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 미국 안보전문지·통신사 기사 대서특필"내셔널인터레스트, 한국 '군사 반란' 가능성 경고""블룸버그, 경찰과 싸우는 정부‥ 지지율 회복 비관"알고보니 한국계 미국인, 한국 지사 한국인이 작성
  •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공식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공식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미국 언론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주목, '윤 대통령이 너무 빨리 미국의 짐(liability)이 됐다'고 우려했다"며 국내 다수 언론이 인용보도한 외신 기사가 '한국계' 미국인 교수가 작성한 칼럼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글을 쓴 교수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평소 윤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혀 왔다는 점에서 해당 칼럼을 '국내와 무관한' 중립적인 미국 언론의 시각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尹정부 비판 칼럼' 여럿 게재

    논란이 된 글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미국의 안보전문매체 '내셔널인터레스트(National interest)'에 올라온 'Can Biden Save South Korea’s Unpopular President From Himself?(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부터 그 자신을 구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외부 기고문이었다. 작성자는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대학교에서 국제관계와 한국정치를 가르치는 최승환 교수.

    최 교수는 지난 2월 '더힐(The Hill)'이라는 군사잡지에 "오는 3월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더 매파적인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한국 전쟁의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해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당시 이 글은 대선후보 TV토론에서도 회자돼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입씨름'을 벌이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이후 지난 5월까지 <윤석열의 선제타격,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 가져올 수 있을까?> <대통령 취임사는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걱정스럽다> 등, 현 정부에 비판적인 칼럼 5편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최 교수는 '미국 매체'로 지면을 옮겨 윤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내셔널인터레스트 '코리아 워치'에 실린 이 글에서 최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약속했지만, 정작 검찰의,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정부를 만들어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27년 동안 범죄자들을 기소하는 일만 하다보니 민주주의의 기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한국 국민은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너무 무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전문성이 부족한 전·현직 검사들을 요직에 앉히고, 북한 미사일 발사 다음날 제기된 음주 의혹과 나토정상회의 때 아내의 친구가 동행한 사실 등으로 국정 수행 능력과 자질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 교수는 "윤 대통령 때문에 군의 사기가 저하됐다"며 "국방부 건물로 대통령실을 옮기고, 4성이 아닌 3성 장군 출신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군의 정치화'가 시작되면서 '군사 반란(Military revolts)'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과격한 추정을 하기도 했다.

    "만약 군사 반란이 일어난다면 모든 검사들이 군인으로 교체되는 '군사 정권'이 들어설 수도 있다"고 우려한 최 교수는 "이러한 잘못된 행동 때문에 윤 대통령이 너무나 빨리 '미국의 짐'이 됐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진지한 대화를 나눠 그를 타일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끝내 윤 대통령이 한국 국민과 맞서는 상황이 전개될 경우 미국은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한 비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최 교수는 덧붙였다.

    필자는 생략… '미국 언론도 우려한다'는 식으로 보도

    이처럼 국내 정치 상황을 극단적으로 과장·우려한 칼럼이 미국 매체에 실리자 국내 언론이 반응했다. 제일 먼저 '노컷뉴스'가 지난달 30일 오전 7시 44분 <美 언론 尹지지율 추락 분석…"미국에 짐 됐다">라는 제목으로 최 교수의 글을 인용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노컷뉴스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친 가운데 미국에서도 서서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내셔널인터레스트의 해당 칼럼을 소개했다.

    노컷뉴스는 작성자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고 "이 매체는 '윤 대통령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그가 너무 빨리 미국의 짐이 됐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 대통령을 타일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매체는 만약 윤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바이든 대통령은 대안을 고민해야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 매체는 나아가 군사 반란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는 식으로 해당 칼럼이 마치 내셔널인터레스트의 '논조'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최 교수의 글은 내셔널인터레스트의 기자나 논설위원이 아닌 '외부 필자'가 기고한 칼럼으로, 내셔널인터레스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노컷뉴스는 제목은 물론, 본문에서까지 '최승환'이라는 화자를 적시하지 않아, 마치 미국 언론이 이 같은 우려를 표명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중앙 언론'으로 분류되는 노컷뉴스에서 이런 보도가 나오자 "미국의 안보전문매체가 최근 추락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미국에 짐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는 식으로 최 교수의 칼럼을 인용한 온라인 기사들이 쏟아졌다.

    심지어 뉴스통신사인 '뉴스1'도 <"尹, 너무 빨리 미국에 짐 됐다"…지지율 급락 주목한 美언론>라는 제목으로 내셔널인터레스트에 실린 칼럼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들 매체 모두, 필자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은 채 '미국 매체가 이렇게 보도했다'는 식으로 칼럼의 내용만 전달하기 바빴다.

    이날 필자의 신원을 최초로 밝힌 매체는 '서울신문'이었다. 서울신문은 이날 오후 4시 52분 <"윤석열, 미국의 짐이 됐다"…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분석한 美전문가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칼럼을 작성한 사람은 시카고 일리노이대학에서 국제관계와 한국정치를 가르치는 최승환 교수"라는 사실을 밝혔다.

    서울신문 보도 이후에도 일부 매체는 여전히 '이 매체는'이라는 주어를 사용하며 필자를 숨겼으나, 다수 매체는 모든 문장의 주어를 '최 교수'로 통일하거나 필자의 이름을 밝혀 이 글이 최 교수의 독자적인 판단에서 나온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국 정세 우려' 블룸버그 기사도 한국인이 써"

    한편, 노컷뉴스를 비롯한 다수 언론은 "미국 언론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며 내셔널인터레스트와 함께 블룸버그(Bloomberg)의 기사도 인용했으나, 블룸버그의 기사 역시 '블룸버그 한국지사'에서 근무하는 한국인이 쓴 것으로 알려져 미국 현지인의 시각과는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파이낸스투데이는 지난달 31일 <"검은머리 외신으로 여론조작하는 좌파 언론사들">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기사의 취지가 '대한민국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한 미국의 평가가 좋지 않다'는 것이라면, 누가 이런 기사를 작성했는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사람이 작성했는지가 가장 중요한데, 노컷뉴스를 비롯한 좌편향 언론들은 미국 매체 기사를 소개하면서 한국계 미국인이 썼다는 사실을 숨겼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스투데이는 "내셔널인터레스트라는 매체에 칼럼을 기고한 사람은 최승환이라는 한국계 미국인이고, 마찬가지로 국내 정치 상황을 비판적으로 쓴 블룸버그의 기사도 한국인이 쓴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을 갖고 정권 흔들기에 나서고 있는 언론사들이 급기야 선을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좌파 지향적인 면이 많아 보이는 한국계 인사가 쓴 글을 갖고, 국내 언론이 마치 미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해 큰 고민을 하는 것처럼 보도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파이낸스투데이는 문재인 정권 당시 국내 언론들이 "외신에 나왔다" "외국에서도 K방역을 칭찬한다"며 한국계 리포터가 쓴 기사들을 인용보도하던 행태가 또 반복되고 있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