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재 러 대사 “北근로자들, 돈바스 재건 과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 맡을 수 있어”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들 “北근로자 고용 및 자재·설비 제공 또한 대북제재 위반”
  • ▲ 폐허가 된 마리우폴 시가지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소속 민병대원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폐허가 된 마리우폴 시가지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소속 민병대원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근로자들이 러시아를 도와 우크라이나 돈바스 재건을 도울 수도 있다”는 북한주재 러시아 대사의 발언에 미국 국무부가 “우크라이나 주권을 모욕하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돈바스의 점령지역 복구에 북한 근로자를 쓸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전문가 지적도 나왔다.

    美국무부 대변인 “돈바스 재건에 北근로자? 우크라이나 주권 모욕”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일대를 점령한 뒤 친러 분리주의 세력들을 앞세워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라는 나라를 만들었다. 북한은 지난 14일 이들을 정식국가로 승인했다.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국무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재건에 북한 근로자들을 투입하면 대북제재 위반이냐”는 질의가 나오자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은 오직 우크라이나에만 속해 있다. 그곳에서 누가 어떤 계획을 추진할 지는 다른 나라 정부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며 러시아를 비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제가 특정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대해 말할 수는 없지만 이건 분명히 우크라이나 주권에 대한 모욕”이라며 러시아의 돈바스 재건 의향을 비판했다.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 “北근로자, 돈바스 재건 참여할 수도”

    프라이스 대변인이 비판한 내용은 지난 18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주재 러시아 대사가 ‘이즈베스티야’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마체고라 대사는 “북한과 (도네츠크·루한스크) 공화국들 간의 협력 가능성은 상당히 폭넓다”면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일할 준비가 돼 있는 북한 건설근로자들은 (돈바스 지역의) 파괴된 기간망·산업시설을 복구하는 과제 해결에 아주 중요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마체고라 대사는 “구소련의 기술적 지원으로 지어진 북한의 모든 제철·운송기계 기업들은 여전히 슬라뱐스크나 크라마토르스크의 중공업 공장에서 생산한 설비를 사용 중”이라며 “북한은 자기네 공장의 개보수를 위해 그곳에서 생산하는 부품이나 설비에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 “러, 北근로자 고용한다면 대북제재 위반”

    마체고라 대사의 주장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논란을 불렀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인 에릭 펜튼 보크 조정관과 대북제재위 전문위원을 지낸 애런 아놀드의 말을 전했다.

    보크 조정관은 “다른 나라가 북한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5호와 2397호 위반”이라며 “도네츠크 등 돈바스 지역에서 북한 근로자들에게 일부 자재와 장비를 제공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도록 부추기는 고위 외교관의 모습이 놀랍다”고 마체고라 대사를 비판했다.

    애런 아놀드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위원은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의무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북한 사람들의 해외 취업비자가 급격하게 감소함과 동시에 러시아가 북한 사람들에게 발급하는 학생비자와 관광객 비자가 증가했다는 보고서가 있는데 이는 러시아가 북한 근로자들에게 내주는 비자 종류를 변경하며 의도적으로 국제사회의 의무를 회피하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