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부 국장 “유엔 대북제재는 회원국에만 적용돼…도네츠크·루한스크, 유엔 회원국 아냐”대북제재위 전문가 “러에 있던 北근로자, 돈바스로 가는 것 돕거나 이들 고용하면 제재 위반”
  • ▲ 코로나 대유행 이전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코로나 대유행 이전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재건 사업에 북한 근로자들을 투입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은 유엔 회원국이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유엔과 미국은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 영토”라며 “이곳에 북한 근로자를 고용해 투입하는 것은 명백한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를 통해 회원국의 북한 근로자 고용을 금지하고 있다.

    러 외무부 “北근로자 고용제한은 유엔 회원국에 한정…돈바스 해당 안 돼”

    표트르 일리체프 러시아 외무부 국제기구 국장이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스푸트니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에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일리체프 국장은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제한된다”고 인정한 뒤 “그러나 이는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이나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이 아니라 유엔 회원국에 적용된다는 점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유엔과 서방 진영의 논리를 역으로 이용해 대북제재를 회피하겠다는 주장이다. 일리체프 국장은 이어 “러시아는 두 공화국에게 북한과 서로 협력하지 말라고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 “돈바스도 우크라이나 영토…제재 적용돼”

    방송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의견도 전했다. 에릭 펜턴-보크 조정관은 “북한이 돈바스 지역에 근로자들을 보내려면 국경을 개방하기 전까지는 러시아에 있는 근로자들을 보내야 하는데 유엔 대북제재를 적용하면 해당 근로자들은 러시아에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러시아에 있던 북한 근로자들이 돈바스 지역으로 가는 것을 돕거나 이들을 고용하는 것은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펜턴-보크 조정관은 이어 “전쟁 중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하는 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유엔 회원국이며 그 영토에도 적용된다”고 강조하면서 “러시아가 자신들이 전적으로 찬성한 대북제재 위반을 조장하는 건 유감스럽기는 하나 놀라운 일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과거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로 활동했던 애런 아놀드 영국 합동군사연구소(RUSI) 선임연구원 또한 러시아 측의 주장을 두고 “터무니없다”이라고 비판했다.

    아놀드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국제규범에 대한 호전적인 행동을 보이면서 그들이 동의했던 약속을 이해 못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면서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돼 있다”고 강조했다.

    美 “우크라이나 포함 北근로자 해외 파견은 대북제재 위반”

    미국 국무부와 유엔주재 미국대표부 또한 돈바스 지역에 북한 근로자를 보내는 것 자체가 유엔 대북제재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 강조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 대변인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을 포함해 해외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얻는 수익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사용된다”며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에 대한 명백한 공격인 만큼 그를 지지하는 어떤 결정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北·러시아·시리아만 도네츠크 인민공화국·루한스크 인민공화국 국가로 인정

    유엔 안보리는 2017년 12월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통해 회원국들에게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하지 말 것과 이미 고용한 북한 근로자는 2019년 12월 22일까지 돌려보내도록 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 등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 7월 13일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을 국가로 인정했다. 이후 두 지역 친러 분리주의 세력과 재건사업 참여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반발해 북한과 단교 선언을 했다.

    현재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을 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러시아와 북한, 시리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