북한 광물자원 개발을 신규사업으로 추진한 시점에 이화영(구속) 전 경기부지사가 설립한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역시 남북 광물자원 협력을 주요 사업으로 내세운 점이 미심쩍다고 보고 이와 관련해 수사 중이다.

    4일 CBS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내부 문건에 쌍방울이 2019년 초 북한 광물자원 개발을 추진하면서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와 사업 구상을 논의한 내용이 언급됐다. 이 문건은 남측 인사가 북측 민경련 소속 공작원 리호남과 만나 나눈 주요 대화를 정리한 요약본으로 알려졌다. 민경련은 북한의 대남 민간부문 교류협력 중 경제협력 문제를 전담하는 단체다.

    노컷뉴스는 "국정원 문건에서 리호남은 쌍방울이 북한 광물자원 개발 대가로 '내의 50만 장을 보내기로 (약속)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000만 달러이고, 우리 돈 약 100억원에 해당하는 액수라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호남은 이어 "쌍방울이 통일부에 신고했는데, 통일부가 승인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며 발언 당시인 2019년 초에 내의를 실제로 받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문건에서 리호남은 쌍방울을 북측 사업 파트너로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호남은 "우리의 21세기 관심은 30대 대기업보다는 투자의욕을 가진 기업"이라며 "대기업은 눈치만 보지 않으냐. 쌍방울 같은 중견기업과 일하기 쉽다"고 언급했다. 

    리호남은 그러면서 "쌍방울을 우리 쪽에서 제일 선호한다. 쌍방울 띄우는 것 같이 하자. 쌍방울이 남측에서 어떤지는 몰라도 우리가 키워 주면 된다. 우리 쪽의 요청"이라고 언급했다.

    남북교류협력법은 북측과 협력사업을 시행하거나 물품 등을 반출하려면 사전에 승인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화영 킨텍스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전 경기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화영 킨텍스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전 경기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화영 설립 단체-쌍방울-민경련-아태협 유착관계 의심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는 2017년 3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쌍방울 사외이사로 근무했다.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있던 시절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지낸 뒤 2020년 9월1일 킨텍스 대표에 취임했다. 대표 임기는 3년이지만 검찰이 이 전 부지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함에 따라 지난달 28일 사직서를 냈다.

    검찰은 2019년 1월과 5월 쌍방울과 이 당시 부지사가 중국에서 민경련 관계자를 만나 북한 희토류 주요 매장지인 단천특구 광물자원 개발 공동 추진을 약속하고 합의서까지 쓴 정황을 포착했다. 

    아울러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로부터 제공받은 법인카드로 취한 이득이 쌍방울 대북사업에 모종의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였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 전 부지사가 2008년 설립한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는 2018년 10월24일 국회에서 '북한 광물자원 개발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이 열린 2018년 10월은 경기도가 민간단체 '아태평화교류협회'와 공동으로 대북교류 행사를 준비하던 시기와도 겹친다. 

    이 시기에 쌍방울은 경기도의 대북교류 행사에 아태협을 거쳐 수억원을 우회지원했다. 대북교류 행사 이후 2019년 1월8일 아태협의 안부수 회장은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의 사내이사로 영입됐다.

    당시 양선길(현 쌍방울그룹 회장) 나노스 대표이사는 "아태협을 통해 남북경제협력사업에 실질적인 기여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광산개발업'과 '해외자원개발업' 등을 나노스 신규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동북아평화경제협회도 2019년도 주요 사업을 '남북 광물자원 협력기획'으로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