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해외서 '전기차 보호' 애쓰는데… 당 중진이 공개적으로 내부총질""(이준석) 아버지뻘 되는 분이, 아들 날뛰는데 말리지도 않고…" 호되게 비판
  • ▲ 유승민 전 의원.ⓒ이종현 기자
    ▲ 유승민 전 의원.ⓒ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당권 도전이 거론되는 유승민 전 의원이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자 여권 내부에서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내 반윤(反尹) 결집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 '외교 전장'에 나가 있는 자당 출신 대통령을 깎아내리는 전략을 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유승민 발언, 일종의 내부총질"

    수도권 출신 국민의힘 한 의원은 23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유승민 전 의원 발언은 일종의 내부총질"이라며 "우리 당 소속 대통령이 외부에 나가서 전투 중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지원하는 제스처가 중요하다. 우리 안에서 기회다 싶어 저격하는 모습은 눈살 찌푸리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이준석 전 대표의 (정치적) 아버지뻘 되는 분이 아들이 날뛰는데 말리지도 않고 있다"며 "전투 중에 우군이 곤경에 빠진 것에 대해 잔인하게 뭐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인 행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일 때는 순방이 끝날 때까지 평가하는 말을 아껴야 하는데, 하물며 같은 당의 중진이 공개적으로 비판에 나선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유 전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마침내 카메라 앞에서 이XX들, X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했다"며 "정말 X팔린 건 국민들이다. 부끄러움은 정녕 국민들의 몫인가. 윤석열 대통령님 정신 차리십시오"라고 적었다.

    유 전 의원의 발언은 다음 전당대회에서 반윤(反尹)세력을 결집해 차기 당 대표를 차지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 전 의원의 정치적 고향인 TK 지역 한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 당과 대통령 지지율이 아직 불안한 상태에서 당내 싸움이 있는 것처럼 만드는 것 자체가 야당이 노리는 것"이라며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전당대회라는) 본인의 상황 때문에 그런 발언을 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수도권 출신 국민의힘 의원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전기차 보호를 위해 최대한의 성과를 내 보려는 대통령의 순방 과정 중 나온 얘기를 자당 의원이 확대재생산해 우리 외교력을 초토화시켰다"고 꼬집었다.

    당권주자 유승민에 "당선 가능성 없다" 평가절하

    유 전 의원이 아직 당권 도전 의사를 공개적으로 내비치지 않았지만,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차기 주자로 높은 지지율을 얻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내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TK 지역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당 내부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이 당권주자라는 것은 여론의 장난"이라며 "특히 우리 당 핵심 지지층인 TK 지역에서는 유 전 대표가 당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유 전 의원 발언에 우리가 가급적 무대응이나 소극적 대응으로 가는 것이 맞다"며 "이준석 전 대표 일만으로 시끄러운데 이 사람 저 사람 키워 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이런 자극적 표현은 결과적으로 자기 얼굴에 침 뱉기일 뿐"이라며 "과도한 비난과 폄훼를 쏟아내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도의에 맞지 않는다"고 유 전 의원을 비난했다.

    유 전 의원의 발언과 별개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당 지도부가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 후 "그 용어가 우리 국회를, 우리 야당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많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